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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요리사들 <8>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가미' 구성근 요리사

4시간 수면· 매일 3시간 장보기… 태풍 오는 날도 예약률 100%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0-24 18:53:1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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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가게 시작부터 초대박 인기
- 술꾼들 뒤치다꺼리에 싫증 찾아와
- 밥집으로 전향, 코스요리로 다시 성공
- 지나친 확장·도취가 불러온 실패
- 세번째 가미로 초심 지켜오는 현재
- 환희와 절망 오간 롤러코스터 인생

요리를 직업으로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외식산업의 발달과 요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불러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에 연예인 못지않은 부와 인기를 누리는 '스타 셰프'의 등장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럼 과연 요리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화려하고 매력적이기만 할까? 그 답이 궁금하면 요리사 구성근(44)의 삶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총 30석 규모의 일본 요리 전문점 가미는 지난 2년 동안 예약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예약 취소율은 5%에도 미치지 않고, 그마저도 대기 손님들로 즉시 채워진다. 이 기록은 태풍경보가 발령된 날에도 깨지지 않았다. 세상 모든 외식업자의 꿈과도 같은 이런 현실은 오로지 구성근의 실력과 노력 덕분이다.

요리사 구성근의 삶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대학 조리과 졸업 후 1996년 특급호텔(하얏트호텔·현 노보텔) 일식당에서 근무했고, 2003년 첫 번째 '가미'를 열었다. 호텔 일식당의 요리를 술안주로 변형해서 냈더니 시작부터 대박이 났다. 20석 남짓한 가게 앞에는 늘 손님들이 줄을 섰다. 그렇게 1년 6개월, 꽤 큰 성공을 거뒀지만, 싫증이 났다. 요리보다 온종일 술꾼들 뒤치다꺼리에 지쳐가는 그 생활이 지긋지긋했다.

잘 나가던 술집을 하루아침에 밥집으로 바꿨다. 술과 안주를 치우고 우동과 덮밥을 팔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동안 번 돈을 8개월 만에 다 까먹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작한 초밥이 그나마 반응이 괜찮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구성근은 두 테이블, 하루 8명에게만 코스 요리(1인분 3만원)를 팔기 시작했다. 예약하고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부산에서 가미의 존재가 두드러진 것 또한 이때부터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투자 제의가 들어왔고 성공에 도취한 구성근은 수락했다. 200석 규모의 두 번째 '가미'를 열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버린 덕분에 결과는 대실패. 구성근은 돈도 명성도 모두 잃었다. 월급쟁이 요리사 자리를 찾았지만, 그의 부담스러운 경력이 문제였다. 일식당은 물론이고 횟집에서조차 사양했다. 하는 수 없이 울산의 퓨전일식당까지,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출퇴근을 했다. 그렇게 1년 남짓 버틴 끝에 세 번째 '가미'인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

남부럽지 않은 성공과 남 못지않은 실패를 거듭한 요리사 구성근의 하루는 이렇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준비하는 시간이 아까워 갈아입을 옷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4시30분 자갈치시장을 시작으로 반여동 농산물시장과 민락동 활어시장을 차례로 돈다. 장보기를 끝내고 가게에 도착하면 7시30분. 먼저 바닥청소부터 한다. 직원들에게 맡겨도 될 일이지만 바닥청소만큼은 직접 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고, 고객을 향한 그만의 배려다.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는 재료 손질과 점심장사 준비,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점심장사,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는 식사와 휴식, 오후 4시30분부터는 밥 짓기를 시작으로 저녁장사 준비,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저녁장사.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 손님이 건네는 감사의 인사와 소주 한 잔, 혹은 일과 후에 홀로 마시는 소주 한 잔이 유일한 낙이자 '박카스'이다. 지난 2년을 하루처럼 그렇게 살아왔다. 이것은 생활인 혹은 요리사의 삶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수도자의 삶이다.

요리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매일 3시간씩 시장을 도는 18년 경력의 중견 요리사. 그의 안목은 탁월하고 칼끝은 벼리다. 그의 손을 거쳐 요리로 탄생하는 식재료들은 맛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행복해 보인다. 그 맛과 행복은 고스란히 고객에게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연구를 거듭한다. 그래서 구성근의 음식은 늘 고객의 기대치보다 반 발짝 이상 앞서있다. 이러니 오랜 단골들조차 그가 만든 음식에 싫증을 내는 법이 없다.

   
요리를 하겠다는 모든 사람이 구성근처럼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좋은 요리사가 되겠다면 그의 삶과 태도를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성공한 요리사이기 이전에, 이 시대와 우리 지역이 요구하는 그런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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