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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라틴기행 <8> 과테말라

밀림 위 우뚝 솟은 마야신전…석양에 비친 모습은 한편의 영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02 00:03:41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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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북부의 멕시코와 가까운 밀림에는 마야시대의 유적이 모여 있는 띠깔 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울창한 밀림 위로 솟아오른 마야시대의 독특한 계단식 피라미드를 볼 수 있다.
- 문명 황금기땐 인구 수만 명 이르는 등
- 마야인, B.C. 2C부터 다양한 건축 남겨

- 중미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안티구아'
- 한때 폐허 마을서 관광 명소로 탈바꿈

- 국경마을 '케살테난고' 재래시장에선
- 원주민 인디오의 진솔한 모습 느껴져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확인하는 방법은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것이다. 시장은 사람 사는 방식이 다 비슷하다고 깨닫는 곳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어느 나라를 가건 재래시장은 빠지지 않고 찾아가곤 한다.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로 들어가는 길목의 국경 마을 '케살테난고'. 가파른 언덕길에 북적거리며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보았다. 길가로 빽빽하게 들어찬 좌판 위로 인디오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부터 산지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까지, 정말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시장이다. 옥수수를 섞은 영양 만점의 우유를 파는 여인부터, 주식인 또르띠아를 파는 포장마차,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야생 천연 주스를 만들어 파는 어린아이까지 정말 진솔하게 살아가는 인디오의 모습,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 국경마을 시장의 '노력하는 한국인' 식당

   
과테말라 사람들의 주식인 또르띠아. 여러 가지 채소를 말아서 먹는다.
이곳 사람들의 주식인 또르띠아는 옥수수 알을 갈아서 반죽한 뒤 호떡을 만들 듯 넓고 얇고 둥글게 편 뒤 불에 구운 다음 여러 가지 채소를 돌돌 말아 먹는 음식인데 엘살바도르에서는 뿌뿌사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집집이 직접 만들어서 먹었지만, 요즘은 거의 거리 노점에서 사 먹는다. 재미있는 점은 음식을 포장하는 재료가 일회용품이나 그릇이 아니라 넓은 바나나 나뭇잎을 사용하는 것. 방부제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먹을거리와 환경오염이 되지 않는 포장재까지 웰빙이 따로 없다.

과테말라의 큰 마을에서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장이 선다. 일요일 장이 있는가 하면 수요일, 금요일에 장이 서는 동네도 있다. 장터엔 별의별 것이 다 나온다. 아띠틀란 호수에서 잡은 생선과 양고기, 돼지고기가 매달리고 토마토와 감자 등 온갖 먹을거리가 펼쳐진다. 원주민의 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것으로 사탕수수가 있다. 과테말라는 사탕수수 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사탕수수 즙을 내어 음료수 대용으로 마신다. 사탕수수 한 줄기를 기계에 넣고 즙을 짜면 한 컵 정도 받을 수 있다.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그 맛이 담백해서 갈증을 없애기엔 그만이다.

이 시장이 끝나는 지점까지 들어가 보면 한글로 '노력하는 한국인'이라고 써놓은 간판이 보인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한국인 이천근 씨. 동양인이 운영하는 식당인데도 음식 맛은 너무나 토속적이어서 단골손님이 많은 곳이다. 식당에 오려고 일부러 시장에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 씨는 남미의 페루에서부터 이국 생활을 시작하여 온갖 허드렛일, 안 해본 것 없이 고생하다가 결국 과테말라에 정착했다고 한다. 자신이 한국인이란 것을 떳떳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이곳 과테말라에 자리를 잡았다는데 간판에서부터 이 씨의 의지가 느껴졌다.

마야문명과 인디오의 나라로 불리는 과테말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지대이며 많은 활화산이 산재해 있다. 마야 문명을 중심으로 번영했었지만 마야 문명이 멸망한 후 1524년 스페인에 정복되어 300년간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1821년 독립하고 1938년 연방 해체로 과테말라 공화국이 되었다.

유명한 관광도시이자 옛 과테말라 왕국의 수도인 안티구아는 중미에서 제일 아름다운 고대 도시라고 한다. 안티구아는 화산의 분출로 한때는 버려진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멋진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아담한 궁궐을 연상하게 하는 스페인식의 전통 가옥과 화산 속에 남은 귀한 유적들로 이루어진 곳으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과테말라에 온 어학연수생들이 여행차 들렀다가 이곳의 아름다움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 밀림 속 마야유적 '잃어버린 세계'

   
과테말라는 3000년 전 마야인의 숨결이 그대로 숨 쉬고 있다. 마야문명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 페텐의 정글에 있는 띠깔(Tical) 국립공원. 3000개나 되는 크고 작은 건축물이 밀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땅 위로 솟아 있는 곳. 바로 마야 특유의 모양을 한 계단식 피라미드 신전들이다. 과테말라 북부 정글에 묻혀 있어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주 멋진 곳이다. 원숭이들이 요란스럽게 밀림 속을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신기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이를 한층 더해주면서 이곳이 신성한 땅임을 알려준다.

띠깔은 낮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은 낮은 저지대로 늪지가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이런 환경 때문에 기원전 700년 전에 마야인들이 이곳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정착하고 200년쯤 되었을 때 띠깔의 마야인들은 신전을 짓기 시작하였고 기원전 2세기가 되어서는 다양한 건축물을 남겼다.

띠깔의 전성기에 인구는 수만 명이 넘었으며 도시가 번성해 나가면서 영토는 넓어졌고 약 16㎢의 공간 내에 3000여 개의 건축물이 있었다고 한다. 10세기에 들어서면서 띠깔의 마야문명은 붕괴했고 주민도 모두 사라져 버린 채 지금과 같이 정글 속에 우두커니 있게 된 것이다. 17세기 후반에 스페인 선교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아직도 발굴 작업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글 속에 숨어있는 신전 중 높은 것은 정글 수풀 위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꼭대기마다 일몰 때가 되면 숲과 유적들 사이로 지는 태양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린다. 자연이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석양의 여운을 아쉬워하며 어둠이 찾아오는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마야인의 엄청난 건축술에 감탄하다가 그 멋진 광경들을 놓칠 수가 없어 사진을 찍다 해가 넘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길을 잃어버렸다. 가로등도 없는 깊은 밀림 속이라 길을 놓치니 찾을 방법도 없고 앞이 막막하다. 겁도 없이 혼자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닌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들며 정글 속에서 미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무조건 일행이 간 듯한 길로 달려 내려가다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 말소리가 들리자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들며 다리가 풀렸다. 그날 밤 캄캄한 정글 속에 혼자 버려졌다면 길을 잃고 헤매다 굶주린 짐승의 밥이 되었든지 아니면 띠깔의 신전에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오래전 사라져 정글 깊숙이 숨어있던 마야인을 만나볼 수 있지 않았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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