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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의 Sea 스토리 <8> 제주산호

물살의 질투가 피워낸 꽃, 산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07 19:11:5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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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수지맨드라미, 진총산호류 등 연산호 군락에 쏠배감펭이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스쿠버 다이빙으로 바다를 찾을 때는 대개 보름과 그믐은 피한다. 지구와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이 무렵이면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힘이 최대가 되어 조류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강한 조류에 휘말리면 표류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들이 떠밀려 다녀 시야까지 흐려진다. 그런데 폴립을 활짝 펼치고 있는 산호의 화려함을 관찰하려면 조류가 강한 날을 고르는 게 좋다. 고착생활을 하는 산호는 조류가 강해야만 폴립을 활짝 펼친 채 사냥에 나서기 때문이다.

◇ 한국 산호충류 군락지, 화려한 제주 문섬

6월 중순. 산호의 식생을 관찰하기 위해 조류가 가장 강한 날인 보름에 맞춰 제주도 서귀포 앞 문섬을 찾았다. 서귀포항에서 남쪽으로 1.3㎞ 떨어져 있는 문섬은 본섬과 새끼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 500m, 남북 280m로 긴 타원형인 본섬의 면적은 0.094㎢ 정도이다. 문섬 주위는 모든 지점이 다이빙 포인트라 할 만큼 수중 경관이 화려하여 우리나라 다이버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

특히 문섬을 비롯하여 인근의 섶섬, 범섬 해역에는 한국산 산호충류 132종 중 92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종류의 다양성이나 화려함, 밀집도가 단연 세계 최고이다. 문화재청은 이 일대의 산호를 보호 관리하기 위해 2004년 12월9일 제주도 서귀포 해역 (7041만688㎡)과 남 제주군 송악산 해역(2222만9461㎡)을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했다.

문섬을 대표하는 산호 종은 연산호 중 바다맨드라미류들이다. 연산호는 고르고니언산호와 수지맨드라미류로 나뉜다. 고르고니언 산호류는 군체 중심에 단단한 축을 가지고 있지만 수지맨드라미류는 물렁물렁한 육질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심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대형 수지맨드라미류의 경우 1년에 40~50㎝ 정도로 빠르게 자란다. 이들은 조류가 없을 때는 폴립을 펼치지 않고 움츠려 지내다가 조류가 강해지면 조류에 실려 오는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들을 사냥하기 위해 폴립을 활짝 펼친다. 얕은 수심에 서식하는 산호류는 폴립에 공생하는 편모조류들이 광합성으로 만들어내는 영양물질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지만,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이 충분히 다다르지 못하는 수심 30m 이하 깊은 곳에 서식하는 대형 수지맨드라미류들은 먹이 사냥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그러다 보니 깊은 수심에서 살아가는 대형 수지맨드라미들은 조류가 강한 날 폴립을 활짝 펼치고 활발하게 사냥에 나서느라 그 모양새가 가장 화려하다.

◇ 강한 조류와 바다의 생명력… 산호는 플랑크톤 사냥꾼

대형 수지맨드라미를 관찰하기 위해 문섬 수중 직벽 바닥으로 하강을 시작했다. 제주도 바다만이 가진 신비로움 중 하나는 동일한 해역에서 모자반, 감태 등 해조류와 산호를 함께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심 10m 안쪽이 해조류의 천국이라면 그 아래부터는 산호들의 세상이다. 특히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 문섬의 모자반들은 길이가 7~8m에 이르는데 그 사이를 지나는 기분은 숲길을 거니는 듯 서정적이다. 이들 해중림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들어 문섬 주변해역을 풍요롭게 만든다. 해중림 지대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자 도배를 해 놓은 듯 빼곡한연산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얕은 수심의 연산호 군락에는 자리돔, 도화돔, 줄도화돔, 얼개비늘돔, 주걱치, 복어, 호박돔 등이 무리지어 다니며 수면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을 즐기고 있다.

직벽은 38m까지 이어진다. 바닥면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우뚝 솟아 있는 수지맨드라미들이 보인다. 옆에 서서 크기를 가늠하니 2m는 넘어 보인다. 기대한 대로 깊은 수심에서 만난 대형 수지맨드라미들은 조류에 떠밀려 다니는 플랑크톤을 사냥하느라 폴립을 활짝 펼치고 있다. 수중랜턴을 비추자 제 색을 찾은 수지맨드라미들이 그 화려함을 뽐낸다. 사실 물속에서는 산호가 그다지 화려하게 보이지 않는다. 가시광선의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빛깔은 수심이 깊어지면서 장파장인 빨강, 주황, 노랑을 모두 흡수해버리고 30m 아래부터는 파랑과 남색계열의 단파장만 남긴다. 이러한 이유로 깊은 수심에서는 아무리 화려한 색을 가진 산호라도 푸른색 톤이 강한 무채색 계열로만 보인다. 이들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수중랜턴 등 인공조명을 비춰줘야만 한다. 그리고 산호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 민감한 자포동물인 산호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폴립을 거두어들이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수지맨드라미 주변을 살피는데 쏠배감펭 한 마리가 눈을 맞춰온다. 온몸을 독가시로 무장한 쏠배감펭은 자신이 지닌 독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도망가지 않는다. 마치 수지맨드라미 군락을 지키는 경계병이라도 되는 듯 당당한 몸짓으로 침입자를 경계하며 앞으로 나선다.

◇ 전갱이떼·멸치떼 반짝반짝 군무도 장관

깊은 수심은 공기를 빠르게 소진한다. 스쿠버 다이빙용 공기통을 가지고 수심 15m 이내에서는 40분 정도 머물 수 있지만 38m 정도 수심에서는 5분 이상 있을 수가 없다. 내려온 방향을 거슬러 상승을 시작하는데 눈앞에 전갱이 떼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수온이 오르자 전갱이가 제철을 맞았다.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전갱이의 군무를 감상하는데 갑자기 햇빛에 반사되는 빠른 움직임이 느껴진다. 멸치 떼였다. 작지만 강하게 퍼덕이는 세찬 지느러미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강한 조류가 가져다주는 바다의 생명력을 가슴에 담았다. parksh@kookje.co.kr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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