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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피나' 3D 영화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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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9-05 18:58:47
  •  |   본지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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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3D 영화의 입체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나 같은 관객에게 3D란 비싼 입장료와 눈의 피로를 의미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3D영화가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해도 조금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내게 3D 영화는 투명하게 아른거리는 홀로그램의 효과를 냈고 때로는 놀이동산 체험의 확장판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다시피 3D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것은 (엉뚱하게도) 한글자막이다. 눈앞에 들이대다시피 하는 한글자막을 손을 뻗어 뒤로 밀어 넣고 싶은 충동은 3D 영화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리얼한 입체 실감에 속한다. 그렇다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불행히도 우리의 매체 환경은 점점 선택의 여지를 두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3D로 보든가 아니면 그 영화를 포기하든가.

3D를 영화의 환상성을 부추기는 교묘한 사기술 정도로만 간주하게 된 것은 영화에서 '입체감'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나의 질문에 답해온 영화가 이제껏 없었기 때문이다. 3D에 대한 나의 편견은 어쩌면 혁신적인 테크놀로지가 안기는 불안감에 대한 단순한 거부 반응일지도 모른다. 만약 3D가 시각적 스펙터클을 증감시키기 위해 덧붙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필연적 요소'라면? 내 생각에 3D의 존재 의의와 그 미래는 거기에 달린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피나'는 3D에 대한 내 의문에 답해온 첫 영화이다.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가 이 영화를 기획한 것은 2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는 현대 무용의 새 장을 연 위대한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보고 그것을 영화로 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 무대공연의 매혹을 담아낼 영화적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벤더스는 그 기획을 오랫동안 묵혀두었다. 벤더스가 기다렸던 것은 결국 3D였던 셈이다. 3차원의 무대공연을 3차원의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 그러나 촬영에 들어가기 이틀 전 피나 바우쉬는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결국 '피나'는 피나 바우쉬와의 공동작업이 아니라 그녀에게 헌정하는 오마주영화가 되었다.

여기서 벤더스가 원했던 것은 스크린 평면 앞에 앉은 관객을 3차원적인 무대공연장의 VVIP 객석으로 옮겨놓는 것이었을 것이다.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본 적이 없는 관객에게 그것의 감흥을 전하고 싶다는 벤더스의 열망은 너무나 강렬해서 심지어 우리를 공연장 객석에서 일으켜 세워 무대 위로 불러들이기도 한다.

피나의 무용수들 사이에 서 있는 듯한 실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언뜻 난해해 보이는 그들의 신체언어는 현대무용에 무지한 나조차도 '감각'할 수 있는, 원초적인 어떤 것이었다. 곁에 선 저 무용수의 땀 냄새, 숨소리, 얼굴의 주름, 서로의 육체가 맞부딪히며 내는 마찰음. 무대는 때론 물로 출렁이거나 진흙범벅이며 때론 차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실제 공간으로 확장된다. 거의 전 연령층과 인종을 망라한 피나의 무용수들은 내게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알려주었다.

'피나'를 2D로 보면 어떨까? 글쎄… 일반적으로 3D가 2D에 덧붙여진 부속물 같은 것이라면, 이 영화의 2D 버전은 본질적인 것을 상실한 상태가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피나'에서 3D라는 조건은 이 영화의 존재론에 속한다. '피나'는 내가 이제까지 본 최고의 3D영화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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