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부산의 요리사들 <18> 남포동 삼송초밥 주강재 요리사

반세기 넘는 명성 이어갈 '남포동키드' 후계자에게 거는 기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4-10 18:59:09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960년대 남포동서 개업 전통 지켜와
- 54년, 60년 경력 어르신들께 수업받아
- 풍부한 요리적 자산에 노력 더하는 중

부산의 근대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일본음식이다. 1876년 부산항의 개항과 더불어 많은 일본인이 부산에 정착했다. 그들에게 부산은 대륙침략의 거점이자 기회의 땅이었다.

부산은 빠른 속도로 근대화 되었으며 일본문화가 여과 없이 확산되었다. 식민지 수도였던 경성(서울)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서울은 한국전쟁으로 그 흔적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부산은 달랐다. 개항 이후 뿌리내린 일본음식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산의 식문화에 직간접인 영향을 미쳤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일본으로부터 식재료의 수입이 용이한 지역적 특징 또한 한몫 거들었다. 부산에는 일식집이 유난히 많았고 개중에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곳 또한 적지 않았다.

70~80년대 부산서 이름 꽤나 날리던 대부분의 일식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삼송초밥 만큼은 예외다. 1960년대 초에 남포동에서 시작한 삼송초밥은 반세기에 걸쳐 여전히 과거의 명성과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때로 음식은 역사의 흔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화석 같은 역할을 한다.

일본식 김밥인 '후토마키', 밥위에 덴푸라를 올린 '덴동', 따뜻하게 데운 청주에 참복의 지느러미를 넣은 '히레사케', 복어 살만 발라내 간장에 조려 자연건조 시킨 '복어포' 등은 삼송초밥을 대표 메뉴들이다. 식재료가 풍부해지고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그 대부분이 변형되었지만 삼송초밥은 50년 세월동안 고집스레 원형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후토마키를 한번 보자. 김과 밥 외에 4가지 재료가 들어가는데 그 각각을 준비하는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오보로'는 광어살을 쪄서 빻아 채로 거른 뒤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건조시킨다. '간뾰'는 박고지를 말려 간장에 조린다. 달걀말이는 인위적으로 부풀리지 않고 100~120겹으로 부피를 늘인다. 푸른 채소는 계절에 따라 그 선택을 달리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줄의 김밥이 완성된다. 이처럼 원칙에 충실한 후토마키는 일본에서 조차 만나기 쉽지 않다.

삼송초밥이 이렇듯 전통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사람의 힘이다. 54년 째 현역인 조승길(74) 주방장은 부산 일식 요리사들 가운데 최연장자이며, 지금은 은퇴하고 가끔 일손을 돕는 조환영(76) 씨는 무려 6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일식 요리사다. 요령을 모르고 오로지 한 길을 걸어 온 그들의 장인정신 덕분에 부산 식문화의 귀중한 자산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주강재(34)는 이 쟁쟁한 어르신들 밑에서 주방의 막내로 요리사 수업을 받고 있다. 삼송초밥의 2대째로 앞으로 음식점을 물려받을 처지이긴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경력 8년 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 요리사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적잖은 의미가 있다. 남포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강재는 전형적인 '남포동키드'다. 삼송초밥을 운영하는 부모님 덕분에 원도심의 중심인 남포동의 쇠퇴와 부활을 누구보다 근거리에서 체득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자갈치시장의 중도매인으로 해방 이후 자갈치시장 부흥을 견인했다. 그의 고모는 여전히 자갈치시장에서 가업을 잇고 있다. 덕분에 바다 생선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경력자 못지않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

가업을 잇는 후계자들의 사례를 보면 처음부터 그것만이 유일한 선택인 경우는 드물다. 나름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다른 선택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비켜가지는 못 하고 결국엔 그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돌아 온 주강재는 영어학원에서 토익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얼핏 요리와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은 듯 보이지만 그 역시 운명을 완전히 거스르지는 못했다. 미국 연수기간 동안 현지 일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고, 귀국 후에도 부산의 유명 일식당을 전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10년부터 가업을 잇기 위해 삼송초밥으로 돌아왔다.

