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적 난관에 꿈 포기하려다
- 농사 짓는 부모님 격려 힘입어
- 방송 출연, 소중한 동료 얻어
- “풍부한 팀 하모니 만들고 싶다”
- 내년 2월 부산서 콘서트 개최
“지난해 12월 22일, 날짜도 선명해요. 그렇게 좋아했던 노래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날이거든요. 성경 시편으로 된 찬송가를 들으며 정말 많이 울었어요. 이후 호주로 기술 이민을 가려고 준비하는데 아버지께서 부산시립합창단 채용 정보를 주시며 시험이라도 한번 보라셨고, 비상임으로 합격했어요. 그래서 이민 준비는 접고, 마지막으로 1년만 노래에 모든 걸 쏟아부은 뒤 부모님께서 지으시는 농사를 이어받겠다 마음먹었죠. 그래서 ‘팬텀싱어2’에도 도전했는데 여기서 평생 함께할 동료를 만났어요. 앞으로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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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프로그램 ‘팬텀 싱어2’에 출연해 농부 테너로 큰 인기를 얻은 정필립 씨가 새로 품은 음악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
지난 3일 종영한 JTBC ‘팬텀싱어2’에서 탄탄한 실력과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테너 정필립(29) 씨의 말이다. 남성 크로스오버 4중창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지난 8월부터 석 달 동안 매주 금요일 밤 안방을 명곡으로 물들이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최종 라운드는 방청객 투표로 순위가 결정됐는데, 정 씨가 속한 ‘미라클라스’는 2위에 올랐다.
최종 단계에 진출한 세 팀은 다음 달 3일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에 들어간다. 밤낮 연습으로 바쁜 정 씨는 최근 한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맺고 음악인으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한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해온 그는 부산의 브니엘예고 재학 중 이탈리아로 가서 2년 동안 음악을 공부하다 한국에 돌아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에 진학했다. 안정된 실력을 갖춘 그조차도 예술을 하면서 생활도 꾸려야 하는 현실적 고민을 피할 수 없었다. 졸업 후 뚜렷한 일이 없던 그는 행사장에서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하나 싶더라고요. 마음 다잡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갔는데, 안 좋은 사건이 잇따라 터져 결국 돌아오게 됐죠. 정말 노래와 인연이 닿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팬텀싱어2’에서는 뜻깊은 성과도 거두고 소중한 동료도 얻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베테랑 프로듀서, 동고동락한 제작진 모두와 두터운 우정을 쌓았다. 특별히 아껴줬던 윤상 프로듀서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이제 목표는 ‘미라클라스’의 꾸준한 활동이다. 그는 “팀 활동을 잘 해나가려면 각자 음악이 탄탄해야 된다”며 “성악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오페라와 클래식 무대에 서면서, 크로스오버 장르로도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나가고 싶다. 모두 잘 돼서 더욱 풍부한 하모니를 만들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미라클라스’는 내년 2월 콘서트로 부산을 찾는다.
김해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을 지금도 돕는 정 씨는 ‘팬텀싱어2‘ 경연 내내 ‘무공해 매력’을 발산하며 ‘농부 테너’라는 별명을 얻었다. 헤벌쭉 웃는 순수한 매력과 ‘뿌사지며 단련되는 거다’는 오뚝이 같은 모습이 ‘농부 테너’라는 별명과 함께 특히 돋보이는 그의 장점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부모님을 닮은 별명 같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큰 사람이 될 거라고,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믿음이 저의 가능성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감을 만들어줬죠.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부모님께선 모든 것을 주셨고, 그래서 결국 ‘죽은 꿈’을 되살린 것 같아요. 꿈을 잃어 힘든 이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