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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차별 신상털기, 애먼 사람 울린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09 19:12:2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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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부산 사상구에서 벌어진 부산여중 폭행사건은 가해 학생의 선배가 가해 학생과 나눈 메신저 내용을 캡쳐해 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사건 제보를 받은 언론사들은 최초 글을 올린 학생과 통화를 한 뒤 기사화했다. 해당 사건이 보도된 뒤 격분한 누리꾼들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해 학생 중 1명의 개인 신상을 털었다. 이후 관련 소문이 퍼졌고, 폭행에 가담한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가 같은 학교일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져 소문은 ‘진실’이 돼 일파만파로 퍼졌다. 그 결과 J여중은 폭력범 양산 학교라는 오명을 썼고 , 학교로 협박이나 욕설이 담긴 전화가 하루 수백 통씩 걸려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재학생 중 일부는 크고 작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학교 측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 파악에 나섰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일부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일부 언론사에서 가해 학생 중 학생 두 명이 대안학교에 위탁됐고,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의 소속 학교가 각각 다르다는 내용의 후속 기사가 나긴 했다. 하지만 이미 보도가 난 기사들이 SNS를 통해 확산된 뒤여서 실제와 다른 최초 보도 내용으로 굳어진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관련해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경찰의 초기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해 관련 재조사를 촉구했으며, 이후 소년법 폐지에 관한 여론 형성에도 기여했다. 그리고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이나 전담경찰 배치라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SNS가 초래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해 학생들이 다닌 것으로 알려진 학교의 전교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폭력범으로 매도되기도 했으며, 일부 누리꾼들은 가해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을 비하하기도 했다. SNS를 통한 불법 신상털기가 만연했으며,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은 두 차례 폭행을 당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피해 학생의 사진을 조롱거리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잘못에 합당한 비판과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 가족까지 타인의 괴롭힘을 당하며 고통 속에서 살 당위성이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의 집 전화번호와 주소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돌이나 오물이 해당 주택에 투척 되고 가족이 위협을 받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결국 거취를 옮겨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현대판 연좌제가 벌어진 셈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언론은 사건 정보를 다방면으로 수집해 객관적으로 중립 보도하는 노력을 기울여 독자에게 올바른 알 권리와 판단의 기준을 줘야 한다. 그렇기에 여론에 편승해 독자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무분별하게 써선 안 된다. 대중의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그것이 불법이라는 인식의 부족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현재 IT 강국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용자의 수준은 한참 아래였다.

윤여진 학생기자 다대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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