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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 희망의 푸른 빛 동굴 다이빙, 궁극의 세계

  • 국제신문
  •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  입력 : 2018-07-25 18:59:4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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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해저 산호초 빙하 동굴
- 탐사하는 최고 난도 다이버들
- 최근 태국 소년들 구조해 주목

- 몸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 완벽한 부력조절 능력 필요
- 칠흑 속 출구 찾지 못하거나
- 바닥 침전물 건드리면 위험

- 美 플로리다 ·멕시코 칸쿤
- 팔라우의 블랙홀 대표적
- ‘저승으로 통하는 창’
- ‘죽음의 동굴’이라 불려

몰디브로 향하는 리브어보드 (Live-aboard, 배에서 숙식하며 스쿠버 다이빙을 진행하는 방식) 보트에 스쿠버 다이버들이 모였다. 노르웨이에서 온 다이버는 자신을 극지 다이버(Polar Diver)라 소개했다. 얼어붙은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짜릿함은 듣기만 해도 드라마틱했다. 옆자리 미국인은 수심 100m 잠수 기록을 가진 테크니컬 다이버(Technical Diver)였다. 그는 대심도 다이빙의 박진감을 늘어놓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멕시코에서 온 동굴 다이버(Cave Diver)가 자신의 이력을 풀어놓자 모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동굴 다이빙은 모든 다이빙 기술의 정점에 있는 최고 난도의 다이빙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인 팔라우 블루홀에서 동굴 다이버가 하강하고 있다. 수심 30m 블루홀 바닥에 이르면 블랙홀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최근 태국 치앙라이주 동굴에서 실종됐던 13명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가 17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구조를 애타게 기원했던 전 세계인은 환호했고, 전원 무사 생환으로 태국의 국격 또한 높아졌다. 소년들의 구조 과정을 지켜보며 사람들은 동굴 다이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굴 다이빙은 앞서 말한 것처럼 ‘궁극의’ 다이빙으로 기술과 체력, 어려움 등에서 최고로 여겨진다.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동굴 다이빙

동굴 다이빙(Cave diving)은 지하, 해저, 산호초, 빙하 등에 형성된 동굴 속에서 하는 다이빙을 말한다. 사용하는 장비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문적인 스쿠버 장비와 서로 독립된 2개의 호흡기, 강력한 동굴 잠수 전용 주 라이트 1개와 보조랜턴 2개가 필수적이다. 동굴 바닥이나 천장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는 완벽한 부력 조절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핀 킥 테크닉, 감압 계획, 공기통 속의 공기 성분 조절, 배터리 계획과 비상시 탈출계획, 나침반을 통한 내비게이션, 고립 시 생존 대책 등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암흑 세상과 맞닥뜨린다. 동굴 중에는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좁은 곳도 있지만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확보된 곳도 있다. 길이 또한 수 m에서 수 ㎞에 달하기도 하며, 동굴 안에 여러 개의 갈림길이 있어 선택 장애를 겪기도 한다. 동굴 내부에 부유물이 많으면 랜턴 빛이 산란해 주변을 전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고운 석회가루가 침전된 석회동굴의 경우 바닥에 조금이라도 몸이 닿으면 침전물이 부옇게 일어나기에 더욱 절제된 움직임이 요구된다. 그래서 몸을 완벽하게 컨트롤하지 못하면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극지방의 빙하나 빙산에 있는 얼음 동굴은 얼음이 부분적으로 녹거나 크랙이 발생하면서 동굴 구조가 만들어진다. 얼음 동굴은 균열이나 팽창이 수시로 발생하므로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진입해서는 안 된다.

수중동굴에 형성된 에어포켓. 사고를 당한 태국 소년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동굴 안 에어포켓 지대를 찾은 덕분이다.
동굴 다이빙의 가장 큰 공포는 동굴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이다. 일반적인 스쿠버 다이빙 때는 문제가 생기면 수면으로 올라오면 되지만 동굴 다이빙은 천장이 막혀 있으므로 상승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기통 속에 남은 공기량은 간당간당하는데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끔찍한 공포이다. 특히 동굴 중에는 수심이 깊고 아래로 끌어당기는 지하수의 흐름이 발생하는 곳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제약과 위험이 따르지만 동굴 다이빙 마니아가 점점 늘어나고 새로운 레저활동으로까지 주목받는 것은 끝도 없을 것 같은 동굴 속에서 어슴푸레 투영되는 푸른빛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감 때문이다. 암흑 속에서 만나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동굴은 지구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동굴 안에는 많은 화석과 자연이 만든 조형물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 창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기에 성취감 또한 대단하다. 동굴 다이버들은 처음 동굴을 탐험하고 길을 개척한 선배 다이버의 영웅적 모험심을 존경한다. 그들의 대담한 노력 덕에 뒤따르는 사람들은 동굴 구조를 알 수 있고 탐사 계획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동굴(수중동굴을 포함)은 매장문화재로 간주해 담당 기관의 허가가 있어야만 탐사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한국동굴연구소’를 비롯해 ‘다이버스 리퍼블릭’ 등 몇몇 단체에서 수중동굴 탐사에 나서고 있다. ‘다이버스 리퍼블릭’ 박헌영 대표는 “단순한 영웅심이나 호기심만으로 동굴 탐사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며 완벽한 장비가 준비된 상태에서 장기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며 안전을 강조했다.

■최고의 동굴 다이빙 포인트, 팔라우 블랙홀

블루홀 바닥의 블랙홀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
세계적인 동굴 다이빙 포인트라면 미국 플로리다 해변과 멕시코 칸쿤지역이 꼽힌다. 우리나라와 가까이 있는 곳으로는 팔라우의 블랙홀(Black hall)이 대표적이다. 블랙홀로 들어가는 입구는 블루홀(Blue hall)이라 불리는 수심 30m에 이르는 수직 동굴 바닥에 있어 접근이 어렵다. 멋모르고 블랙홀 안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다이버들로 인해 블랙홀은 ‘죽음의 동굴’ 또는 ‘저승으로 통하는 창’이라 불리기도 한다. 블랙홀로 들어가는 입구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지만 동굴 안은 상당히 넓다. 블랙홀 안은 암흑의 공간이다. 동굴 바닥의 수심은 42m이며 총연장은 100m에 이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수중랜턴으로 비추면 기기묘묘한 동굴 구조가 눈앞에 드러난다. 중간쯤 가면 바닥에 세 마리의 바다거북 뼈가 흩어져 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온 바다거북이 출구를 찾지 못해 질식사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10년 전 블랙홀을 찾았을 때 두 마리이던 것이 올해 5월 탐사 때 확인하니 세 마리로 늘었다.

블랙홀 안에서 발견한 바다거북의 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가자 멀리서 희미한 푸른빛이 보였다. 푸른빛은 다가갈수록 점점 선명해지며 눈과 마음을 정화시켰다. 블랙홀은 입구의 검은 창과 출구의 푸른 창으로 이어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보는 방향에 따라 검은 창이 푸른 창이 될 수 있고 푸른 창이 검은 창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삶이란 게 어두운 동굴 속에서 헤매는 과정일지 모른다.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은 푸른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마주할 수 있지만 희망을 버린 사람은 검은 창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조난했던 태국 소년들이 생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글·사진=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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