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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노인 암 환자도 수술·항암 가능할까? 중요한 건 ‘신체 나이’

노쇠정도 등에 따라 치료 달라

  • 김기향 좋은강안병원암센터 종양·혈액내과 과장
  •  |   입력 : 2026-06-29 18:32:16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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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강안병원 암센터 종양·혈액내과 김기향 과장이 환자 가족과 상담하고 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 美 모핏 암센터 평가도구 유용
- 환자들 ‘삶의 질 유지’ 더 중시
- 지역사회 돌봄 지원 연계 절실

최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10년 전 4기 위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했던 82세 할머니다. 지금은 암이 진행되지 않아 경과 관찰 중인데, 요즘은 손주를 학교에 데려다주느라 바쁘다며 행복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10년 전 할머니는 70대였지만, 신체 나이는 아주 건강했다. 치료하면 증상이 완화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적극 권유했다. 가족들은 3주간의 장고 끝에 결정을 내렸고, 다행히 항암 효과가 좋아 암 크기가 줄면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보통 4기 위암 환자가 10년 이상 생존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종양내과 의사로서 이런 기적 같은 경험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보람차고 감사한 일이다.

만약 그때 나이를 잣대로 치료를 포기했다면 지금의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노인은 달력상의 나이가 같아도 저마다의 신체 나이가 완전히 다르다.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권하고, 권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인 암 환자의 치료를 결정할 때 우선 확인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신체 나이의 단계’다. 노인 환자는 노쇠 정도, 만성질환, 복용 약물, 영양 상태, 인지능력에 따라 몸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선별검사를 통해 신체 단계를 확인하는 것이 치료 방향의 나침반이 된다. 이 단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적극적인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가능한 ‘건강 단계(Fit)’ ▷치료 시 특별한 주의와 조절이 필요한 ‘취약 단계(Vulnerable)’ ▷무리한 암 치료보다 통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돌봄치료가 우선인 ‘노쇠 단계(Frail)’가 그것이다. 임상 현장에서 이 단계를 쉽고 빠르게 걸러낼 수 있는 전문적인 선별도구의 사용은 그래서 중요하다.

2016년 세계 최초로 노인 암 전문 치료팀을 설립해 이 분야를 선도해 온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모핏 암센터’에 1년간 방문교수로 연수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세계적인 노인 암 권위자인 마르틴 엑스텔만 교수와 지난해 모핏 암센터의 노인 암 환자 전용 간이 선별평가도구인 ‘SAOP3’의 한국어 버전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최근 이 도구가 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됐다는 반가운 이메일을 받았다. 국내 진료 현장에서 노인 암 환자의 상태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유용한 도구를 더 보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결정한다고 해도, 노인 암 환자의 투병 과정은 병원 안의 의료만으로 결코 해결하기 어렵다. 연수를 한 모핏 암센터에서도 노인 암의 치료는 의료진의 책임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의 돌봄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전방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국내 대도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노인 암환자에 대한 의료기관과 지자체의 유기적인 의료·돌봄 지원체계가 어느 곳보다 절실하다. 노화는 누구나 피할 수 없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살면 남자는 2명 중 1명, 여자는 3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린다. 그 누구도 노인 암 이라는 현실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노인 암 환자는 치료법을 선택할 때 ‘수명 연장’보다 ‘삶의 질 유지’를 더 중요한 가치로 꼽는다. 어르신들은 죽음 자체보다는 식사나 화장실 가기 등 기본적인 일상 능력을 잃어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한 인간이 마지막까지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제 노인 암 환자의 치료와 여정에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따뜻한 도움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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