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생의 한 마디가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세계로 이끌었다. 이후 시험 기간 학교 도서관 전산실에서 싸이월드를 했을 정도로 푹 빠졌었다. 글을 쓸 수 있고 사진도 올릴 수 있는데다 배경음악까지…. 당시 20대 초반의 나에게 신세계였다. 온라인에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니 신선한 경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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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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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싸이월드가 잠시 주목받았다. 한 예능 방송에서 싸이월드를 언급하자 예전 추억을 찾고 싶은 이들이 싸이월드로 몰려든 것. 그 즈음 싸이월드는 운영이 어려운 상태였고 갑자기 밀려드는 방문자를 맞을 트래픽이 부족했다. 이후 한동안 싸이월드 사이트 접속이 어려웠다. 그리고 지난 10월 또 한번 이슈가 됐다.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싸이월드 도메인이 2019년 11월 만료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싸이월드가 백업 공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메인 만료가 다가오자 누리꾼 사이에서 싸이월드가 영영 사라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졌다.
며칠간 접속이 되지 않았던 싸이월드가 도메인을 1년 연장했고 지금은 다시 살아났다. SNS의 원조격인 싸이월드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싸이월드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이스트 테크노 경영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던 이동형, 형용준, 이한수 등 6명이 EBIZ클럽이라는 창업동아리를 만들었고 여기서 싸이월드가 탄생했다. 이 중 이동형 형용준 등이 참여한 가운데 1999년 9월 1일 회사가 설립됐다.
싸이월드의 전성기는 2001년 미니홈피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창업 이후 3년 동안 특별한 성장을 하지 못했던 싸이월드는 2001년 여름 마지막 사활을 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기존 클럽 중심 서비스에서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동형 사장은 기획자였던 이람 팀장을 미니홈피 프로젝트 책임자로 임명했고 이 프로젝트로 미니홈피, 미니미, 미니룸, 도토리와 같은 싸이월드 전성기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후 2002년 겨울부터 싸이월드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시기도 적절했다. 2003년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싸이월드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때부터 싸이월드 인기는 수직 상승했고 2003년 8월 2일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됐다.
합병으로 네이트온과 연동되고 국민 서비스로 부각됐다. 네이트온 메신저에서 싸이월드 미니홈피 연동이 되면서 접근 또한 쉬워졌다. 2003년부터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 보급과 맞물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대한민국 대표 SNS로 자리잡았고 27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한다. 대한민국 인구가 5147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숫자다.
여기에 싸이월드만의 수익 구조인 ‘도토리’까지 갖추고 있었다. 싸이월드는 기존 광고 중심의 인터넷 수익 모델과 달리 ‘디지털 아이템’ 판매사업에 기반한 차별화된 수익구조로 성공을 거뒀다. 2007년 10월 19일, 미국의 뉴스전문방송 CNN 월드에서 싸이월드를 한국의 앞서가는 IT문화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할 정도였다. 최고 전성기였던 2010년에는 아바타와 음원 판매로 올린 매출만 1090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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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019년 12월 싸이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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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눈부신 성장도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2011년 후반부터 싸이월드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2009년 한국에 상륙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점차 밀렸고 모바일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모바일 환경이 확산되면서 카카오톡이 국민메신저가 되고 카카오톡과 연계된 카카오스토리가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 카카오스토리 가입자수가 2800만 명에 이르며 싸이월드 가입자수를 추월한다.
싸이월드 사용자들이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플랫폼을 갈아타자 결국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에서 손을 떼게 된다. 2013년 11월 다시 싸이월드로 분사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위탁 운영이 2014년 4월 8일로 끝나자 싸이월드를 분리하여 종업원인수방식(EBO)의 벤처 기업으로 분사한다. 이때 싸이월드 초창기 멤버들이 싸이월드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때 싸이월드 측은 백업을 하라는 첫 공지를 낸다
다시 싸이월드로 분리된 회사에서는 싸이홈이라는 싸이월드 시즌2 버전을 내지만 차별성 없는 싸이홈은 주목받지 못한다.
이후 싸이월드는 2016년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이 소유한 미국 법인 에어(Aire)에 인수합병된다. 어쩌면 싸이월드 때문에 망했다고 볼 수 있는 프리챌의 창업자가 싸이월드를 사들였다니….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하여튼 싸이월드는 2018년부터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과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고 삼성으로부터 투자금도 지원받았다. 하지만 2019년 말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싸이월드 도메인 만료 시점일 때 싸이월드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재도 도메인만 1년 연장을 했을 뿐 이렇다 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싸이월드 이용자들이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배경으로 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다음 카카오로 대표되는 곳의 초창기 멤버 스칼렛(이다희)이 사라지는 마이홈피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러 온 선배에게 마이홈피 서비스는 시대에서 버려졌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순간 싸이월드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리될 때 차라리 싸이월드도 아름다운 퇴장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싸이월드 열혈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써 싸이월드가 새롭게 진화해 나간다면 기쁘겠지만 그때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다면 사라지는 것보다 못하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영실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