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원과 선동렬, 불세출 라이벌 투수간 숨막히는 승부
- 한국야구의 두 전설, 올 겨울 스크린에서 뜨겁게 살아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도가니'가 최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일명 '도가니법'이라 불리는 '장애아동 성폭력형벌강화법'을 제정하데 힘을 실어주었다. 실화가 가진 호소력과 진정성의 승리라고 하겠다.
오는 21일 또 한 번 실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영화가 극장에 내걸린다. 1987년, 전 국민을 감동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쇠팔 최동원'과 '고무팔 선동렬'의 역사적 대결을 그린 '퍼펙트 게임'(박희곤 감독)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최동원(조승우 분)과 선동렬(양동근 분)이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시절에서 출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한 최동원을 존경과 부러움의 시선으로 지켜보던 후배 선동렬은 절차탁마하여 어느덧 최동원을 따라잡기에 이르게 된다. 어느 순간 매스컴은 두 사람의 실력을 비교하며 라이벌로 규정하고 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불편해진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정면 대결을 피했던 두 사람은 1987년 5월 16일,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전설적인 경기를 펼치게 된다. 경기 중반까지 서로 득점없이 팽팽하게 맞서다 해태의 선취점으로 롯데가 멈칫한다. 그러나 이내 롯데의 역전이 이어지고 마지막 9회에 이르러 해태의 만년 후보선수였던 박만수(마동석 분)가 솔로 홈런을 때리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된다.
9회 경기를 넘어서 연장전에 돌입한 두 팀은 15회라는 사상초유의 경기를 치르게 된다. 총 4시간56분 동안 선발로 등판한 최동원과 선동렬은 구원투수 없이 오롯이 경기에 투혼을 불사르지만 끝내 두 사람은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영화 속에서도 얘기하듯이 당시 두 사람의 대결은 그저 우승을 노리는 팀의 에이스 선발 경기가 아니었다. 우승을 노리는 팀 대결을 넘어서 연세대와 고려대의 대결, 부산과 광주의 대결, 전라도와 경상도의 대결이라는 벗어던질 수 없는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혼신의 힘을 다한 경기의 처음과 끝을 지켜본 국민들은 지연 학연 등의 묵은 감정을 떨쳐내고 진정한 야구팬으로서 두 사람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퍼펙트 게임'의 가장 큰 미덕은 주인공 고 최동원과 선동렬을 연기한 조승우, 양동근의 발군의 연기력이라고 하겠다. 두 배우의 열정은 실제 선수들의 투구폼을 완벽에 가깝게 묘사하기에 이른다. 또 자연스러운 사투리와 표정, 목소리 톤까지 연구하고 체구 역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조승우는 트레이닝에 매진했고 양동근은 10㎏ 이상 몸무게를 늘렸다.
영화는 태생적으로 스포츠를 근간에 두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두 주인공이 뿜어내는 투지와 집념 그리고 두 사람을 싸고 있는 조연들의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그리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 속에서 마지막에 멋진 홈런을 날리는 해태의 만년 2군 선수 박만수는 감독이 만들어낸 허구 인물로 프로에 입문해 한 번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그저 그런 선수다. 부인과 아들 또한 박만수를 인정하지 않고, 먹고 살기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던 그가 역사적인 그날의 경기에서 동점 홈런을 치며 감동을 배가시키는 등 곳곳에 감독의 손길이 만들어낸 디테일도 눈여겨 볼 만하다.
어릴 때 리틀 야구단 활동을 할 정도로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박희곤 감독은 30년 전, 고 최동원 선수와 만났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네가 투수냐? 한 번 던져봐라"라며 고 최동원 선수가 직접 박 감독의 공을 받아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었다. 전설적인 영웅이 내 공을 받아주며 대견해한 순간을 어떻게 잊겠는가"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런 만남을 인연으로 감독은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고 최동원 선수와 그의 불꽃 투지를 작품 속에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