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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요리사들 <3> 청사포 디아트 '커피하는 사람' 강경호

그의 커피와 케이크가 청사포를 달라보이게 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18 19:00:2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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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2011년 30회 전시회 개최
- 커피와 문화를 함께 즐기는 공간
- 지난해 6월 청사포로 자리 옮겨
- 예술의 창조와도 같은 커피 만들어

"한때 예술의 거리였던 광복로가 그 모습이 흐려지고 있는 사실을 한탄하면서 광복로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예술은 특별한 곳에서 소수 사람이 즐기는 문화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향긋한 커피와 함께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상상 속에서 기획되었습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 중구 광복로에 있던 커피 하우스 '디아트'의 홈페이지 인사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의도는 더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그것도 만만찮게! 그런데 디아트의 강경호 대표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5년 동안 무려 30여 차례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커피와 음료를 팔아 번 돈은 모조리 갤러리 시설을 확충하는 데 써버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싶을 때, 강경호는 갤러리를 놓았다. 커피와 케이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1년쯤 후에는 디아트마저 미련 없이 놓았다. 가족에 헌신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과 6개월 동안 '원 없이' 놀았다. 무릇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수록 목표가 명확해지는 법이다.

강경호는 2012년 6월 부산 해운대 청사포에 새로운 디아트를 열었다. 한가로운 어촌에 터를 잡은 지중해풍 공간은 그에게도, 고객에게도 커피와 '놀기' 좋은 곳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청사포 앞바다가 이미 충분한 예술 작품이다. 묵묵히 내조만 하던 아내는 남편의 동반자가 되어 디아트의 운영을 도맡았다. 이제 그는 커피와 케이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커피는 예술의 창조와도 같다'. 강경호가 추구하는 커피는 그가 만든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하나의 예술 작품과 한 잔의 커피는 이론과 경험 그리고 타고난(혹은 훈련된) 감각이 창작이라는 작업 속에 집약되어 탄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관객과 고객은 이를 그저 감성으로 받아들일 따름이다. 예술가와 바리스타는 이 부조리를 극복해야 한다.

인간의 감성이 맥락도 없고 사람마다 다른 듯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굳이 커피에 전문 지식이 없어도, 맛있는 커피를 가려낼 줄 아는 본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본능적인 기호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커피에 미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강경호는 "가장 좋은 맛은 최고가 아닌 최선이다"라고 단언한다.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을 이토록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으니, 그는 이미 프로다.

사람의 기호는 '하방 경직성'이 있다. 한 번 좋은 것을 맛보고 나면 항상 그보다 나은 것을 찾기 마련이다. 지난 8년 동안 틈틈이 강경호의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었다. 그때마다 강경호는 늘 반 발짝 앞서 있었다. 그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그의 커피와 케이크를 두고 "얼추 완성된 듯하다"며 추켜세웠더니 "이제 조금 아는 수준"이라며 슬쩍 물러섰다.

강경호는 바리스타나 파티시에 같은 생경한 호칭 대신 그냥 '커피하는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커피는 과학으로 만들고 감성으로 즐기는 음료다. 과학은 강경호의 몫이고 감성은 고객의 몫이다. 달콤한 디저트까지 있으니 감성은 더욱 충만해진다. 그래서 디아트는 커피전문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감성 충전소'와 같다.

'커피하는사람' 강경호가 연출한 한 잔의 커피와 한 조각의 케이크 덕분에 늘 보던 청사포의 바다와 하늘이 그렇게 각별해 보일 수 없다.


   
강경호는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3년 울산 빈스톡 박윤혁 대표에게 커피를 사사했다. 2004년 파티시에 과정을 마쳤고, 2005~2011년까지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디아트'를 차렸다. 지금은 청사포에서 '디아트'를 운영한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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