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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뿔 닮은 금관, 고깔 쓴 인물상…신라왕족은 유목기마족 후예였나

경주의 보물 & 스토리 텔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0 19:08:2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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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방 유라시아 유목민족 무덤
- 신라 돌무지 덧널무덤과 비슷

- 스키타이족 쓰고다닌 뾰족모자
- 경주 발굴 토기 속 모자와 닮아

- 천년의 혼 담긴 금관 추정시기
- 유럽 훈제국 훈족 전성기 일치

고대의 지배자들은 죽어서도 권력과 부를 누릴 것으로 믿었다. 엄청난 양의 부장품과 함께 혼령을 돌보아야 한다며 살아있는 사람까지 묻었다. 내세에서도 살아있는 자들과 함께 하려는 염원은 신화와 전설, 종교 그리고 그들의 삶을 담아냈다. 북방 유라시아 유목기마민족들의 무덤은 신라의 돌무지 덧널무덤과 큰 차이가 없다. 금관과 함께 출토된 유물 가운데 순금으로 만든 고깔형 관모와 금동제 뿔잔, 청동솥은 신라왕족이 유목기마민족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라 금관은 세움 장식 때문에 나뭇가지 모양 대관이라고 부른다. 새가 앉아있는 나뭇가지, 굽은 옥, 순록의 뿔은 시베리아 무당들이 쓰던 모자와 닮았다. 신라 왕족은 하늘과 접신하는 샤먼(Shaman)이었을 가능성이 유물을 통해 드러났다.
   
1973년 경주 고분군 발굴 도중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 자작나무 껍질에 하늘을 나는 말이 그려진 천마도는 신라의 희귀한 회화유물로, 국보 207호로 지정됐다. 공식 명칭은 ‘백화수피제천마문말다래’이다.
■1924년 금관·기마인물형 토기 발굴

1924년 4월 일제가 파견한 조선 3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는 일본 고고학계의 풍운아 우메하라 스에지(梅原末治)를 불렀다.경주 주민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고분 발굴을 하게 되었으니 책임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신라 고분에 관심이 많았던 우메하라 스에지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직원들과 함께 경주로 내려갔다. 5월 10일 발굴이 시작됐고, 19일부터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푸른 옥이 상감된 금방울 한 쌍이 매달린 금관을 비롯하여 유리그릇, 금제허리띠, 유리구슬이 달린 목걸이 등이 차례로 출토되자 그 장면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이틀 후 토기와 칠기(漆器) 무더기 속에서 청동솥을 싣고 사람이 말 위에 올라앉은 토기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동솥 쪽으로 물을 부으면 말의 뱃속을 통하여 앞가슴에 있는 뿔 쪽으로 물이 나오는 주전자였다. 작은 말 위의 인물은 수건을 동여맨 상투머리에 웃옷을 벗은 맨몸으로 등에는 봇짐을 메고 오른손에는 방울 같은 것을 들었다. 큰 말 위의 인물은 솟갈형식의 띠와 장식이 둘려진 삼각모(三角帽)를 쓰고 다리 위로는 갑옷과 말다래를 착용했다. 말다래는 장니(障泥)라고도 하는데 장식 효과와 말을 탄 사람의 권위를 드러내고 말과 말 탄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세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신라 금관을 통해서도 신라 왕족과 기마유목민족의 연관성이 짙게 드러난다. 왼쪽부터 금관총 금관(국보 87호), 천마총 금관(국보 188호), 황남대총 금관(국보191호), 금령총 금관(보물 338호), 서봉총 금관(보물 339호), 교동 금관.
■1973년엔 천마도 발굴

천마도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천마총에서 출토된 말다래는 발굴되면서부터 고고학계를 흥분시켰다. 온전한 것이 없었던 신라시대의 회화 유물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볼거리가 필요하다며 신라 고분 중에서 가장 큰 황남대총 발굴을 지시했다. 이때 고고학자들이 연습 삼아 발굴한 고분이 천마총이다. 1973년 4월부터 12월까지 발굴했던 천마총에서는 1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 말다래는 무덤 주인의 머리 쪽에 있던 껴묻거리(부장품) 궤 속에서 쇠솥, 토기와 함께 총 3쌍, 6점이 출토됐다. 자작나무 껍질에 하늘을 나는 듯한 흰말이 그려진 말다래와 대나무살 위에 금동천마를 붙인 말다래는 국보 207호로 지정됐다.

