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스즈키 세이준의 이상한 세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1-01 18:44:48
  •  |   본지 3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와카마츠 코지 감독이 올해 세 편의 신작을 들고 부산에 왔을 때, 소문과 달리 그는 무척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 심장수술을 받았고 건강이 무척 좋지 않다던 그는 뜻밖에도 영화제 직후에 교통사고로 느닷없이 세상을 떠났다. 1998년에 부산을 찾았던 이마무라 쇼헤이는 기력이 쇠해보였다. 영화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맘껏 달릴 수 있는 다리라고 말한 것도 그의 다리의 쓰임이 거의 소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앞에 최악의 모습으로 등장한 이는 스즈키 세이준일 것이다. 2005년, 산소호흡기에 의지하여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그는 여기저기 환호를 몰고 다녔다. 아마도 우리는 그때 그의 육체는 조만간 소멸할테고, 살아있는 신화를 목격하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와카마츠 코지,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 이들은 공히 일본영화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며 자신들만의 방식의 추구한, 괴짜 감독들이다. 이 중 가장 일찍 태어난 스즈키 세이준만 살아있다. 올해 나이 90세. 7년 전에 "영화 만드는 일은 무척 힘들고, 그 바보 같은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는 이후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여하튼 이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영화들만 만들어왔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로 이상한 영화를 만든 이는 스즈키 세이준이다.

와카마츠 코지가 초저예산의 로망포르노에 매우 급진적인 정치색을 가미하여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면, 이마무라 쇼헤이는 인간을 동물의 한 종으로 여겨 그 종의 욕망과 습속을 해부학적 시선으로 다루어 우리를 놀래키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렇다면 스즈키 세이준은? 글쎄, 그는 그냥 이상하고도 이상한 장르영화들을 만들었다. 장르영화지만 장르의 규범을 의식하지 않는, 정치적이지 않지만 시대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는, 대중의 호감을 사려는 일말의 의지도 없어 보이지만 도리어 그것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아낸, 딱히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기이하고 괴상한 영화들. 나는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를 볼 때마다 탄식과 감탄을 섞어 "이상해!"라는 말을 스무번쯤은 되뇌인다. 신기한 것은 스즈키 세이준 영화의 매혹과 흥미는 대부분 그 이상한 장면들에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조증 혹은 분열증 환자 마냥 괴상하거나 음산해 보이고, 매 장면은 찍다가 만듯 툭하니 끊기고, 계절은 여름과 겨울을 태연하게 넘나들며, 이야기는 여기서 저기로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한다. 자연히 관객의 반응도 시시각각 널을 뛴다. 낄낄대며 웃다가 어느새 비감에 젖고, 이게 다 뭐냐 싶다가도 다음 순간 탄성을 내뱉고, 종국에는 괴이한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진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영화다.

