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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27> 함양 마천 서암정사

지리산 동굴 법당에 펼쳐진 화엄세계 … ‘경남의 석굴암’

  • 김인수 기자
  •  |   입력 : 2018-06-06 19:30:4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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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7~8m 석굴법당 들어서면
- 자연석에 새긴 아미타부처님
- 8대 보살·10대 제자·사천왕 등
- 사방·천장 암벽 빈틈없이 빼곡
- 사찰 전체가 하나의 조각공원

- 15년 제작한 화엄경 금니사경
- 전시회서 서예가들도 호평

경남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 둘레길 함양안내센터에서 비경을 간직한 지리산 칠선계곡을 따라 2㎞가량 가다 벽송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돌기둥과 함께 석굴법당인 서암정사를 만난다. 지리산 연하봉을 마주하고 선 돌기동은 서암정사 일주문을 대신한다.
   
서암정사의 백미 석굴법당. 60㎡가량의 넓이에, 높이 7~8m 석굴법당 내부 모습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함양군 제공
사찰 입구 대방광문 우측에는 집채만 한 바위에 거대한 사천왕상이 조각돼 있다. 사천왕문을 통해 사찰로 들어가면 대웅전이 나오고 대웅전 뒤로 석굴법당이 있다. 첫인상은 잘 꾸며놓은 정원 같은 느낌이다.

법당을 나와 다시 산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비로전이 있다. 맞추기 블록을 쌓아 놓은 듯 엄청난 규모의 바위들, 그리고 그 바위에 각인된 보살들의 섬세한 미소와 표정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찰 전체가 하나의 조각공원이다. 1960년 초 빨치산의 야전병원이던 벽송사를 중창했던 원응 큰스님이 20여 년째 진행한 원력 불사의 결정체다.

■제2의 석굴암

   
서암정사 주지 금산 스님이 아자형(亞字形) 대웅전 지하에 있는 금니사경 전시관에 보관돼 있는 화엄경 80권 본 사경 등 소장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함양군 제공
서암정사의 백미는 석굴법당이다. 석굴법당 출입문은 정남향의 정문과 서남향의 안양문 등 2개다. 극락으로 통하는 문이란 의미의 안양문을 여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비좁은 곳에 무슨 공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잠시, 60㎡(20평)가량의 넓이에, 높이 7~8m쯤 되는 석굴법당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바닥을 제외한 사방과 천장 암벽에 아미타부처님을 비롯한 8부 신중과 10대 제자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구름을 타고 가는 비천상과 10장생도 보는 이로 하여금 환희심에 젖게 한다.

조각된 상을 가져와 짜 맞춰놓은 게 아니다. 사천왕상처럼 자연석에 하나하나 조각을 한 것이다. 원응 큰스님의 원력과 석공의 노력으로 조성됐다. 석공의 솜씨를 형언할 길이 없다. 그저 압도될 뿐이다. 대자연이 빚어낸 동굴의 자연 암반에 하나하나 조각한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제2의 석굴암’ ‘경남의 석굴암’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처님을 중앙에 모시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그리고 8대 보살과 10대 제자, 나한, 사천왕 등은 물론 용, 연꽃 조각이 벽과 천장 전체를 빈틈없이 빼곡히 채우고 있다. 입구 제일 안쪽에 있는 지장보살이 든 지팡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섬세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최고의 사경 금니사경

아자형(亞字形) 대웅전 지하에 있는 금니사경(金泥寫經·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불경을 베껴 쓴 경문) 전시관은 서암정사의 또 다른 볼거리다. 이 중 ‘화엄경 80권 본 사경’은 원응 큰스님이 1985년부터 시작해 15년의 노력 끝에 완성한 대작으로, 여말 이후 단절된 금니사경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엄경 전문 59만 8000자를 한지에 하나씩 옮겨쓰는 데 4년, 감지(감지 닥종이)를 그 위에 덧대고 금니(금가루와 아교)로 이를 다시 적는 금사에 6년, 마무리에 5년이 걸렸다 한다. 금니 화엄경은 병풍형 책자 형태로 14~16m 크기의 병풍 80권이며, 전체 길이는 1300m에 달하는 대작이다. 작업에 든 금은 신도들이 지원했고, 닳은 붓의 수만 60자루에 달한다. 참선하면서 적게는 하루 2~3시간씩 많게는 8시간씩 작업을 계속하는 바람에 한때 실명에 가까울 정도로 시력을 잃기도 했다.

이 작품은 국제신문과 대구문화예술회관, 서울 예술의전당 등에서 전시회를 해 당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대만 전시회와 2008년의 중국 상해 전시회는 서예가들로부터 글씨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함께 보관된 서화 200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전쟁 원혼 달래고 남북통일 기원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다. 수많은 수행자의 도량이자 빨치산의 은신처가 되기도 했다. 수행자들의 발길이 잦았던 만큼 지리산에는 역사가 깊은 사찰이 즐비하다. 이 가운데 서암정사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위로하는 사찰로 이름이 높다.

빨치산 남부군 이현상 부대가 섬멸되고 이현상이 사살된 곳도 바로 여기다. 전쟁으로 이곳 일대에서만 7300여 명이 희생됐다.

서암정사의 역사는 인근에 있는 벽송사부터 시작된다. 벽송사는 6·25전쟁 이후 지리산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돼 결국 전투 중에 사찰 전체가 불에 타 없어지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원응 큰스님은 40여 년간의 원력 불사로 벽송사를 중창했다. 서암정사는 원응 큰스님이 벽송사의 500m 아래에 6·25전쟁의 참화로 희생된 무수한 원혼의 상처를 달래고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89년부터 20여 년간 불사를 진행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서암정사 주지 금산 스님은 “석굴법당은 원응 큰스님이 직접 밑그림을 그리는 등으로 20여 년에 걸쳐 조성했다. 법당이 자연동굴이어서 한여름에는 26도 겨울에도 10도의 온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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