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시네마 리터러시를 향하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6-24 18:41:21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는 시각으로 보여줘야 하는 만큼, 대사가 아닌 장면의 연출을 통해 느낌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점을 짚어보고 읽어내는 관객이 잘 없는 것 같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스틸 컷.
수년 전 아무개 감독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들은 말이다. 관객과 시장이 더는 창조적인 비전을 수용하지 않고, 틀에 박힌 진부함, 빈곤한 만듦새의 상업영화가 흥행 성적을 자랑하는 한국영화 전반의 분위기에 대해서 그는 깊은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국영화의 암담한 풍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영화적 인프라는 외견만 보면 풍부해졌다. 국제영화제들이 우후죽순 자리 잡아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접하기 쉬워졌고, 전국의 어지간한 대학에는 영화과가 있어 문화원을 찾거나 해외 유학을 가야 했던 시절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비디오나 DVD, Blu-ray 같은 물리 매체는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다운로드,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홈 비디오를 사용할 것이다. 모두가 영화를 만들 것이다”라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예언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단편을 찍는 현실로 돌아왔다. 이처럼 환경이 개선됐다면 영화에 대한 대중 전반의 식견과 안목도 높아졌음 직하다.

그러나 ‘기생충’(2019)의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석권이라는 영광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의 질적 저하, 관객 문화의 퇴행은 여전하다.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영화다운’ 영화를 만나는 경험이 줄어든다면 창조성과 다양성을 잃은 산업은 종국엔 붕괴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영화를 모르는 자본이 창작자의 목에 족쇄를 채우고, 한국영화에 기대할 것 없는 상황에 익숙해진 관객은 좋은 영화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상영관을 독식한 기획영화를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찬반과 호오의 언설이 넘칠 뿐, 영화를 분석하는 내실 있고 논리적인 의견은 찾기 어려워졌다.

문맹을 면하는 최소한의 해독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가 지닌 심층적인 의미와 표현의 결을 읽어내는 소양을 ‘리터러시’(Literacy)라 부른다. 문학, 미술, 음악 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문화적 리터러시는 근대 이전에는 특정한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대중문화가 출현하면서 리터러시의 용례 또한 확장되었고,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는 영화를 섬세하게 다루고 읽어내려는 리터러시의 부재인지 모른다. 전통적인 예술 장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에도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리터러시는 엄연한 교육과 훈련의 산물이다. 따라서 문화적 운동의 차원에서 ‘시네마 리터러시’(Cinema-literacy)라는 개념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영화를 일차원적 오락이 아닌, 엄연한 예술 장르이자 문화적 소양으로 다룸으로써 안목 있는 관객과 영화인을 육성하려는 교육적, 문화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상론처럼 들리겠지만 언젠가 이것이 수렁에 빠진 한국영화를 다시 끌어올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하고 작은 낙관을 전망해보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부캉이’ 시내버스에도 등장…북항 친수공원 경유 5-1번에 이미지로
  3. 3[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4. 4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5. 5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6. 6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7. 7시내버스에도 '부캉이'…북항친수공원 경유 상어버스 달린다(종합)
  8. 8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3. 3“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李대통령 ‘강훈식 후임’ 신임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 임명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한동훈, 법무부 장관 재직시 딸 '허위스펙' 수사무마 의혹으로 고발당해
  8. 8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9. 9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10. 10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3. 3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4. 4농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취지 알리기 총력… 효과는 ‘글쎄’
  5. 5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6. 6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7. 7IMF "올해 韓 1인당 GDP 4만3512달러"…부채전망은 대폭 하향
  8. 8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9. 9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10. 10[한 손 뉴스] 108가지 사찰음식부터 야외공연까지…부산서 즐기는 K-절 축제
  1. 1‘부캉이’ 시내버스에도 등장…북항 친수공원 경유 5-1번에 이미지로
  2. 2[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3. 3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4. 4시내버스에도 '부캉이'…북항친수공원 경유 상어버스 달린다(종합)
  5. 5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6. 6울산 울주군 화학제품 제조업체서 불, 대응 1단계 인력 200명 동원 진화중
  7. 7진주 상평산단, 주거·생활편의 기능 갖춘 미래형 산업공간 탈바꿈
  8. 8공사 멈춤 금샘로 구간, 협의회 논의에도 진전 없어
  9. 9공사 멈춤 금샘로 구간, 협의회 논의에도 진전 없어
  10. 10김기욱 부산중수청장 "검사동일체 원칙 ‘수사관동일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