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비바람과 백 년의 혹한·혹서를 겪어 세월의 무늬를 가진 줄기와 가지, 바윗돌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휘어진 뿌리가 처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골 마을 어귀의 고목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의 무엇이 느껴지는 것이 과연 나 혼자일 뿐일까. 휴식의 그늘로 때로는 기다림의 장소로, 풍요의 열매로 생명에 헌신하는 그 모습은 삶을 아름답게 살아간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서 느끼는 감동과도 다르지 않다."(작가노트 중)
박성열 작가가 오랜 세월 고목을 위해 붓을 드는 이유다. 작가는 늘 '기다림'을 그린다. 고목 아래에서 나무를 쳐다보는 강아지도, 바닷가에서 새들의 날갯짓에 맞춰 트럼펫을 부는 여인도,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살짝 고개를 돌린 여인도 모두 누군가를 기다린다.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트럼펫은 떠났던 이들을 불러모으는 매혹스러운 소리를 뿜어낸다. 삭막한 겨울의 끝자락과 화려한 봄의 향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작업이다. 오는 1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051)742-7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