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과속스캔들'에서 22살 미혼모 황정남 역을 맡은 박보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최근 극장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박보영.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 '아하, 그 배우'라고 무릎을 치게 된다. 그는 2007년 SBS 대하사극 '왕과 나'에서 여주인공 '소화'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해 연말 연기대상에서 '아역상'을 거머쥐었다. 그랬던 그가 '아역'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1년 만에 성숙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영화 '울학교 ET'와 '초감각 커플' 그리고 '과속 스캔들'까지 올해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박보영은 '울학교 ET'나 '초감각 커플'에서는 한없이 발랄한 '국민 여동생'으로 등장하더니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에서는 22살의 미혼모 황정남으로 나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감정을 내보여주는 장면과 꾹꾹 누르며 절제하는 장면'을 구분할 줄 아는 충무로의 무서운 신인이었다. "'과속스캔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아기엄마 정남의 역할이 부담스러웠어요. 겨우 스무살인 내가 미혼모를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좀더 성숙한 역할을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아빠'가 잘 이끌어주어서 편하게 영화를 찍을 수 있었어요. "

아직도 정남이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상대배우로 나왔던 차태현을 '아빠'라고 부른다.

"정남이의 기운이 아직도 제 가슴 속에 남아있어요. 촬영할 때 차태현 씨를 '아빠'라고 불렀는데 그게 입버릇처럼 됐습니다. 실제로 '아빠'는 영화 속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순수해요. 바보같고 철 없는 30대가 바로 '아빠'의 본래 모습이어요(웃음)."

영화를 찍을 때 어려움은 없었을까.

"우는 것보다 웃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한 번은 웃음이 안 나와서 스태프들이 웃겨줘서 겨우 촬영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우는 건 자신 있었죠. 아들을 잃어버린 신을 촬영할 때 3일 내내 울었어요. 스태프들과 말도 안하고 촬영장 구석에 혼자 앉아서 집중하고 있었거든요. 그때는 진짜 아이를 잃어버린 것 같은 먹먹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는 '과속스캔들'에서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등 4곡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무대에 올라 열창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연상될 정도. 노래솜씨를 칭찬하자 "현대기술의 도움을 좀 받은 것"이라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그는 예전에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는데 막상 성인이 되니 싫다고 했다.

"드라마 '왕과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찍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저를 초등학생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때 '동안 콤플렉스'가 생겼어요. 사람들이 어리게만 보니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성인이 되니까 책임질 일이 많아졌습니다. 다시 청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요."

'제2의 문근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고 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니홈페이지와 관련 기사 뒤에 악플이 주렁주렁 달려있던데 그냥 격려의 말로 듣고 더욱 열심히 해야지요. 아직 '죽어라' 등의 극단적인 악플은 없었습니다(하하)."

그는 예쁜 배우보다 연기력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연기욕심이 무한하다고 할까.

"매 작품을 찍을 때마다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요. '저 연기는 이렇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앞으로 여러가지 배역을 마구 마구 해보고 싶어요. 나쁜 여자요? 무조건 오케이(OK)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