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인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보호하자는 시민운동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필자도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울산시민의 이러한 운동에 기꺼이 동참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문화재 보존의 문제는 몇 분야의 전문가만이 주장해왔던 것이지만 이 운동을 주도하는 반구대 사랑 시민연대 회원들은 21세기의 도시인치고는 아무래도 별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생업을 제쳐놓고, 올바르게 시작했으니 결말을 봐야겠다는 지칠 줄 모르는 의지를 가졌다. 그들의 주장은 반구대 주변의 문화 자체만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삭막한 도시 공간 속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존하자는 것이며, 그러한 문화재와 자연 속에서 선사인들이 가졌음직한 순수한 심경을 가족과 또는 친구와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실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들도 여느 시민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타고, 컴퓨터를 능숙하게 조작하는 현대사회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간의 삶을 즐기고자 한다.
울산시의 개발계획은 반구대의 대곡천 옆에 주차장을 만들어서 국도변에서 여기까지 넓은 도로를 내고, 문화재의 이해를 돕고자 대곡리 암각화 유적과 천전리 각석의 중간 지점에 전시관을 지으려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시민연대측은 도로의 확장을 반대하며, 천전리 각석 상류쪽 즉, 건설중인 대곡댐 아래의 농지에 주차장과 전시관을 짓고, 전체 1.5㎞ 정도되는 거리를 관광객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사비용이나 오염 및 소음 등 환경적 측면에서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경관의 보존에서도 울산시의 방안보다는 시민연대의 생각이 훌륭한 것임이 틀림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맺어 온 울산과의 인연으로 며칠전 시민연대와 함께 울산시 당국의 계획안 지역에 대한 문화재 조사를 나갔다 온 적이 있다. 문화재가 없으므로 도로 확장공사를 시행하겠다던 것과는 달리, 100~300곒 간격으로 통일신라시대, 조선시대, 시기불명의 가마터 3개소를 발견하였다. 모두 가마가 조성되었던 유적이라는 점에서 역사환경적 공통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경주의 신라왕경 유적지에서 볼 수 있는 8세기대의 토기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도질토기가 소성된 가마터의 경우는 화랑들의 수련장소였던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과의 관련도 고려할 만한 것이어서 중요하다고 본다. 또 전시관 예정부지는 조선시대 건물이 있던 곳임이 밝혀졌다. 이곳은 반구대의 기암절벽을 마주보는 곳이어서 능히 고풍스러운 전통가옥이 있을 만한 곳이었다.
이러한 유적지가 발견됨으로써 울산시의 문화재에 대한 사전조사가 부실했든지 아니면 고의로 은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마저 품게 되는 것이다.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 시기에 맞춰 졸속 완공하려던 울산시의 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문제의 지역에는 국보 외에 비지정된 훌륭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공룡 발자국은 수를 헤아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이고 선사시대 외에도 신라로부터 고려, 조선시대의 절터와 건물, 비각, 각석 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2건의 국보를 중심으로 한 보존이 아니라 왜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선인들이 찾아와 그들의 행적을 남겼는지를 현대의 우리가 느끼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부터 시민과 관련 전문가, 행정기관이 이곳의 다양성을 어떻게 그림을 그려서 보여 줄 것인가라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세계적 가치를 지닌 국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에 젖기도 하고 얼기도 하여 문화재 자체가 파손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의 파괴가 진행되지 않도록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하여 동일한 보존 환경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암각화의 표면이 박리되어 떨어지는 것을, 국보 1호인 남대문의 기왓장이 진동으로 떨어져 나가는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늘도 아름답기만 한 그들이 길거리에서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든 상황은 이미 끝난 것 같은데, 아직도 울산시정을 맡은 일부 공직자들은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하는 모양이 안쓰러워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