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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22> 합천 청량사

해인사 명성에 가려 폐사로 방치되다 부활한 ‘천년의 안식처’

  • 이민용 기자
  •  |   입력 : 2018-03-28 18:55:3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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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산 남산 제일봉 등산로 위치
- 석가여래좌상·석등·삼층석탑
- 3개 보물 일직선으로 완벽 배열
- 일주문 대신 설영루가 대문 역할
- 성철스님이 명명한 고심선원서
- 스님들 참선·정진하며 수행

- 명상 체험 등 프로그램 세분화
- 일반 불자들도 수행도량 활발

경남 합천 지역은 불교 성지로 불리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사찰이 즐비하다. 이 사찰마다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를 갖고 있어도 법보 사찰인 해인사의 명성에 가려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매화산 남산 제일봉 등산로에 자리한 청량사(淸凉寺)도 그중 한 곳이다. 청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 12교구의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다.
   
청량사 경내에는 사찰의 전통양식인 ‘일 가람 일 탑’에 따라 대웅전과 석등, 석탑이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배열돼 있다.
■ 또 다른 이름 ‘천불산’

청량사로 가는 길은 등산객이 붐비는 곳이어서 비교적 찾기 쉽다. 가야면사무소에서 해인사 홍류동 계곡 방향으로 2㎞ 정도 가다 왼쪽에 보이는 황산 2구 마을로 들어가면 된다. 마을 입구인 근민교를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2㎞ 쯤 가면 주차장과 화장실을 갖춘 등산로를 관리하는 가야산 탐방지원센터를 만나게 되고, 다시 300m 정도 더 올라가면 청량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인사가 가야산을 병풍처럼 둘렀다면, 청량사는 매화산을 병풍으로 삼았다. 매화산은 가야산 지맥으로 가야남산이라고도 부른다. 불가에서는 1000명의 부처님상이 산을 덮고 있는 모습과 같아 천불산(千佛山)으로 불리고 있다. 청량사 입구 표지석에 ‘매화산 청량사’가 아닌 ‘천불산 청량사’라고 새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청량사 창건 시기는 현재까지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삼국사기에 신라 문장가인 최치원이 청량사를 즐겨 찾았다는 기록과 주변에 산재한 다양한 석물(石物)로 미뤄 신라 말기 이전인 9세기 경에 창건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해인사보다 더 이전에 창건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해인사 명성에 가려져 청량사는 오랫동안 폐사로 방치됐다. 조선시대 들면서 순조 11년(811년)에 회은선사가 3칸의 법당과 요사채를 지어 중건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에도 청량사는 명맥만 유지하다 1990년 현재 주지인 원타 스님이 중건 작업에 나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완벽한 보물의 배치

   
일주문과 사천왕상을 대신해 청량사 입구에 세워져 있는 설영루 전경.
이처럼 청량사의 역사로 볼 때는 천년고찰이지만 대웅전 등 전각 대부분 근래에 들어 중건된 만큼 고색창연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청량사가 전통사찰로 명성이 높은 것은 3개의 보물 때문이다. 청량사 대웅전과 마당에 일직선으로 배열된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65호), 석등(보물 제253호) 삼층 석탑(보물 제266호)이 그것이다.

입구를 지나 처음 마주치는 건물이 설영루(雪影樓)다. 청량사는 일주문과 사천왕이 없다. 열반의 꽃과 새를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은 이 누각이 대문 역할을 한다. 설영루를 통과하면 널찍한 마당 정면으로 석축이 보이고, 좌우로 일반인의 수행을 위한 적연당과 상락당이 있다. 정면에 보이는 석축 위가 대웅전이 있는 곳이다. 가파른 산세에 자리한 탓에 청량사는 모두 3단으로 절터를 만들었다. 청량사에서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자리한 대웅전은 단아한 팔작지붕에 세밀한 단청이 매화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웅전에 모셔진 석조석가여래좌상은 높이 210㎝ 규모의 석불좌상이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 불상과 비교해 낮아진 육계, 짧은 코와 작은 입, 단아한 표정 등 현실적 사실주의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석굴암 불상과 함께 통일신라 시대 불상 양식 전개에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대웅전 마당에는 석등과 3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청량사가 불교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대웅전 불상과 석등, 삼층 석탑으로 이어지는 일직선 배열이 완벽하기 때문이다. 사찰은 석불과 더불어 ‘일가람 일탑’ 양식을 갖춰야 하는 데, 청량사처럼 문화재로 등록된 석불과 석등, 석탑이 일직선으로 제 위치를 지키는 사찰을 찾아 보기 쉽지 않다.

■ 전통과 현대의 수행도량

청량사는 천년고찰의 명성과 문화재, 그리고 통일신라 말기 대문장가 최치원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불자들의 수행이 활발한 수행도량으로도 명성이 높다. 청량사의 ‘템플스테이’는 두루뭉술한 체험이 아닌 수행, 명상, 체험 등 프로그램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절집의 생활과 수행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생활과 수행 공간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설영루 마당에 있는 적연당은(寂然堂)은 일반인이 수행하는 곳이고, 상락당(常樂堂)은 일반인이 수행 기간 머물고 식사를 하는 생활관이다. 통상 1박 2일에서 2박 3일로 진행되지만, 주지스님 상담을 거쳐 연장할 수도 있다.

대웅전 옆 고심선원(古心禪院)은 스님들이 참선하고 정진하는 곳이다. 고심선원은 현대 불교에 큰 발자취를 남긴 성철 스님이 손수 이름을 지었다. 성철 스님은 상좌였던 원타 스님이 청량사 중건에 나서자 ‘천년 전의 부처님을 모신 곳에서 바른 삶의 눈을 뜰 것’을 강조하며 선원의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이 밖에 옛 대웅전을 활용해 만든 약광전과 작은 수행처인 고경대, 마음을 맑히는 물을 담아두는 수각인 용심정 등이 단아하면서도 정갈하게 배치돼 절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이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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