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활기를 띠는 하노이 시내. 하지만 에너지 사용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활기차다. 동남아 국가 중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인구 650만 명이 사는 하노이에는 신축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올라가고, 젊은이들이 쉴새 없이 오간다. 특히 멋진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헬멧을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구 보다 더 많아 보이는' 오토바이 탓에 하노이는 극심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5.03%.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5%대의 경제성장률은 베트남에서 극심한 경기 침체를 나타낸다. 바꿔 말하면 지난 10년 이상 베트남은 고속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에너지 소모가 컸다. 베트남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 에너지원 다변화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 2000년 이후 최저 성장에도 에어컨 등 가전제품 불티나
- 원전서도 전력수급 대책 찾아…2030년까지 수요 10% 충당

- 길게 뻗은 해안선 지형 이용, 풍력 등에 적극 투자 움직임

■ 에너지 확보, 경제발전의 핵

	하노이 중심가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에 유명 외국 브랜드의 에어컨과 냉장고 선풍기 등이 진열돼 있다.

베트남은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 때문에 베트남 기업들은 에너지 안보가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다. 올해부터 시작된 원전 건설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에너지 절감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호안키엠 호수를 중심으로 하노이 시내 쇼핑가에는 삼성 LG를 비롯해 소니 파나소닉 등 외국 유명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야간에도 인파로 북적인다. 에어컨은 물론 대형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들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에너지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하노이 중심가의 신축 건물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하게 매달려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하노이 시내 전자제품 매장의 점원은 "최근 경기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냉장고와 에어컨 대형 TV 구입은 늘고 있다. 특히 냉장고는 대용량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베트남원자력위원회의 찬 은고 토안 박사는 "소비의 증가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에 관한 경각심이 베트남에서 퍼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간파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여러 가지 대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베트남 정부는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의 비중을 1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장기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오는 2020년대 초까지 4기의 원전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원전을 통해 1만5000㎿의 전력을 생산해 국가 에너지 수요의 10%를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 재생 가능에너지에도 주목

지난 5월 말 하노이에서 열렸던 '엔텍 하노이(ENTECH 2013)'. 엔텍은 환경과 에너지 분야 전문 전시회로, 부산시와 국제신문 주최로 2007년 벡스코에서 시작됐으며, 벡스코가 외국에 진출한 첫 전시회 사례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엔텍 하노이'에 참가한 베트남 에너지 전문가들은 바이오 연료를 베트남의 미래 에너지 가운데 최고 기대주로 꼽았다. 오토바이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인 데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없는 바이오 연료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베트남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풍력이다. 길죽하게 생긴 국토의 지형 탓에 해안선 길이는 총 3000㎞에 달한다. 풍력발전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전력공사의 자료를 보면 베트남의 풍력에너지 잠재력은 2010년 기준 2만6750㎿로 추정됐다. 지난해 4월 빈탄지역에서 120㎿ 용량의 풍력발전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풍력발전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1년 관련법도 개정했다. 풍력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당 16만 베트남동(약 8000원)에 고정 구매하고, 풍력발전기에 대해서는 수입세금 면제와 함께 15년간 기업소득세를 우대 적용한다.

태국과 마찬가지도 베트남 역시 바이오 연료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2007년 베트남은 '바이오연료 개발 프로젝트 2015·비전 2025'라는 보급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곡물 등에서 바이오 오일을 추출해 2015년 베트남 정유 수요의 1%를 바이오 연료로 충당하고, 2025년에는 이를 5%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 에너지 요금의 딜레마

코트라 베트남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해외 투자가들은 베트남의 전기요금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낮은 전기요금이 투자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회수를 더디게 한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베트남형 풍력발전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투자 유치는 좀처럼 큰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이 비중을 9.3%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실화하면 풍력이 6200㎿, 바이오매스에서 2000㎿를 담당하고 태양광 등이 6000㎿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에너지 수요가 높은 호찌민은 지자체 수준에서 재생에너지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도시형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 보급을 진행 중인데, 호찌민시 인민위원회는 시내에 태양광 가열기 3만 개를 설치해 연간 5700만 kWh의 전력절감효과와 2만3500t의 이산화탄소 배출감소를 기대한다.


# 베트남 원자력委 찬치 탄 위원장

- "기후 등과 상관없이 안정적 공급 가능한 에너지원 만들어야"
- 전력 의존도 수력 발전 42% 불구, 가뭄·기후변화 등 신뢰성 떨어져
- 급증하는 수요 맞추려 원전 도입

베트남은 올해 러시아 등지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 2010년 러시아 측과 협약을 통해 베트남 중부에 있는 닝투언 지역의 푸옥 딘에 첫 원전을 짓기 시작했다.

베트남 원자력위원회(VINATOM)의 찬 치 탄(사진) 위원장은 "오는 2020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공사에 들어갔다. 2020년을 기점으로 원자력은 베트남 에너지 수요 중 2%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은 수력(42%), 오일·천연가스(37%), 석탄(17%) 순으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동남아에서 3번째로 많은 석유 자원을 보유한 베트남이 왜 원자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찬 위원장은 "전력 수요 때문"이라며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수요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 배 이상 더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수력발전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도 원인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수자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찬 위원장은 "베트남은 수년 전 블랙아웃을 경험했다. 심각한 가뭄 탓에 수자원 부족으로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라며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수자원은 가변성이 커진다.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에너지원을 분산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는 이유는 전력 부족이 경제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찬 위원장은 북유럽 등의 예로 들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반복해 밝혔다.

찬 위원장은 "베트남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전력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하노이나 호찌민 등지에서는 에어컨 사용량 등이 증가하며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끝-

베트남 하노이= 김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