말다래 천마도는 죽은 자가 천상으로 잘 가기를 바라는 산 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기마 인물형 토기의 정식명칭은 도기기마인물형명기(陶器騎馬人物形明器)이며 국보 91호로 지정된다. 도기는 도질토기의 줄임말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라, 가야 토기가 그것이다. 도질토기 출현 직전의 삼한시대 토기는 700℃에서 800℃ 사이에서 구운 것이고 도질토기는 1200℃ 전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는 토기다. 도질토기는 3세기 말 금관가야의 중심인 김해 지역에서 만들어진 뒤 영남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도질토기는 와질토기의 기반 위에 북방토기와의 결합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비밀 열쇠는 유목민 썼던 고깔모자

   
이란의 베히스툰 절벽 암각화. 세계 최초 제국인 페르시아 제국의 왕 다리우스 1세가 남긴 고대 비문(碑文)과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신라 왕족이 어디에서 왔을까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단초는 삼각 모자를 쓴 인물상이다. 머리는 인위적으로 위쪽을 좁게 만든 편두(褊頭)를 했고 코는 매부리코다. 그가 쓰고 있는 삼각 모자를 우리는 고깔이라 부른다. 고깔을 쓴 사람들은 중국 고대사회에서는 신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들로 백성들을 이끄는 지도자였다. 가야는 변진(弁辰)이라 불렀고 신라는 변한(弁韓)의 후예라 했다. 고깔 변(弁) 자는 고깔모자를 쓰고 하늘을 받드는 사람 즉, 제정일치 시대의 군주나 제사장의 모습을 상형화한 것이다.

고깔모자를 썼던 사람들에 대한 신비의 베일을 걷어 올린 결정적 단서는 이란의 베히스툰절벽 암각화다. 1839년 영국군 장교 헨리 로린슨이 자일을 타고 69m 공중에 매달린 채 글을 베꼈다. ‘고대 비문(碑文)의 여왕’ 베히스툰 절벽 암각화는 이란의 북부 도시 수사에서 300㎞ 떨어진 자그로스산맥의 심장부 케르만샤에 있다.

   
1924년 금령총에서 출토된 한 쌍의 도기기마인물형명기(국보 91호).
비문과 함께 발견된 암각화에는 페르시아 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주였던 다리우스 1세가 정적 가우마타의 가슴팍을 밟고 있으면서 목에 포승줄을 감은 채 줄줄이 묶인 포로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포로들은 대부분 장발에 수염을 기른 모습인데, 8명의 포로 중 마지막 포로만 고깔모자를 쓰고 있다. 다리우스 1세에게 끌려 온 스키타이 족장의 이름은 스쿤카였다. 기원전 516년께 스키타이는 이란의 옛 이름인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게 된다.

페르시아 사람들은 화살처럼 뾰족한 모자를 쓰고 다닌다하여 스키타이라 불렀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자신의 저서 ‘역사’에서 스키타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헤로도토스는 스키타이부족은 아시아 유목민이라고 단정했다. 스키타이 부족 가운데 박트리아 왕국을 멸망시킨 후 대월지국에게 쫓겨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정착한 이들을 사카(Saka)족이라 부르고 있다.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는 사카모니(sakyamuni)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사카족 출신의 성자라는 뜻이다. 드러난 유물들로 스키타이 족 일부가 신라의 지배세력이었다는 사실이 확실시 된다고 볼 때, 신라 왕족과 같은 핏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왕족 뿌리 ‘말 달렸던’ 기마족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까지 중앙아시아를 시작으로 남러시아 초원지대를 본거지로 활동했던 스키타이는 크림반도를 마지막으로 기원전 1세기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스키타이는 고대 오리엔트 문화와 그리스 문화를 받아들여 동방에 전함으로써 인류에게 풍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세계사에 커다란 영향을 남긴 유목부족국가는 크게 네 가지 계통으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인도 이란 계통의 스키타이, 사르마트, 월지(月氏), 둘째는 투르크 계통의 융적(戎狄), 투르크(突厥: 돌궐), 호(胡), 흉노(匈奴), 위구르, 셋째는 몽골계로 몽골(蒙古), 선비(鮮卑), 유연(柔然), 거란(契丹), 넷째는 퉁그스계로 숙신(肅愼), 읍루(挹婁), 말갈(靺鞨), 여진(女眞), 만주(滿洲) 등이다.

   
유목기마군단이 세운 유럽의 대제국을 훈(Hun)제국이라 부른다. 훈족이 유럽에 나타나 종횡 무진한 기간은 376년을 시작으로 약 100년간이었다. 독일 ZDF방송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스핑크스 역사의 비밀’, ‘잃어버린 고리 찾기’ 등을 방영한 후 훈족의 이동경로에서 발견한 금관 등 유물과 한국의 가야와 신라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을 비교 검토하며 훈족의 원류가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라의 왕호가 이사금에서 마립간으로 바뀌는 17대 내물왕(356년) 때부터 22대 지증왕(514년)까지만 금관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훈족의 전성기와 거의 일치한다. 현재까지 발굴된 금관은 6개다. 신라고분 155기 가운데 일부에서만 발굴되었다. 디자인과 장식이 너무도 아름다워 세계의 걸작품이라 불리우는 신라금관. 그 속에 이렇듯 수천 년 시간여행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경주 여행길에 떠올려 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장순복 박물관을찾는사람들·문화유적 답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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