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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18> 고성 문수암

사찰 앞으로 펼쳐진 한려수도 비경… 4대 문수보살 기도성지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17 19:10:5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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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암절벽에 선 1300여년 고찰
- 남해안 ‘3대 바다풍광’ 유명세

- 지혜·깨달음 문수보살 모셔
- 수험생 부모들 시험합격 기도
- 걸인이 인도했다는 창건설화
- 바위틈새 부처 보인다는 설도

경남 고성군 상리면 무이산(549m) 정상 아래 자리 잡은 문수암은 바다 풍광으로 유명한 보리암(남해)과 향일암(여수)에 견줘 결코 떨어지지 않는 조망을 자랑한다. 그래서 남해안 ‘3대 바다 풍광’이 빼어난 사찰 중 하나로 불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성 자란만 일대의 한려수도 비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사찰 앞으로 해안 경관이 있다면 뒤로는 기암절벽이 명물이다. 대웅전 뒤편으로는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어떻게 이런 절벽 아래에 암자를 세웠을까, 천혜의 요새 같은 느낌이다.

문수암은 신라시대 신문왕 8년(688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13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사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의 말사이다. 소가야 옛 도읍지 고성에서 전통과 맥을 이어오는 사찰 중 유난히 발길을 끄는 곳이 바로 문수암이다.
   
깎아지른 백척간두 절벽 아래 터를 잡은 문수암은 정면으로 고성 자란만 일대의 한려수도 비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천혜의 요새이다.
■바다를 담은 최고 절경지

고성읍에서 진주·사천방면으로 국도를 타고 20여 분 달리면 왼쪽에 문수암 이정표가 나온다.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 오르면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첫인상은 깎아지른 절벽 아래 2층 건물이 다소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건물을 끼고 돌계단을 오르면 문수암이 왜 유명한 사찰인지 금방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보는 풍광은 압권이다. 탁 트인 하늘과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져 있는 바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고 정신이 맑아지며 잡념이 사라진다.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관광객과 등산객이 문수암을 고성 관광 필수코스로 꼽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1000개의 불상을 모신 천불전이 먼저 탐방객을 맞이한다. 천불전을 끼고 오른편으로 오르면 종무소와 스님이 기거하는 요사채, 법당인 대웅전이 눈에 들어온다. 요사채와 대웅전은 절벽 바로 밑에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 옆 계단을 내려가면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우물을 만난다.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우물이 신기하고 경이롭게 느껴진다. 대웅전 왼편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제일 높은 곳에 자리잡은 독성각이 눈에 띈다. 혼자 깨우침을 얻기 위해 스님들이 득도하는 곳이다. 천하 절경이라 저절로 득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출 명소로도 유명한 문수암은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잠시나마 자신을 내려놓고 고요함과 사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사찰이다.
   
문수암에서 내려다본 인근 사찰인 보현사 약사전과 고성 자란만 일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실감나는 명소이다.
■대한불교 4대 문수보살

문수암은 문수보살을 모신 사찰이다. 문수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살이다. 수능이나 시험을 앞둔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치성으로 기도를 드리는 사찰로 유명하다.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상원사, 충북 영동의 백화산 반야사, 서울의 북한산 문수사와 함께 대한불교 4대 문수보살 기도성지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 법당 뒤에는 설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바위 틈새가 있다. 유심히 살펴보면 문수보살의 얼굴과 비슷한 모습이 바위에 그려진 것처럼 보인다. 날이 흐리고 볕이 약하거나 덕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바위 틈새에서 정성으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해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찰 한쪽에는 일반 신도들의 성금으로 이 절에서 수도한 청담 스님의 사리를 봉안해 세운 ‘청담 대종사 사리탑’이 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야외 불상을 모시고 있다. 사찰에서는 이곳을 전망대로 꾸며 놓아 탐방객들이 언제나 즐겨 찾는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광이 제일 빼어나기 때문이다.

창건 이후 문수암은 수도 도량으로서 수많은 고승을 배출했다. 산명이 수려해 삼국시대부터 해동의 명승지로 유명했으며 특히 화랑도 전성시대에 화랑들이 무이산에서 심신을 연마했다고 전해진다.

■산수도장 창건 설화

문수암은 창건 설화도 유명하다. 의상대사가 남해 금산으로 기도하러 가던 중 고성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꿈속에서 한 노승이 나타나 “내일 아침에는 걸인을 따라 금산 아닌 무이산으로 먼저 가라”고 말했다. 다음날 무이산으로 향하는 걸인을 따라 산에 오르자 눈앞에 보석 같은 수많은 섬이 반짝였고 웅장한 바위가 나타났다. 이때 걸인이 바위 틈새를 가리키며 “저곳이 내 침소다”며 또 다른 한 걸인과 손을 잡고 사라졌다. 의상대사가 그 틈새를 살펴보자 걸인이 아닌 문수보살상만 보였다. 꿈속의 노승은 관세음보살이고 두 걸인이 문수와 보현보살임을 깨달은 의상대사는 “이곳이야말로 산수도장”이라고 예찬하면서 문수암을 세웠다고 한다. 그로부터 1300년이 훌쩍 지났다. 중창 및 중건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지만 현존하는 사찰은 사라호 태풍 때 건물이 일부 붕괴된 뒤 지어진 현대식 사찰이다. 그래서 일부 건물은 콘크리트 포장을 했는데 전통사찰로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문수암은 일설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가기 전 오려고 했던 곳이었다. 고성이 고향이었던 측근 허문도 씨가 이곳을 천거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해온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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