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으로 반죽한 둥근 도우
- 장작 사용·화덕 온도까지…
- 8가지 조건 갖춰 이탈리아 인증
- 현지인 2명이 직접 만들고
- 밀가루 소금 이스트도 공수
- 담백 깔끔한 '마르게리따'
- 쫄깃 고소한 튀김피자 '프리타'
- 맥주와 환상궁합에 특히 인기
피자를 생각하면 토핑에서 치즈가 줄줄 흘러내리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토마토 소스와 짭짤한 치즈맛도 생각난다. 요즘은 새우, 불고기, 불닭 등 정말 다양한 재료를 토핑으로 다 쓴다. 하지만 진짜 나폴리 피자는 이런 다양한 토핑과는 거리가 멀다. 정통 나폴리 피자는 시큼하고 진한 토마토와 구수한 도우, 감칠맛 나는 치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탈리아에서 인증받은 진짜 나폴리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라 필리아 델 프레지덴테'을 찾았다. 이 상호는 이탈리아 말로 '대통령의 딸'이라는 뜻이다.
| |  |
|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화덕에 이탈리아인 직원이 마르게리따 피자를 굽고 있다. 화덕의 온도가 480도여서 순식간에 익는다. |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피자 장인 에르네스토 까시알리는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의 방문을 받았다. 그걸 기념해 대통령이라는 뜻의 '일 프레지덴테'라는 피자가게를 운영해 왔다. 까시알리의 딸 마리아 까시알리가 이런 아버지의 노하우를 이어 운영하는 가게가 '라 필리아 델 프레지덴테'다. 이 가게의 메뉴를 부산으로 가져와 가장 기본적인 피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제상경 대표는 "부산에서도 맛의 변화가 없을 간편한 피자들만 도입했다"며 "피자를 만들어 화덕에서 구울 때까지 70여 초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진짜 나폴리 피자로 인증을 받으려면 8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기화덕은 금물이며 반드시 장작 화덕을 사용해야 한다. 온도는 485도. 피자 도우는 둥근 모양으로 반죽도 손으로 해야 하며 두께는 2㎝ 이하여야 한다. 피자의 가운데는 두께 0.3㎝를 넘으면 안 되고 촉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토핑은 토마토 소스와 치즈를 사용한다. 이 8가지가 제대로 지켜져야 베라 피자(vera pizza·진짜 피자)로 인증받을 수 있다. 이 가게도 이탈리아까지 가서 인증을 받아왔다. 이탈리아 현지 직원도 두 명 데려와 직접 피자를 굽는다.
밀가루, 소금, 이스트, 물만으로 만드는 피자 도우가 신기하다. 왜 이탈리아 밀가루를 고집하느냐고 제 대표에게 물었다. "나폴리 피자는 485도의 화덕에서 몇 십 초 만에 구워낸다. 일반 밀가루를 쓰면 그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다 타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까푸토 밀가루는 반죽을 만들어 화덕에 넣었을 때 그 열을 견딜 수 있도록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화덕에서 타지 않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쫄깃한 식감을 준다." 소금과 이스트는 물론 화덕도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참나무 장작과 톱밥으로 피자를 구어 본토 맛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고 제 대표는 설명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마르게리따 피자로 나폴리 피자의 기본이다. 토핑은 토마토 소스, 치즈, 바질 세 가지뿐이다. 그런 만큼 담백하고 깔끔하다. 첫 맛은 시큼하면서 진한 토마토 맛이고 씹을수록 피자 도우가 구수하다. 4조각으로 잘려 나오는 피자를 하나 떼서 양끝을 마주보게 접은 뒤 씹으면 향긋하고 상큼하다. 토마토도 한국과 달라서 더 시고 진한 맛을 낸다.
| |  |
| 피자를 반으로 접어 해바라기씨유에 튀겨낸 피자 프리타. 고소하고 쫄깃하다. |
이와 함께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피자 프리타. 피자를 만들어 반으로 접은 뒤 해바라기씨유에 튀겨낸다. 튀김 피자로 생각하면 된다. 화덕이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워낙 비싸다 보니 화덕없이 피자를 만들려고 개발한 피자다. 모양은 큰 만두 같은 반달 모양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리코타 치즈와 햄이 약간 들었다. 튀겨서 느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마치 우리나라 찹쌀떡을 얇게 만들어 튀긴 것처럼 부드럽고 쫄깃하며 고소하다. 리코타 치즈의 신맛이 기름기를 잘 잡아 자꾸 손이 간다. 피자 프리타의 도우나 마르게리따의 도우는 같은 것을 사용한다. 12~24시간 숙성시켜 반죽 자체가 아주 무르다. 그래서인지 소화도 잘된다. 두 가지 피자 모두 맥주와도 궁합이 좋다.
피자는 고급 요리가 아니다. 서민들이 가볍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가게를 처음 낼 때부터 이탈리아 피자 장인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야 보다 많은 사람이 진짜 나폴리 피자를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 대표는 가격에서도 대중성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051)741-9266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