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영상에세이 뷰-파인더] 낙안의 가을

그리운 옛 이야기처럼, 순천 낙안읍성에는 사람이 산다

  • 국제신문
  • 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  |  입력 : 2011-11-10 18:47:00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끼 낀 성곽을 단풍 든 담쟁이 넝쿨이 휘감고 있다.

지난 주말 전남 순천시를 다녀왔다. 예약을 하지 않고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잠 잘 곳을 알아보았지만 마땅한 데가 없었다. 결국 낙안읍성 주변에 숙박을 알아보니 성내에 잠자리가 있다고 했다. 저녁께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희미한 안개를 뚫고 낙안읍성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마을 어귀부터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정겨웠다. 어둠 속에 나타난 초가들은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을 연상케 했다. 초가 민박집 방에 호롱불까지 있었더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태어난 옛 고향집으로 돌아온 듯했으리라. 찢어지게 가난함의 상징이었던 초가를 대하니 오랫동안 잊었던 고향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분이 훈훈했다.

수더분한 민박집 아주머니가 물주전자와 컵을 내왔다. 침대가 아니라 이불과 베개가 놓인 방은 회색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소박하고 포근함을 품고 있었다. 따끈한 온돌방에 이불을 펴고 누우니 잠이 절로 몰려왔다.

수탉이 홰치는 소리에 퍼뜩 잠이 깼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수탉 울음소리인가. 얼른 카메라 장비를 챙겨 가장 높은 성벽을 찾았다. 아침 여명이 비친, 황토색 짙게 배어 있는 초가지붕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읍성에서 가장 높은 남서쪽 성곽에 올라서니 낙안읍성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읍성의 아침 해는 높은 산에 가려 느지막하게 햇살을 땅으로 내려 보냈다. 해가 동녘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즈음 때 아닌 확성기 소리가 읍성 내로 울려 퍼졌다. 마을 이장 왈, 간밤에 주차한 차량들을 성문 밖으로 이동해 달라는 얘기. 확성기 소리만 들리지 않았다면 영락없이 조선시대 어느 날의 가을 아침이었을 터인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훈장이 서당 마당을 쓸고 있다.
낙안읍성에는 사람이 산다. 민속촌이나 향토박물관처럼 재현만 해놓은 곳이 아니라 주민들 손때가 곳곳에 묻어있는 촌락이다.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때 왜구 침략이 극성을 부리자 김빈길 장군이 토성을 쌓은 후에 17세기 초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하면서 석성으로 증축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성은 1~2m 크기의 정방형 자연석을 이용해 4m 높이에 너비 3~4m을 이룬다. 성곽 둘레가 1410m로 읍성 위를 걸어 한 바퀴 도는 데 40분쯤 걸린다.

성안에는 100여 가구, 300여 명의 주민들이 난방 전기 전화 등 필수적인 문명이기를 빼고는 옛 것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고 있다. 민가들과 함께 수령의 숙소였던 내아, 외부손님을 맞았던 객사, 동헌 등이 조선시대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

낙안읍성의 또 하나 색다른 모습은 집안을 환히 보여주는 나지막한 돌담길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든 담쟁이 넝쿨과 호박덩굴이 휘감고 있어 참 보기 좋다. 꼬불꼬불한 미로 같은 돌담길을 걷다보면 새삼 옛날이 그리워진다. 술래잡기하며 뛰놀던 구불구불한 골목길, 밤에 반딧불이를 잡아 호박꽃 봉오리에 넣어 불을 밝히며 뛰어 다니던 골목길. 사금파리를 빻아 가루로 만들어 풀과 함께 연줄에 먹여 상대방 연줄을 끊는 연싸움했던 그 시절이 아련하다.

이 모든 옛날 이야기와 옛 정을 되새김질한 후 돌아 올 수 있는 곳. 그곳이 낙안읍성이다.

   
마을주민이 나무를 잘라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읍성에선 도자기공예, 짚풀 공예, 목공예 시연도 한다.

