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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없는 대리살상…그래서 더 무섭다

로봇전쟁 시대 현실화

  • 김용호 기자 kyh73@kookje.co.kr
  •  |   입력 : 2013-03-03 19:11:0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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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용 무인항공기 드론Drone. 국제신문DB
- 무인 전투기 '드론'으로
- 美, 최근 4700명 사살
- 피해자 상당수 민간인

- 각국 킬러로봇 개발 몰두
- 한국도 일부 상용화

"우리가 조금 전 꼬마를 죽인거야?" 미 공군 소속의 조종사 브랜든 브라이언트가 동료에게 물었다. "그래, 꼬마였던 것 같아."

화들짝 놀란 브라이언트는 모니터 채팅창에 "아이가 있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누군가가 화면으로 답을 보내왔다. 어딘가에 있는 작전 사령부에서 그들의 '비행'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다. "아니, 그냥 강아지였어." 브라이언트와 동료는 폭격 화면을 다시 돌려 보았다. 희생자는 분명하게 두 발로 걷고 있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지난해 12월14일자에 보도한 인터뷰 내용이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캐넌 공군기지에서 무인비행체 드론(drone)을 조종하는 파일럿이었던 브라이언트의 고백이다. 브라이언트는 실제 전투기가 아니라 보안 때문에 창문조차 없는 컨테이너 속 작은 방에 앉아 전투기 조종석과 똑같이 꾸며진 대형 모니터를 보며 복잡한 기계를 다루고 있었다. 조종석에서 버튼만 누르면 1만 ㎞ 이상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이나 중동의 어느 지역을 날고 있는 드론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

■로봇 전쟁, 영화가 아니라 현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오바마 정부의 드론 공격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다. 로봇 전쟁은 현실이 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은 최근 미국이 드론 전쟁으로 4700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뉴욕대 로스쿨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드론 아래에서의 삶'이라는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에서 드론 공격으로 고위급 테러리스트 등 요주의 인물이 사살된 것은 사상자의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6월 이후 파키스탄에서 드론 공격을 받아 2562~3325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중 447~881명은 민간인 희생자로 확인됐다. 민간인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176명이 포함됐고, 다친 사람도 1128~1362명에 달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무인 무기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까지 육상 전투장비 30%를 무인화하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도 '킬러 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일부 상용화된 것도 있다. 삼성은 지능형 감시경계로봇을 개발해 서산 석유비축기지와 임진강 철책 등에 '보초 로봇'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무인헬기 분야의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원신스카이텍 한재섭 대표는 "소형 무인기는 체공시간이 10분 안팎으로 짧아 최근에는 구형 유인헬기를 무인 작동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헬기가 알아서 비행하며, 장착된 카메라 등은 수동으로 원격 조종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주로 정찰용이나 감시용 분야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에게는 동정심도 복수심도 없다

   
영화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킬러로봇.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앞으로 20~30년 안에 '인간의 명령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킬러 로봇'이 개발될 것으로 예측한다. 영국 셰필드대 로봇·인공지능 전문가인 노엘 샤키 교수는 "킬러 로봇은 앞으로 10년 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이 로봇 무기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뚜렷하다. 아군의 인명 피해는 줄이면서 적군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술이 발달하고 정교해지면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실제 현재까지 개발된 무인 무기만 해도 스텔스기 X-47B는 조종사 없이 항공모함 이착륙이 가능하며 공중 급유도 스스로 할 수 있다.

로봇 관련 학자들과 국제 인권단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다음 달 영국 하원에 모여 '킬러 로봇 반대' 캠페인을 발족할 예정이다. 샤키 교수는 "킬러 로봇은 아이와 군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인식체계가 없다"면서 "미국 국방부가 연구하는 인공지능 스텔스 무인폭격기는 인간이 견디면서 조종할 수 있는 중력 한계를 넘어 초음속 비행을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봇은 화를 내거나 복수를 꿈꾸지 않지만 동정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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