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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욱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이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 ERCP)’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성모병원 제공 |
- 내시경초음파, 미세 질환 추적
- 조직 채취 병행 암 여부도 확인
- 황달·항암치료엔 ‘ERCP’ 시행
소화기암 중에서 췌장암과 담도암은 소화 효소·담즙이 지나가는 통로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난치성 암이다. 이중 췌장암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췌장에 생기는 것으로, 주로 췌관 세포에서 발생하는 선암종이 90% 이상 차지한다. 담도암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관인 담도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발생 위치에 따라 간내·간외 담도암으로 나뉜다.
문제는 췌장암과 담도암이 소화기암 가운데 조기 발견이 가장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는 사실이다. 국가 암등록 통계에 의하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3∼15% 수준으로, 주요 암 가운데 가장 낮다. 이처럼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췌장이 위장 뒤쪽 깊숙한 곳(후복막)에 숨어 있어 일반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로 초기 종양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종양 크기가 1∼2㎝ 이하일 때는 영상에서 놓치기 쉽고,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통증이나 황달 같은 뚜렷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담도암 역시 종양이 일정 수준 이상 커져 담즙 흐름을 막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다가, 황달이나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진행 단계에서야 발견되는 예가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의학계는 정밀 영상 검사와 내시경 기술을 결합한 ‘내시경 초음파(EUS)’에 주목한다. 일반 복부 초음파가 신체 외부에서 장기를 관찰하는 것과 달리 EUS는 내시경을 위와 십이지장 내부까지 진입시킨 뒤 장기 바로 가까이에서 초음파 영상을 얻는다. 장기와 탐촉자 사이의 거리가 짧아 가스나 지방의 방해 없이 해상도가 훨씬 높다. 이를 통해 수 ㎜ 수준의 미세한 초기 췌장 종양이나 담도 협착, 낭성 병변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병변이 발견되면 가느다란 바늘을 이용해 조직을 채취하는 ‘EUS 유도 세침흡인검사(FNA)’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어 정확한 암 여부 진단과 병리 확진을 할 수 있다.
췌장·담도 질환은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도 내시경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시술인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ERCP)’은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해 담관과 췌관 입구에 접근한 뒤, 조영제를 주입하고 X-레이 촬영으로 담관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이자 치료법이다. 췌장암이나 담도암 환자는 종양이 담관을 막아 황달이 자주 발생하는데, 담즙이 정체되면 간 기능이 악화되고 전신 상태가 빠르게 나빠진다. 이때 ERCP를 통해 내시경적 담도 배액술(스텐트 삽입)을 시행하면 담즙 흐름이 정상화되면서 황달이 빠르게 개선된다. 이는 환자의 전신 상태를 안정시켜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다음 단계의 치료를 견디고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췌장·담도 질환에는 암뿐만 아니라 담관 결석, 췌장염, 양성 담관 협착 등 다양한 양성 질환도 포함된다. 이러한 질환들은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지만, 반복적인 염증이나 담즙 정체가 지속되면 장기 손상을 유발한다. 특히 만성 췌장염은 장기간 지속되면 췌장 기능 저하와 함께 췌장암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며, 담관 결석이나 협착의 반복 역시 만성 염증을 유발해 담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췌장염이나 담관 결석 같은 질환은 일회성 치료로 끝내지 말고, 정기적인 고해상도 내시경 초음파(EUS)와 정밀 추적 검사를 통해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