   
읍성위에서 바라본 크고 작은 장독들이 줄지어 햇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매우 정겹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강서 힘입어…부산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
  2. 2‘K-반도체 벨트’ 또 수도권 리그
  3. 3일광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사업 ‘국제공모’로 급물살
  4. 4명지에 친환경에너지 공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가동
  5. 5북항 친수공원 조경공사 ‘큰 장’ 선다
  6. 6[경제 포커스] 자산 매각, 인사 영입…롯데쇼핑의 ‘이베이 인수’ 시그널
  7. 7김세연 “이재명은 무늬만 기본소득…여성징병 논의하자”
  8. 8'가정의달 위기' 현실화에 집단감염까지 부산 코로나 확진 급증
  9. 953만 인구 김해 공공의료기관 ‘0’…유치전 뛴다
  10. 10한강 사망 대학생 부검결과 익사 추정…“머리상처 사인 아냐”
  1. 1김세연 “이재명은 무늬만 기본소득…여성징병 논의하자”
  2. 2지역구로 출근 러시…시의원실은 ‘부재중’
  3. 3김부겸 총리 인준 강행…박준영 끝내 자진 사퇴
  4. 4이언주, 국힘 최고위원 출마 저울질
  5. 5박재호·이성권 14일 회동…부산부동산특위 접점 찾을까
  6. 6국가균형위원장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재인 정부 내 반드시 이행"
  7. 7야당 “여당, 꼭두각시 총리 탄생시켜”…청문정국 결국 강대강
  8. 8IOK company,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오디션 개최
  9. 9원외 지역위원장 조직 장악 한계…부산 민주당 내홍 심화
  10. 10이재명 매머드급 포럼…이낙연 부산 세몰이에 맞불
  1. 1기장·강서 힘입어…부산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
  2. 2‘K-반도체 벨트’ 또 수도권 리그
  3. 3일광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사업 ‘국제공모’로 급물살
  4. 4명지에 친환경에너지 공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가동
  5. 5북항 친수공원 조경공사 ‘큰 장’ 선다
  6. 6[경제 포커스] 자산 매각, 인사 영입…롯데쇼핑의 ‘이베이 인수’ 시그널
  7. 7미국발 인플레 공포…코스피 사흘 연속 1%대 하락
  8. 8르노삼성 노사 강대강…XM3 수출물량 뺏길라
  9. 9동원개발- 부산의 중심 슬세권·역세권·숲세권 품은 ‘서면 동원시티 비스타’
  10. 10HMM 한바다호 명명식…23일 부산서 정식 취항
  1. 1'가정의달 위기' 현실화에 집단감염까지 부산 코로나 확진 급증
  2. 253만 인구 김해 공공의료기관 ‘0’…유치전 뛴다
  3. 3한강 사망 대학생 부검결과 익사 추정…“머리상처 사인 아냐”
  4. 4365일 세끼 챙기는 급식쌤, 희망 바이러스 전하는 미술쌤
  5. 5‘깡통’ 분양형호텔 난무에…손배소 재판부 이례적 현장검증
  6. 6“해사법원도 수도권행 우려…부산 유치 정치권 나서라”
  7. 7국도 5호선 연장에 거제 명진터널 조기개통 탄력
  8. 8코로나19 확진자 이틀째 700명대… 비수도권 비중 40% 넘어
  9. 9시민단체 “해상케이블카 문제점 여전”
  10. 10강변도로 달리던 오토바이, 차량 2대 추돌... 1명 사망
  1. 1이대호·전준우 첫 동반 라인업 제외
  2. 2프랑코, 투구 습관 간파?…거인 마운드 어쩌나
  3. 3‘어린 주장’ 김진규 아이파크 이끈다
  4. 4류현진, 칼제구 부활…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
  5. 5‘고수를 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vs 태권도 & 킥복싱
  6. 6메스 든 거인 수장…성적·선수단 조화 두 토끼 잡을까
  7. 7다대포서, 한강서…2049명 ‘나만의 코스’ 걷고 달렸다
  8. 8"ESL 탈퇴 못해" 3개 구단, UCL 2년간 출전정지될 수도
  9. 9롯데 '서튼호' SSG 잡고 첫 승...'스윕'은 면했다
  10. 10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우리은행
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김성호 부산파크골프협회장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