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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집’을 이고 다니는 이 남자, 그의 집이 궁금하다

일본 예술가 무라카미 사토시, 23일까지 ‘집의 동사형’전 열어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7-11 18:54:3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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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만든 작은 집 짊어지고
- 부산 곳곳 다니며 야외서 지내
- 주변 풍경, 시민 반응이 곧 전시

- 건축 전공했지만 대지진에 충격
- 고정된 공간에 회의감 갖게 돼
- 거주에 관한 새로운 생각 전파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9일 오전, 부산근대역사관(중구 대청동) 앞마당에 ‘수상한 집’ 한 채가 있었다. 성인 한 명 겨우 들어갈 크기의 모형 주택으로 벽체, 창문, 지붕까지 갖춰 진짜 집 같았다. 밖에서 인기척이 나자 집에서 사람이 나왔다. 반팔 티셔츠, 반바지 차림의 젊은 남성이다. 노숙인이나 이상한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기에 비 오는 야외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걸까.
   
일본 예술가 무라카미 사토시 씨가 자신이 제작한 작은 휴대용 집을 부산 중구 부산근대역사관 앞마당에 설치했다. 그는 오는 23일까지 부산 곳곳에서 휴대용 집에서 임시로 거주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주인공은 일본인 예술가 무라카미 사토시(30) 씨다. 그는 지난 5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신이 제작한 ‘집’을 이고 부산 곳곳을 걸어서 이동하며, 어떤 장소에서는 2, 3일 정도 실제로 거주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일명 ‘집의 동사형(Migratory Life)’ 전이다. 이 퍼포먼스는 ‘2018 동아시아 문화도시, 부산’ 프로그램의 하나다.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부산과 일본 가나자와 간 예술교류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 추천한 예술가 무라카미 씨가 부산현대미술관의 도움을 받아 부산에서 퍼포먼스를 벌인다. 흔히 미술관에서 보는 회화나 조각, 영상·사진 작품이 아니라서 낯설지만, 무라카미 씨와 부산 시민의 예상치 못한 만남, 그에 따른 반응 자체가 전시의 한 부분이다.

무라카미 씨가 ‘이주 생활’ 퍼포먼스를 시작한 건 4년 전이다. 2014년 4월 자신이 만든 집을 이고 도쿄에서 무작정 북쪽으로 걸었다. 곧 무더운 여름이 닥치기에 북쪽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사, 주차장, 목욕탕 앞 등 주인의 허락을 얻은 공간에 집을 놓고 거주하다 다시 집을 옮기는 생활을 2년간 지속했다. 북쪽으로 아오모리, 남쪽으로 미야자키까지 갔다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스웨덴에서 열린 오픈 아트 비엔날레에 참여해 한 달 동안 현지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는 지금도 1년의 반은 자신이 제작한 집에서, 반은 일반적인 아파트나 스튜디오에서 산다.

그는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졸업하던 해(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졸업식을 못 할 만큼 일본 사회의 충격이 컸다. 무라카미 씨는 TV 뉴스에서 쓰나미에 쓸려 집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을 보고 토지 위에 고정된 집을 짓기 위한 지금까지의 공부에 회의를 느꼈다. 토지에는 벌레도 짐승도 사는데 사람이 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환상 아닌가. 자동차와 자전거를 임시로 두는 장소는 있는데 왜 집을 임시로 두는 공간은 없는가. 그는 “휴대형 집을 짓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구상했지만, 교수에게서 ‘원하는 클라이언트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엉겁결에 아티스트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라카미 씨가 일본 현지에서 펼친 ‘이동생활’ 퍼포먼스. 무라카미 사토시 제공
그가 만든 집은 프레임은 나무, 외부는 스티로폼이다. 길이 180㎝, 폭 100㎝, 높이 150㎝로 잘 때는 다리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작다. 일본 전통 집 양식대로 처마를 길게 빼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무게는 10㎏이라 들고 다니기 어렵지 않다. 짐은 옷가지와 노트북, 휴대전화 정도로 간소하다. 전기는 태양광 패널로 얻는다. 화장실·목욕탕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집에서 사는 생활은 어떨까. 그는 “먹는 건 편의점이나 식당을 이용하면 되는데 화장실·목욕탕 이용과 쓰레기 배출이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일정 장소에 자리 잡으면 일대의 공중화장실, 공중목욕탕 위치를 파악한다. 그러면 화장실, 목욕탕까지 범위가 모두 그의 집이 된다. 모든 것이 내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발상이다.

무라카미 씨의 퍼포먼스는 일본에서 꽤 알려졌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집을 툭툭 치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건물이나 공간에 초청하거나 찾아와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올리는 사람도 많다.

부산 시민에게는 낯선 그의 퍼포먼스는 앞으로 남구·해운대구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배를 타고 와 부산 서쪽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이동한다. 부산시청, 남구청을 거쳐 앞으로 해운대 쪽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확실한 계획 없이 그때그때 유연하게 이동하며 ‘거주’와 ‘거주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전하려 한다. 무라카미 씨는 “부산 시민이 자기 공간에 초대해준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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