주강재는 완성된 요리사라기보다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 디딘 초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는 삼송초밥의 50년 전통이 걸쳐있고, 그의 가슴에는 남포동과 자갈치시장의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펄떡이고 있다. 부산의 요리사들 중에서 이처럼 풍부한 자산을 가진 이도 드물다. 주강재가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다. 허나 결과야 어찌되건 그 덕분에 부산의 근대음식이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계승될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제시장 35층 주상복합 추진…‘꽃분이네’ 사라지나
  2. 2[단독]부산 병원서 도둑 맞은 코로나19 검체...70대 노인에 털린 '허술 관리'
  3. 3자동차 커지는데 주차칸은 그대로…‘문콕’ 피하려 민폐주차까지
  4. 4거제~한산도~통영 해상다리 잇는다
  5. 5부산 확진 10명대로 ‘뚝’…24일 1.5단계로 풀릴까
  6. 6원외 지역위원장 조직 장악 한계…부산 민주당 내홍 심화
  7. 7부산 수영구 댄스 동호회 9명 코로나 확진, 나흘 만에 20명대로
  8. 8물류대란 부산신항에 ‘컨 대체 장치장’ 운영
  9. 9[경제 포커스] ‘해상케이블카 사업’ 탑승한 부산은행, 투자규모는 미지수
  10. 10사상구 목욕탕 없던 동네, 구청이 직접 짓습니다
  1. 1원외 지역위원장 조직 장악 한계…부산 민주당 내홍 심화
  2. 2이재명 매머드급 포럼…이낙연 부산 세몰이에 맞불
  3. 3지역 민심과 따로 노는 문재인 정부 “4년간 균형발전” 자화자찬
  4. 4국힘 당권경쟁 고전하는 PK 주자
  5. 5문재인 대통령에 반기든 여당 초선 “장관 1인 이상 철회를”
  6. 6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7. 7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4> 김웅
  8. 8김미애, 백신 부작용 국가가 입증하는 법안 발의
  9. 9국힘 당권 ‘영남권 중진-수도권 신진’ 대결로
  10. 10문재인 대통령, 장관 후보 3명 청문보고서 재요청
  1. 1물류대란 부산신항에 ‘컨 대체 장치장’ 운영
  2. 2[경제 포커스] ‘해상케이블카 사업’ 탑승한 부산은행, 투자규모는 미지수
  3. 3당감4·전포3구역 공공재개발로 3766가구 공급
  4. 4부산 택시 1만 대에 ‘콜체크인’ 도입
  5. 5BNK금융 “인터넷은행 설립 의향 있다”
  6. 6부산 취업자 늘었지만 고용의 질 악화
  7. 7해수부 북항 감사 연장, 장관 후보자 거취 연동?
  8. 8부산시, 이스라엘과 스타트업 교류 등 추진
  9. 9부산시-게임협 지스타 업무협약
  10. 10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1. 1국제시장 35층 주상복합 추진…‘꽃분이네’ 사라지나
  2. 2[단독]부산 병원서 도둑 맞은 코로나19 검체...70대 노인에 털린 '허술 관리'
  3. 3자동차 커지는데 주차칸은 그대로…‘문콕’ 피하려 민폐주차까지
  4. 4거제~한산도~통영 해상다리 잇는다
  5. 5부산 확진 10명대로 ‘뚝’…24일 1.5단계로 풀릴까
  6. 6부산 수영구 댄스 동호회 9명 코로나 확진, 나흘 만에 20명대로
  7. 7사상구 목욕탕 없던 동네, 구청이 직접 짓습니다
  8. 8부산시, 부산항대교 사업구조개선 속도…610억 세금 줄인다
  9. 9'최고 시속 270km' 부산 울산에서 불법 레이싱한 자동차 동호회원 무더기 검거
  10. 10양산 물금신도시 메디컬 상가 허위분양 광고 사실로
  1. 1메스 든 거인 수장…성적·선수단 조화 두 토끼 잡을까
  2. 2다대포서, 한강서…2049명 ‘나만의 코스’ 걷고 달렸다
  3. 3"ESL 탈퇴 못해" 3개 구단, UCL 2년간 출전정지될 수도
  4. 4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5. 5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6. 6“선수 성장 집중…공격야구 펼칠 것”
  7. 7멀티골 황준호, 11라운드 MVP
  8. 8공격 본능 깨어난 아이파크…‘닥공’으로 부활하나
  9. 9kt 허훈, 어린이 후원금·쌀 기부
  10. 10맥 빠진 롯데 '서튼호'...SSG에 2 대 9 완패
우리은행
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김성호 부산파크골프협회장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