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푸드를 멀리하라'.
주부들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패스트 푸드의 유해성이 강조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 푸드, 빵, 쿠키 등에 트랜스 지방이 많이 들어있다고 알려지면서 패스트 푸드와의 전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트랜스 지방은 비만 당뇨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패스트 푸드를 멀리 떼어놓기가 쉽지 않다. 입맛에는 좋지만 건강에는 나쁜 패스트 푸드를 멀리하는 방법이 없을까.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로부터 패스트푸드와의 전쟁 경험기를 들어봤다.
▲못먹는 음식 스스로 구분하게
-안윤경(부산 북구 화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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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안윤경 씨가 삶은 고구마 등 안전한 간식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다. 이수정 인턴기자 |
"엄마, 이 아이스크림엔 색소가 없어. 이건 먹어도 되지?". 안 씨의 열한 살 된 첫째 아이 하원이는 마트에 가면 과자나 아이스크림의 뒷면을 읽느라 바쁘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골라 카터에 담기 위해서다.
그는 '세 살 식습관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아예 어릴 때부터 패스트 푸드를 입에 대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세살짜리 셋째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사탕은 아직 맛도 보지 못했다.
안 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가릴 음식, 먹어도 되는 음식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줬다. 자신이 음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고 아이들과 틈나는 대로 대화를 나눴다. 마트에 갈 때 아이들에게 당부한 말은 '뒷면을 잘 보라'는 것. 식품에 들어간 첨가물들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다. 합성보존료, 유화제, 색소, 쇼트닝, 대두, 팜유, 산도조절제, 산화방지제, 시즈닝 등의 글자가 찍혀 있는 과자는 무조건 먹지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안전지대가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는 4살 무렵부터 또래 아이들을 통해 패스트 푸드를 접하게 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의 생일잔치가 대부분 패스트 푸드점에서 열린다. 안 씨는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숨통을 트게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생일잔치에 가지 말라는 말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뜻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생일잔치 때만은 패스트 푸드를 허락해주고 있다.
▲음식 태교로 입맛 길들이기
-고길엽(부산 북구 화명동)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음식 태교를 했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피자 커피를 일절 마시지 않았다. 커피도 한두잔 정도는 괜찮다고 했지만 '뱃속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아예 입에 대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이유식을 100%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이유식 만드는 시간을 아껴 아이와 놀아주는 게 낫다'며 아침마다 배달해주는 이유식을 권했지만 사양했다. 이유식을 만들 때는 고칼로리 음식보다 야채 위주로 했다. 이유식 때 길러진 입맛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맞았다. 요즘 아이들이 싫어한다는 시금치와 버섯 견과류를 고씨 아이들은 즐겨 먹고 있다. 이유식 만들어주느라 힘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이들 입맛을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지 또래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처음 고생이 나중을 편하게 해줬다.
간식은 '촌스럽게' 해준다. 주로 고구마를 구워주거나 감자를 삶아준다. 라면을 먹고 싶어하면 국수를 삶아주고 김가루를 뿌린 삼각김밥도 주요 간식거리다.
주말 나들이 때만은 과자 한 봉지가 허용된다. 슈퍼에서 직접 고르게 하는데 바닥에 진열해 놓은 과자들은 금지품목이다. 인공색소가 들어간 것들이 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낮은 곳에 진열되기 때문.
▲치킨 한 마리면 돈이 얼마야
-김수정(부산 사하구 하단동)
김 씨 본인의 입맛부터 바꾸었다. 알레르기 비염이 심했던 그는 4년 전부터 식습관을 바꿔 패스트 푸드를 먹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제 패스트 푸드를 먹게 되면 예전에 좋았던 맛이 싫어지게 됐다고.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나면 입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엄마 덕분인지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도 패스트 푸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남편이 치킨 등 패스트 푸드를 좋아한다는 점. 입이 궁금하면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자고 졸라댄다. 이럴 때면 치킨 한 마리 가격을 계산해 주고는 냉장고에 준비해뒀던 핫도그나 만두를 꺼내 조리해 준다고. 핫도그나 만두는 2000원이면 배고픔을 채울 수 있는데 치킨은 적어도 1만 원이상은 줘야 한다고 말하면 남편도 알뜰한 아내의 성의를 생각해서인지 따라 준다고. 김씨는 생협에서 사다놓은 우리 밀로 만든 핫도그나 만두를 냉장고에 항상 보관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