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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속국 벗어나자’며 진격, 세계 1위 갤럭시 낳았다

이건희의 ‘반도체 신화’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20-10-27 19:40:0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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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년 손목시계 IC칩으로 시작
- 그룹 부회장 오르며 본격 육성
- 컬러TV 만들며 ‘초일류’ 집념
- 64메가 D램 세계 최초 개발
-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강자로
- 애니콜 거쳐 갤럭시 성공 일궈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 준비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기술불모지 한국에서 반도체와 모바일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며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중심에는 삼성그룹 ‘2세 경영인’ 이건희 회장이 있었다. 1980년 당시 정부를 설득해 국내 컬러TV 방영을 본격화한 주인공도 이건희 회장이었다. 컬러TV 방영은 국내 반도체·전자 산업의 전환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반도체·전자 산업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컬러TV의 도입이었다.

■삼성반도체 시작은 1974년

   
2004년 반도체 설비를 방문한 고 이건희 회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반도체 사업 시작은 1974년이다. 이건희 당시 동양방송 이사는 같은 해 12월 사재를 털어 손목시계용 IC칩을 개발하는 한국반도체 지분 절반을 매입했다. 그는 1977년 12월 한국반도체 주식 잔여분을 추가 인수한 뒤 1978년 3월 삼성반도체로 상호를 바꿨다. 이 회장은 당시 “언제까지 그들(미국, 일본)의 기술 속국이어야 하나.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 한다. 내 사재를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 초기에 기술 확보를 위해 거의 매주 일본으로 가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도움을 구했다.

그는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오르자마자 부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 가까이에서 삼성 반도체 육성을 위해 나섰다. 그 기회는 1980년 신군부의 컬러TV 방영이었다. 흑백TV와 달리 컬러TV는 고집적 반도체와 회로가 많이 들어간다.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으로 실무자 시절 전자 분야를 오래 담당했던 한 인사는 “국내 컬러TV 방영이 반도체·전자 산업의 전환이었다. 당시 일본 전자 업계가 소니를 중심으로 꽃을 피웠는데 이 회장은 당시 실질적으로 삼성그룹 내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먼저 했다”며 “삼성에서 정부를 설득해 컬러TV 방영이 본격화됐고 그때부터 금성사(LG전자 전신)에 뒤졌던 삼성전자는 금성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까지 올랐다”고 회고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발판으로 가전, 반도체, 통신 세 분야의 기반을 닦았고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특수를 누렸다. 이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한국전자통신 후신)을 삼성전자에 합병했고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2018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44.3%다.

‘이건희의 삼성’은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2007년 세계 최초 64Gb(기가비트)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 2010년 세계 최초 30나노급 4기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4단 수직구조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고, 2014년 32단, 2015년 48단 메모리 양산에 성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회장 애도문에서 “생전에 기술 발전에 대한 열정이 높았던 이 회장은 흑백TV를 만드는 아시아의 작은 기업 삼성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일명 ‘이건희폰’이라 불렸던 열고 닫는 클램셸 형태의 SGH-T100, 최단 기간 판매 신기록을 세운 갤럭시S2(가운데). 이 폰으로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오른쪽은 이건희 회장의 마지막 작품인 갤럭시S4.
■애니콜에서 갤럭시까지

반도체 신화는 반도체의 집약체인 스마트폰 개발로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이끌던 삼성전자는 1994년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을 출시해 이듬해 국내 점유율 51.5%로 국내에서는 글로벌 1위 모토로라를 꺾었다. ‘애니콜 신화’는 이 회장의 그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꿔라)’의 결과였다.

이 회장은 또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선언하고 6년의 노력 끝에 2002년 4월 일명 ‘이건희 폰’이라 불리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휴대전화 ‘SGH-T100’을 출시했다. 이 회장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꼼꼼히 디자인을 살폈고, 손에 쥐기 쉬운 넓고 가볍고 얇은 디자인을 제안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 폰은 10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비자금 특검 수사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고인은 2010년 그룹 역량을 총결집한 ‘갤럭시S’를 출시하며 애플 추격에 나섰다. 2011년 3분기에는 갤럭시S2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갤럭시 시리즈는 현재 S20, 노트20, 세계 첫 폴더블폰 시리즈 Z폴드2 등으로 이어져 애플 아이폰, 화웨이와 글로벌 1위를 다툰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이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노리고 있다. 평택캠퍼스를 대거 육성하며 그 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의 연산·제어를 담당하며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형태로 생산된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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