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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태종대 매의 사냥기술

하늘의 지배자…먹잇감 포착땐 전투기로 돌변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2-12-06 18:32:16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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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터줏대감 매가 소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
- 해안절벽 일대가 서식처
- 맹금류 중 가장 날쌔고 사나워
- 사냥땐 아슬아슬한 공중곡예
- 목표물 정하면 시속 300㎞ 급강하
-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 공중 전달

카랑카랑한 매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카리스마 넘치는 울음소리가 태종대 전망대 절벽 일대를 순간 정적에 빠져들게 한다. 울음소리에 그들의 먹이가 될 온갖 새들이 숨을 죽이고 잠적해 버린다.

   
매는 송골매라고도 불리는 매과에 속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보기 드문 텃새이고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돼 있다. 녀석은 다부지고 꼿꼿한 자세, 노란 눈 테가 인상적인 날카로운 눈빛, 한치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위용이 느껴진다. 매의 크기는 수컷이 33㎝, 암컷이 48㎝ 정도로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어미 새는 등 쪽이 푸른빛이 도는 잿빛이고 배 부분은 흰색이다. 어린 새는 등 쪽이 짙은 갈색이고 배는 노란빛이 도는 흰색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태종대. 이곳 해안 절벽이 태종대 매가 지배하는 영토이다. 매를 사계절 내 관찰할 수 있는 곳. 전망대에서 영도 등대 쪽으로 이어진 절벽 은밀한 곳인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다. 매가 이곳 해안 절벽에서 서식한다는 것은 태종대의 자연환경 및 먹이사슬이 상당히 훌륭하다는 것을 뜻한다. 태종대 생태계는 거대한 질서 속에 유지되고 있었고, 매는 그 질서에 가장 잘 순응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거대한 바위절벽 앞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 부산 태종대 매 서식처.
태종대 매는 맹금류 중에서도 가장 날쌔고 사나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때의 비행 속도는 여느 맹금류와 다름이 없다. 그런데 먹잇감을 포착하는 순간 초고속 전투기로 변신한다. 생존본능이 만든 매의 놀라운 사냥기술이다. 매가 다시 날아온다. 사냥감을 물색 중이다. 주변에 또 다른 매가 보인다. 녀석은 암컷. 둘은 부부이다.

태종대 해안 절벽 바다 위로 새 무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이 녀석은 미사일처럼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해 따라 달려간다. 초고속 기습 공격에 희생된 건 직박구리이다. 이놈이 잽싸게 채는 모습이 마치 아슬아슬한 공중곡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냥에 성공한 수컷 매는 직박구리를 발톱으로 쥐고 날아간다.

이때 소나무에서 기다려온 암컷 매는 먼저 알고 마중을 나와 절벽 해안 쪽으로 빙글빙글 돈다. 빙글빙글 돌다 수컷이 떨군 먹잇감을 발톱으로 쥐고 날아온다.

   
태종대 전망대 절벽 상공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 내리꽂는 매.
매 수컷이 위쪽에서 한순간 발톱에 쥐고 있던 사냥한 직박구리를 입으로 옮겨 무는 공중 묘기를 선보이며 암컷에게 먹이를 떨어뜨릴 자세를 취한다. 수컷이 떨군 먹잇감을 암컷이 발톱으로 잡아채는 공중묘기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정확한 호흡만이 이 정교한 기술에 성공할 수 있다. 이런 먹이 공중급식 전달식은 번식기에 주로 이루어진다.

매의 비행원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매의 날개 구조에 있다. 매의 날개 죽지 앞쪽은 비행기의 날개처럼 일정한 각도로 휘어져 있다. 날개 죽지 앞쪽의 각도는 140도 정도이다.

매는 연처럼 양력을 발생시켜 하늘에 떠서 맴돌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공기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엔 매의 날개가 적합하다. 더구나 표적인 새를 발견하면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날개를 접어 면적을 좁힌다. 상승할 때 날개를 펼쳐 양력을 이용하고 수직하강 시엔 날개를 뒤로 접어 몸에 완전히 밀착시키고 최대 속력을 낼 수 있다. 공기 저항을 줄이는 비행기의 원리로 초고속 사냥을 한다.

   
태종대 전망대 해안 상공에서 매 수컷이 공중에서 먹잇감을 암컷에게 전해주고 있다.
매는 하늘로 치솟다가 먹이를 덮치는 순간 시속 300㎞의 속도로 내리꽂으면서 사냥한다. 매의 시력은 사람의 10배이다. 이러한 생체 망원경을 지닌 매는 절대로 먹이를 놓치는 법이 없다. 무리지어 지나가는 철새들은 더없이 좋은 표적이 된다. 해안으로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사냥터로 출격하는 야생 전투기, 일단 목표물을 정하면 무서운 속도로 급강하한다. 공격 각도 45도 최고 속력 시속 300㎞. 마치 적기를 추격하는 전투기처럼 목표물을 향해 초고속으로 급강하하는 묘기에 가까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 선조는 매사냥을 무척 즐겼다. 매를 길들여 꿩이나 작은 새들을 잡아오는 일종의 스포츠였다. 그 밖에 '참매' '해동청' '각웅' 등도 모두 인간과 친근한 매를 부르는 이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북 진안군 박정오 응사와 대전의 박용순 응사 등 두 명만이 전통 매사냥의 명맥을 잇고 있다.

   
매가 사냥한 오리를 발톱으로 움켜잡고 있다.
매는 지금도 소수가 존재하는데, 부산지역에서는 태종대와 나무섬, 형제섬, 이기대 해안의 절벽과 섬에서 서식한다. 겨울철에는 먹이를 따라 낙동강 을숙도 등 다른 새들이 많이 몰리는 내륙 습지로 이동한다. 태종대 매는 1999년 첫 발견 후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번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매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태종대, 제주도, 일부 해안, 섬 등이다. 매의 개체 수가 늘어나면 이들 서식지의 환경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고, 개체 수가 준다면 그만큼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해안과 섬을 지배하는 매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 전국의 해안과 섬에서 늘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취재 협조=조류사진가 공영팔, 박용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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