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APEC 나루공원은 생명존중 열기로 생기가 넘쳤다. 행사장 입구에는 참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가득 찼고 야외무대에서는 제각각 색깔 있는 예능단체의 음악공연이 펼쳐져 관중들의 박수를 받고 있었다.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최근 열린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장 현장 모습이다.
연간 1만4427명, 하루 평균 39.5명.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6분마다 1명 꼴로 소중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이 못난 현실을 새삼 자각하고 우리 모두 마음을 나누며 생명존중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네 번째 자살예방 캠페인 행사가 열렸다. 이날 초승달도 건너편 아파트 옥상에 걸쳐 밝게 비추며 걷기 행렬을 응원하고 있었다. "절망이라는 어두운 터널에 놓였을 때 상실감과 좌절감은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 옵니다. 우리는 그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는 외침이 아닌 기꺼이 곁에 다가가 빛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함께 걷고자 합니다."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해 걷습니다.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걷습니다.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을 위해 걷습니다. 가족과 지인의 자살로 극심한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걷습니다. 우리가 당신 곁에 함께 걷습니다." 캠페인처럼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길을 걸으며 몇 번이나 되뇌고 곱씹었다. 오후 7시부터 시작한 총 46㎞의 걷기는 다음 달 동이 튼 6시40분에야 끝나 말 그대로 '해질녘부터 동틀 때까지'였다.
이날 참가신청서를 작성한 사람은 모두 3900명, 행사 안내역인 서포터즈는 310명, 격려 내빈은 김석준 교육감을 비롯한 90여 명이었다. 지붕과 울타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음지의 단칸방에 사는 사람이나 고층아파트 넓은 평수에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밤길은 있다. 닥친 인생의 밤길에서 잘못된 길을 걷거나 오래 머물지 않도록 나와 내 주변을 살펴보자. 국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함께 나눠 어머니 같은 심정으로 감싸고 기다리고 힘이 돼 주었으면 한다.
주경중 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