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반구대 암각화 일원 관광자원화사업계획이 추진되던 지난달 초에 “1만년 역사의 선사유적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자”며 영남지역 10개 시민환경단체로 결성된 ‘반구대 사랑 시민연대’(이하 반사연·대표 이재호)는 불과 1개월여 만에 전국에서 동참의사를 밝힌 관련 학회와 단체, 문화·환경·시민운동가 등이 600명을 넘어섰다.
단체로는 한국고고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암각화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역사학회, 한국민속학회, 국제박물관협회 등 관련 학회와 단체 그리고 환경운동연합, 민예총과 민주시민회 등 전국에서 무려 100여개가 참가하고 있다.
개인으로는 유홍준(영남대) 김항묵(부산대) 문명대(동국대) 임세권(안동대) 최기룡(울산대)교수와 성낙준(국립김해박물관장) 조영재(경상대〃)씨 등 전국의 역사고고학계는 물론 문화계 인사 500여명이 동참했다.
단일 문화재 보존운동에 이처럼 대규모의 단체와 인사가 참가한 예가 없었다는 점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운동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학계와 반사연의 주장은 “먼저 보존대책을 세운뒤 반구대 암각화와 주변에 위치해 있는 주요 선사문화 유적인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시의 개발계획은 언양~울산 35번 국도에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으로 부터 각각 1㎞남짓 떨어진 지점인 반구교까지 나 있는 진입도로(길이 2.33㎞)의 너비를 기존의 3.5곒에서 8곒로 확장하고, 4천㎡규모의 주차장을 만들도록 돼있다.
또 반구교 맞은편 5천㎡가량의 부지에 선사문화전시관을 짓고, 이 곳에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에 이르는 길이 2㎞, 너비 2~3곒의 원시문화산책로를 내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학계와 반사연은 이에 대해 “세계적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물론 주변경관을 완전히 망치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고고학회 정징원 회장은 “지난 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무분별한 탁본과 낙서로 발견 당시보다 바위그림 상당수가 떨어져 나갔다”며 “보존대책 없이 개발할 경우 훼손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주요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사전조사와 보존대책을 세운 뒤 적절한 개발계획을 마련해도 늦지 않은데도, 기초적인 지표조사 조차 실시하지 않고 개발을 강행하려는 울산시의 처사는 세계적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반사연은 반발하고 있다.
학계와 반사연은 문화재청이 이미 지난 99년부터 이같은 반구대 일원 전체에 대한 보존가치를 인정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명승지’ 지정절차를 진행중인 마당에 울산시가 관광자원화 사업을 내세워 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의 개발계획에 반대하며 자문위원회를 탈퇴한 7명의 학자들은 “섣부른 문화유적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철저한 사전조사와 보존대책을 마련한 뒤 암각화 주변을 보존형 공원으로 지정하라”며 천전리 각석쪽의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사연 이 대표는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대안을 수용하지 않고 울산시가 오는 15일 공사를 강행하면 현지 천막농성과 인간띠잇기 등으로 실력저지 하겠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신청한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기 위해 전국민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 울산 / 손균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