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영화 일깨워준 이정범 감독
- 17년 만에 다시 만나 작업 ‘감회’
- 어른들의 반성 담은 범죄 드라마
- 세월호 다뤄 투자난항 등 겪기도
- 질나쁜 경찰 표현하려 욕 많이해
- 신예 전소니 차분한 연기 인상적

가볍고 편안하게 연기하는 듯하지만 표정과 대사에 진심을 담아 전하는 배우 이선균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악질’을 얼굴에 담았다. 그는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에서 제목 그대로 질 나쁜 경찰의 표정을 얼굴 가득 붙이고 등장한다. ‘악질경찰’은 악질경찰 조필호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더 나쁜 놈을 응징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범죄 영화다.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심지어 범죄까지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 역을 맡은 이선균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미나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보다 더 나쁜 놈을 응징하기 위해 거대 권력에 맞서게 된다.

	영화 ‘악질경찰’에서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까지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 역을 맡은 이선균.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지난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이선균은 이번 ‘악질경찰’에서도 고등학생 미나에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나이가 들면서 삶이 묻어나는 연기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배우 이선균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악질경찰’에 대해 이야기했다.

-‘악질경찰’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이정범 감독님은 저에게 영화 작업을 알게 해준 형이다. 이 감독님의 대학 졸업 작품 ‘굿바이 데이’ 때 만나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가 이런 것이고, 감독이 이런 영향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17년 만에 촬영해서 가슴 뭉클했고, 감회가 새로웠다. 실은 영화에 세월호 이야기가 들어간다고 해서 투자가 난항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같이 하자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세월호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고, 모티브로 해서 어른들의 반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더라. 장르적으로 범죄드라마라 이 감독님의 의도가 곡해되지 않게 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찍었다.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 영화라면 강한 액션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액션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서 더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

▶이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인 ‘열혈남아’를 좋아하는데, ‘악질경찰’은 그와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맥락은 ‘아저씨’와 비슷하기도 하다. 액션은 멋이 없지만 실제 주먹싸움 같은 ‘악질경찰’의 액션이 더 힘든 것 같다.

-마치 경찰판 ‘나의 아저씨’ 같은 느낌도 있었다.

▶어른들에 대한 화두는 비슷한 면이 있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니까.

-태성그룹 정이향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권태주 역의 박해준 씨에게 많이 맞았다. 발로 복부를 맞는 장면은 보호대를 차긴 했겠지만 꽤 아프겠더라.

▶보호대를 차도 아프긴 하다. 해준이도 멍이 많이 들어서 촬영을 마치면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말로 하는 욕 액션이 무척 많았다.

▶원래는 더 많았다. 어른들의 거칠고 질이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나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욕을 많이 한다. 욕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악질경찰이었던 조필호가 미나에게 연민을 느끼고,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갖는다. 그런 변화에 개연성을 주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다.

▶맞다. 조필호가 느끼는 죄책감에 개연성을 갖게 해야 했다. 미나는 성장 환경도 좋지 않았을 테고, 아무도 지켜주지 않은 들고양이 같은 소녀다. 조필호는 자신의 경찰 압수창고 폭파 혐의를 벗겨줄 증거를 지닌 미나와 함께 움직이면서 점점 공감과 연민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미나가 자살하면서 개연성이 강화된다.

-미나를 연기한 전소니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감독님이 전소니가 출연한 단편영화를 보고 캐스팅했다. 차분하게 자기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달할 줄 아는 좋은 덕목을 지녔다. 촬영 때 들뜨거나 긴장하지 않더라. ‘악질경찰’의 가장 큰 수확은 전소니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주목할 만한 배우가 될 것 같다.

-이제 이선균이 출연하는 영화에 믿음이 간다. 연기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장르적으로 이전에 로맨틱코미디 영화가 많이 들어왔지만 이제 강한 영화 장르의 역할이 많이 들어와서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는 로코가 아닌 다른 것에 대한 갈증이 많았는데, 요즘은 로맨틱코미디가 안 들어오니까 하고 싶기도 하다. 물론 어떤 내용인지가 중요하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