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n unto God(하느님은 안다)."
최근 부산박물관에 간 김에 근대문화재(제 359호)로 지정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박물관에서부터 UN조각공원, 평화공원, 부산광역시 수목전시원으로 이어진 녹색띠로 묘하게 둘러쳐져 있어 역사적 시설물뿐 아니라 도심의 녹색 지대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엔기념공원 주묘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1만1000명의 유해 안장으로 꽉 찼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유해가 본국으로 이장되고 현재는 2300명의 유해가 쉬고 있다. 과거보다 지금은 참전국을 상징하는 국기와 잘 정제된 구조물이 공간을 조화롭게 채우고 있다. 묘지 명판을 받치고 있는 시멘트 바닥도 은은한 대리석으로 바뀌어 한층 품격을 갖췄고 묘역을 감싸고 있는 수목들은 지내온 세월만큼이나 성숙해 있었다. 오로지 변하지 않은 것은, 넓은 묘역에 내려쬐는 뙤약볕과 묘의 주인을 새긴 묘지명판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3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국가별 묘역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따가운 햇볕과 지열로 지칠 때쯤 'known unto God'가 무엇이냐는 동행했던 초등학생들의 질문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했다. 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전사한) 영국군에 대한 우리식의 '무명용사의 묘' 였다. 한국군에는 무명용사를 'unknown'으로 표현하는 것을 영국군은 'known unto God'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때 초등학생들에게 우리문화와 영국문화의 다름을 설명하는데 꽤 공을 들였던 기억이 났다.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떠올랐던 문장인 'known unto God'은 하느님은 안다는 뜻이다. 우리 일상을 실제로 신이 보고 알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제일 불편할 것 같다. 입만 벌리면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 '남는 것이 없다'는 상인, 약자에게만 군림하는 권력자, 갑질하는 자, 전관예우자, 등쳐먹는 자, 음모자, 고리대금업자, 차명계좌 소유자 등이 매우 불편할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합의 제정한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할 시행령도, '국회법'의 개정을 계기로 보여준 정치권의 행태도 '신이 알고 있다'면 이렇게 할 수 있나 싶다.
'인명재천'이라 하면서도 '하늘의 뜻은 곧 백성의 뜻'이라고 하면서도 정치권이나 권력자들은 왜 이를 거슬리려는 것일까. 있는 자, 가진 자, 권력자는 왜 없는 자와 약한 자를 무시하는 걸까. 마음을 찍는 CCTV가 있다면 좋겠다.
주경중· 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