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과 엄마, 아빠는 지금 막 함박눈이 내리는 스키장에 도착했다. 새하얀 슬로프, S자 회전을 하며 우아하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들…. 태연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제가 공부는 못해도 운동신경은 최고잖아요. 이깟 스키, 10분이면 마스터한다구요."
"과학 원리를 이해하면 훨씬 더 빠르게 스키를 배울 수 있지. 다칠 위험도 적어지고 말이야."
"아빠, 여기 와서 또 공부 타령이에요?"
"진짜야. 우선 마찰력을 이해해야 해. 왜냐, 스키가 눈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마찰력 덕분이거든."
"아빠 정말 과학자 맞아요? 마찰력은 물체끼리 접촉할 때 서로의 운동을 방해하려는 힘이라고요. 운동을 방해하는 힘 덕분에 스키가 부드럽게 나간다니, 뭔 소리세요!"
"허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슬로프의 눈과 스키 바닥면이 마찰을 일으킬 때 생기는 마찰열 탓에 순간적으로 눈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거든. 그 물 때문에 스키가 잘 미끄러질 수 있는 거란다. 스키는 물 위를 달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헉, 물 위를 달린다고요? 신기해요!"
"또 빠른 속도감을 느끼려면 스키장 온도가 섭씨 0도 정도인 게 가장 좋단다. 0도일 때 마찰계수는 0.04지만, 영하 3∼4도에서는 0.1로 계수가 올라가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서는 마찰계수가 0.2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스키를 탈 때 뻑뻑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거든. 반대로 기온이 너무 높아 눈이 질퍽해져도 마찰계수가 올라가니까 스키의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사이에 타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지."
"그런데 아빠,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눈 분수는 뭐에요? 차에서 막 눈을 뿜어내요!"
"아, 제설기 말이구나. 직접 눈을 만들어 뿌리는 건 아니고 5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물방울을 분사하는 기계란다. 고압의 제설기에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낮은 압력의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가면 급속 팽창을 하는데, 이때 추운 날씨까지 겹쳐지면 결정핵을 만들게 되지. 여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눈이 된단다. 단, 습도는 60% 이하, 기온은 영하 2~3도 이하일 때만 제설할 수 있어요."
"뭐야, 그럼 스키는 눈이 아니라 물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잖아요. 눈은 물로 만든 인공설이고, 스키가 움직이는 것도 마찰열로 생긴 물 덕분이라면서요."
"하긴, 그렇구나. 마지막으로 중요한 스키 과학 딱 하나만 더 알고 가자. 스키 탈 때 넘어지지 않으려면 관성을 이용하면 된단다. 평지에 서 있을 때 사람의 무게 중심은 배꼽 아래 약 2.5㎝ 지점에 위치하는데, 슬로프를 내려올 때도 관성에 의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한단다. 그런데 다리는 벌써 슬로프 아래로 내려가 버리거든.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기 때문에 뒤로 넘어지는 거지. 슬로프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다리를 많이 굽혀 무게 중심을 낮추는, 상체는 숙여서 무게 중심이 몸 앞쪽에 위치하도록 해야 해."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