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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요리사들 <2> 송도 아미치 이지수 셰프

개운하고 감칠맛 나는 이탈리아 요리… 우리 입맛에 착 붙는 실력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04 18:59:29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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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한국, 해산물 풍부한 것 닮아
- 시장 가까운 남포동·송도 떠나지 못해
- 실향민 어머니 손맛에 현지 유학까지
- 두 나라 장점묶어 '콜라보레이션' 특기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서울의 인테리어회사에서 제법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다. 결혼을 약속한 연인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 한식을 배웠고, 내친김에 소문난 요리 선생 밑에서 이탈리아 음식까지 배웠다.

이탈리아 요리에 매료된 그녀는 두어 달로 끝낼 일이 아니고, 음식을 알려면 문화까지도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급기야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한다. 요리를 배울 때만 해도 환영하던 연인은 "갈 테면 헤어지고 가라"며 반대했다. 그런다고 주저앉을 열정이라면 애당초 시작도 않았을 것이다. 여자는 이탈리아로 떠났고, 남자는 여자를 떠났다.

셰프 이지수는 그렇게 극적으로 탄생했다. 비록 사랑은 잃었지만, 일까지 잃을 수 없어 미친 듯이 요리에만 전념했다. 요리학교 졸업 후에는 이탈리아와 서울의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4년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03년 남포동 골목길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미치'를 열었다. 작년에 잠시 외도를 했지만, 올해 초 송도해수욕장 근처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아미치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분식집 수준의 스파게티만 먹어왔던 부산 사람에게 정통 이탈리아 음식은 낯설었다. 하지만 열정에 뚝심까지 갖춘 이지수는 굴하지 않았다. 틈틈이 이탈리아 연수도 다녔다. 그렇게 10년을 버텼다. 안갯속을 지나면 어느새 옷이 젖는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니 고객들의 입맛도 변했다. 이지수에게는 아미치(친구들)가 생겼고, 아미치에는 팬이 늘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반도국가라 해산물이 풍부하고, 계절별로 다양한 식재료가 발달했다. 이지수가 부산을 미치도록 사랑하고 원도심인 남포동과 송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충무동 새벽시장을 수시로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적에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은 간이 맞아야 한다. 이지수의 음식은 간이 절묘하다. 이는 온전히 내림 손맛이다. 실향민인 어머니 양순희(73) 여사의 친정은 함흥의 유명한 냉면집이었다. 덕분에 부산에 정착하고 수십 년간 냉면집을 운영했다.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온 딸은 그 어머니의 음식을 먹으며 자랐고, 지금은 그 솜씨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식재료와 간 외에도 이지수의 음식은 묘하게 개운하고 감칠맛이 돈다. 분명히 서양음식인데 왠지 익숙하고 푸근하다. 이탈리아 음식의 기본인 마늘과 고추를 다루는 솜씨가 남다른 탓이다. 이탈리아 요리사로서의 경험에 "알싸한 맛이 받쳐줘야 느끼함이 사라지고 감칠맛이 산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결합한 결과다. 마늘은 국산을 고집하지만, 고추는 이탈리아산 페페론치노를 사용한다.

한국과 이탈리아 음식의 장점을 살린 '콜라보레이션'이야말로 그녀만의 전매특허다. 이러니 이탈리아 음식을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대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대로, 이지수의 팬이 되고 아미치의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일 년 가까운 외도를 끝내고 아미치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단골들은 "다시는 딴 데 안 갈 거지요"라고 몇 번을 물었고 요리사는 그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한동안 신파극을 찍은 이지수는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 "'아미치를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들의 것'이더군요." 아마도 그녀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송도 바닷가에서 프라이팬을 잡고 있을 것이다.

   
이지수는 1969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2000년 이탈리아 ICIF 마스터 과정을 마친 뒤 2000~2002년 이탈리아 제노바 Baldin, 토리노 Villa Somis,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뽀스또에서 일했다. 2003년부터 '아미치' 대표 겸 요리사를 맡고 있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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