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낫 데어'는 전설적인 포크록 가수 밥 딜런에 대한 전기 영화다. 그러나 예술가의 일대기를 좇는 전형적인 전개 대신 밥 딜런의 삶과 음악을 복수의 다른 인물들로 표현해내는 독특한 방식을 띠고 있다. 밥 딜런 특유의 시적인 가사를 줄기로 삼아 밥 딜런의 7가지 서로 다른 자아의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연달아 진행시키며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렬한 아이콘의 초상을 완성해가는 방식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인물 기행이다.
'밥 딜런'은 1962년 첫 앨범 '밥 딜런'을 들고 나온 이후 2006년 발표한 '모던 타임즈'에 이르기까지, 40년 이상 최고의 뮤지션으로 활동해왔다. 영화 속에서 밥 딜런을 대변하는 일곱 캐릭터 중엔 예술가도 있고 시인도 있으며 총잡이도 있다. 기차를 무임승차하며 세상을 전전하는 떠돌이 가수 '우디'(마커스 칼 프랭클린)가 밥 딜런 음악의 기원과 천재성을 보여준다면, 프랑스의 시인 '아서'(벤 위쇼)는 음유 시인으로서 밥 딜런을 변호하며, 1960년대 포크음악계의 스타로 떠오른 '잭'(크리스찬 베일)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밥 딜런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한편 영화속 영화에서 그 '잭'을 연기하게 된 영화배우 '로비'(히스 레저)는 데뷔 후 명성을 얻고 사랑에 빠지는 등 급격한 삶의 변화를 경험했던 밥 딜런을, 잠적했던 '잭'은 후에 '존' 목사(크리스찬 베일)가 되어 기독교에 귀의했던 밥 딜런의 행보를 이어간다. 케이트 블란챗이 연기하는 '쥬드'는 1965년경 뉴포트 재즈 앤 포크 페스티벌과 영국 투어를 떠난 밥 딜런이 되어 음악적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대중과 기자들에게 의연히 맞서고, 리처드 기어는 밥 딜런이 출연했던 서부영화 '관계의 종말'(1973)에 '빌리'의 모습으로 등장해 끊임없이 잠적을 시도했던 은둔자로서의 그를 빗댄다. '벨벳 골드마인'으로 음악 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던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약물 중독으로 유명을 달리한 히스 레저의 생전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아임 낫 데어'는 CGV서면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관에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