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반구대 암각화 관광자원화 사업은 지난해 8월 사업공모 단계에서부터 지역 학계나 환경단체의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이 사업공모에는 (주)S엔지니어링이 단독 응모했고, 지난해 12월 “단일 응모안을 심사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추후 보완’을 조건으로 채택됐다.
당초 이 사업계획에는 진입로 및 산책로 확장, 주차장, 전시관, 선사마을, 선사마을 안마당 설치 등의 시설계획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울산시의 암각화유적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반대성명을 냈던 한국암각화학회(회장 김정배)와 시민·환경단체들은 이같은 울산시의 사업계획이 알려지자 지난 1월 ‘울산암각화살리기 운동본부’를 결성,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같은 반발속에서 시는 지난 4월 초 ‘반구대 암각화 자원화 사업 자문위원회’(위원장 조기안 행정부시장)를 열어 공사 강행의지를 밝혔다.
이 회의에서 환경과 문화재 훼손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선사마을과 선사마을 안마당 설치계획이 취소되고 전시관 연면적도 2천㎡에서 1천3백25㎡로 줄어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이 과정에서 자문위원 21명 가운데 지역 문화계 인사와 공무원들을 뺀 고고·식물학계 학자 7명이 “사업계획의 전면 철회와 ‘선 보존대책 후 개발’을 요구한다”며 집단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울산암각화살리기 운동본부’가 100여개의 시민·환경단체와 관련 학계가 참가하는 매머드급 단체인 ‘반구대 사랑 시민연대’(이하 반사연·대표 이재호)로 확대되면서 반구대 보존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시는 지난 4월 20일 진입로와 주차장 공사(사업비 50억원)는 오는 15일~내년 6월까지, 전시관과 산책로 공사(사업비 1백억원)는 내년 초~2003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울산시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구대 관광자원화 사업 반대운동에 대해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암각화를 일부학자들의 전유물화 하는 극단적인 보호론이다”며 “내년 월드컵이 개최되는 6월까지는 진입로와 주차장 공사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반구마을과 한신마을 주민 43세대가 지난 10일 진입도로 확장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는 등 수년전부터 확장의 필요성이 제기돼온 터여서 주민편의를 위해서라도 반구대로 통하는 도로를 확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 도로를 확장하지 않을 경우 탐방객들이 왕복 8㎞를 걸어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봐야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며 공사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의 한 고위인사도 “월드컵 때 6만명의 외국인이 울산에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그들에게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도로확장과 주차장 설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는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이 원시적 비경에다 중요한 문화재가 산재한 곳에 대해 지표조사조차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월드컵 이전까지 공사를 마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월드컵때 외국인들에게 반구대 암각화를 자랑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존대책도 없이 도로를 확장할 경우 오히려 외국인들로부터 세계적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99년 6월 울산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라”는 지시에 따라 반구대 일원 관광자원화 사업구상을 구체화했고,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외 암각화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 발견 30주년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여는 등 이 사업을 오랫동안 검토하고 추진해 온 만큼 시민단체의 우려처럼 훼손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15일 울산시의 사업강행을 앞두고 학계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반사연’이 실력저지를 천명하고 나서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 울산/ 손균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