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작은 공방열고 강의와 연구 몰두
- 설탕·우유·버터·첨가제 전혀 없는
- 자신 만의 천연발효빵 개발에 매진
- 다양한 밀가루 사용해 최적의 조합 찾는 중
- 국내산 천일염 사서 직접 간수 빼 사용
파리의 아침은 빵 굽는 냄새로 시작됐다. 이른 아침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을 따라가 보면 그곳은 어김없이 빵집이었다. 마치 배급을 타듯 빵을 사갔다. 그런 일상이 멋스러워 보여 덩달아 빵을 샀다. 딱딱한 껍질에 부드러운 속살을 가진 전형적인 프랑스식 빵이었다. 빵 맛은 무심했는데 외려 그 무심함이 끌렸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눈뜨면 빵집으로 향했다.
인간이 곡물을 섭취하는 방식은 알곡을 그대로 익혀 먹는 '입식'과 가루로 빻아 가공해 먹는 '분식'으로 나뉜다. 입식의 대표적인 게 밥이라면 분식의 대표적인 형태는 빵이다. 밥을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은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 없기 때문이다. 파리지앵들이 매일 먹는 빵 맛이 무심했던 것도 같은 이치다.
빵의 재료는 밀가루와 물 그리고 약간의 소금이 전부다. 그런데 이렇게만 반죽해 구우면 빵이 부풀지도 않을뿐더러 딱딱하다. 이를 돕는 것이 효모다. 빵을 만드는 효모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야생 효모를 배양한 천연발효종과 빵에 적합한 균만 분리해 화학 물질을 사용해 배양한 이스트가 있다.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천연발효빵은 이스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과정도 까다롭다. 대신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양이 많아 소화가 잘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발효빵은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부산에서도 더러 만날 수 있는데 어느 곳을 가도 당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 내게 지인이 모찌꼬를 권했다. 모찌꼬는 케이크 전문점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더니 요즘은 천연발효빵에 전념한다고 했다. 광안리에 있던 모찌꼬는 개성 있는 케이크와 각별한 빵 맛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어느 순간 사라져 궁금했는데 대연동 대연비치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모찌꼬의 이귀은(55) 대표가 만든 천연발효빵에서는 약간 시큼한 발효 향에 첫맛은 무심했지만 씹을수록 잘 숙성된 밀가루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다. 내가 찾던 바로 그 맛이다.
이귀은 대표가 빵을 굽기 시작한 것은 30년이 넘었다. 결혼선물로 받은, 당시에는 귀했던 오븐이 계기가 되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탓에 처음에는 케이크에 매력을 느꼈다. 가족을 위해 서울과 일본을 부지런히 오가며 빵을 배운 것이, 그녀를 유명 '베이커리 선생'으로 만들었다. 2009년 일본 홈메이드협회로부터 '제빵 사범면허'를 취득했으며, 수시로 사들인 관련 서적이 이제는 전문서점을 열어도 될 정도로 모였다.
그러다 2010년부터는 천연발효빵에 매료되었다. 특유의 열정과 학구열이 케이크에서 천연발효빵으로 옮겨갔다. 다시 서울과 일본을 부지런히 다녔다. 자기만의 빵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매장도 접고, 올 초 작은 공방을 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강의와 빵 만들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설탕, 우유, 버터, 첨가제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천연발효빵은 제빵사의 능력 이전에 원재료가 맛을 좌우한다. 이 대표는 자신만의 천연발효종을 신줏단지 모시듯 키우고 있으며 프랑스·독일·캐나다산 등 다양한 밀가루를 사용해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사소한 소금 하나조차 세계적으로 소문난 소금을 두루 사용한 결과 3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이 최적이라고 판단, 국내산 천일염을 사 집에서 직접 간수를 빼고 있다.
이렇게 만든 빵이라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히 아쉽게도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자신의 연구와 공방을 찾는 수강생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매장은 내년쯤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가정에서도 천연발효빵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모찌꼬 공방을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부산 출신인 이 대표는 2006년부터 베이커리 카페 '모찌꼬'를 운영 중이며,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출강하고 있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