지금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는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여기서 상영되는 29편의 작품이 그가 회사원처럼 영화사에 출근도장 찍으며 만든 영화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마지막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쇼치쿠 영화사에서 해고되기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이제 그의 영화들을 보면 긴 백발에 회색 양복을 반듯하게 차려입고 산소통을 무슨 여행가방인 양 끌고 다니던 2005년도 그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간혹 어떤 존재는 지금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간의 에너지를 전해주곤 하지 않는가. 동시대 영화가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이어서 지루해버렸다는 이들에게 스즈키 세이준을 권한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만찮은 사우디…부산 반격의 시작
  2. 2“오시리아선 연장 등 교통난 해소 주력”
  3. 3부산 5개권 영어마을 조성…생활속 외국어친화환경 만든다
  4. 4커피챔피언 부산서 또 나왔다…문헌관 씨 세계대회 우승
  5. 5캠코, 압류재산 공매 느는데…해마다 손실 150억
  6. 6[이준영 기자의 전지적 롯데 시점] 갈수록 힘 빠지는 ‘선발야구’…이달 고작 4승
  7. 7기업 61% "가격인상으로 대응"…6%대 물가 쓰나미 온다
  8. 8인문학의 바다로 풍덩…부산지역 대학 강좌 개설
  9. 9이갑준 사하구청 당선인 "민관합동협의회 꾸려 개발 성과 낼 것"
  10. 10[사설] 인사 잡음 걱정스러운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인
  1. 19대 부산시의회 의장단 구성…부의장직 놓곤 3자 경선도
  2. 2윤 대통령 취임 한 달 반만에 국정평가 '데드크로스'(종합)
  3. 3차기 울산경제부시장에 안효대 전 국회의원 내정
  4. 4민주 부산 지역위원장 공모, 현역 7명 미응모...대거 교체 전망
  5. 5낙동강연합 꾸리는 국힘, 영남 복원책 찾는 민주…총선 대비 포석
  6. 6尹 국정평가 취임 6주 만에 부정>긍정 '데드크로스'[리얼미터]
  7. 7박지현 "尹, 美 임신중지권 판례 반대 의사 밝혀야"
  8. 8"지방대 살리려면 교육특구 도입-거버넌스 구축을"
  9. 9장제원 포럼에 친윤계 총집결... 안철수도 스킨십 확대
  10. 10윤 대통령 출국, 나토서 3박 5일 다자외교 '데뷔'
  1. 1만만찮은 사우디…부산 반격의 시작
  2. 2커피챔피언 부산서 또 나왔다…문헌관 씨 세계대회 우승
  3. 3캠코, 압류재산 공매 느는데…해마다 손실 150억
  4. 4기업 61% "가격인상으로 대응"…6%대 물가 쓰나미 온다
  5. 5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5> 국제정세와 미디어 성능 감소
  6. 6내달 전기료 1535원, 가스료 2220원(4인 가족 월평균) 인상
  7. 7부산 임차 소상공인 지원 대출…녹색경영 추진 기업 금리우대까지
  8. 8농협은행- 찾아가는 청소년 금융교육…농산물로 배우는 ‘허그팜’ 경제체험도
  9. 9주가지수- 2022년 6월 27일
  10. 10“부산의 밤은 더 아름답다” 야경관광상품 매진 행렬
  1. 1“오시리아선 연장 등 교통난 해소 주력”
  2. 2부산 5개권 영어마을 조성…생활속 외국어친화환경 만든다
  3. 3인문학의 바다로 풍덩…부산지역 대학 강좌 개설
  4. 4이갑준 사하구청 당선인 "민관합동협의회 꾸려 개발 성과 낼 것"
  5. 5[뉴스 분석] 정부 경찰국 공식화한 날 김창룡 청장 사의…접점없는 갈등
  6. 6법무부는 헌재에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 청구
  7. 7[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0> 변이와 변화 ; 인류의 앞날
  8. 8오늘의 날씨- 2022년 6월 28일
  9. 9“6·25 참전용사 희생, 우리 젊은이에 적극 알릴 것”
  10. 10[속보] 의식불명 ‘아영이 사건’ 간호사에 징역 7년 구형
  1. 1[이준영 기자의 전지적 롯데 시점] 갈수록 힘 빠지는 ‘선발야구’…이달 고작 4승
  2. 2‘플래툰 시스템’ 족쇄 벗은 최지만…좌완 상대 5할(0.520) 맹타
  3. 344개월 슬럼프 훌훌…‘메이저퀸’ 전인지 부활
  4. 4한국, LPGA 18개월 메이저 무관 한 풀었다
  5. 5올해도 제구 불안…2년차 거인 김진욱 갈길 멀다
  6. 6우승보다는 친교…아마골프 강자가 대회에 나가는 이유
  7. 7또 박민지…시즌 3승 독주
  8. 8권순우, 27일 윔블던 1회전부터 조코비치 만난다
  9. 9김지윤 프로의 쉽게 치는 골프 <8> 발 끝 오르막과 내리막 샷
  10. 10새로운 물결 넘실대는 한국 수영…11년만의 메달·단체전 첫 결승
우리은행
골프&인생
우승보다는 친교…아마골프 강자가 대회에 나가는 이유
김지윤 프로의 쉽게 치는 골프
발 끝 오르막과 내리막 샷
  • 부산해양콘퍼런스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