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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이유 없는 피로, 심장 요동, 우울…갑상선이 보내는 이상신호

  • 김선영 부산의료원 내분비내과 과장
  •  |   입력 : 2026-06-08 18:35:2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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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부산의료원 내분비내과 과장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환자의 갑상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 심한 체중변화·불안 등 대표증상
- 호르몬 불균형으로 임신에 영향
- 고령 남성 하지근육 쇠약 발현도
- 암 제거 로봇수술 목흉터 최소화

목 앞쪽에 자리한 작은 나비 모양의 기관, 갑상선은 우리 몸의 ‘에너지 엔진’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요오드를 이용해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고 이를 체내에 분비함으로써 인체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내분비 기관이다. 대사와 체온 조절, 에너지 사용을 진두지휘하는 이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단순히 기운이 없는 수준을 넘어, 심장이 요동치고 체중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등 온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갑상선 질환의 첫 번째 얼굴은 호르몬 이상이다. 에너지가 과하게 타버리는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더위를 심하게 타고, 체중 감소와 심계항진, 불안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반대로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추위를 많이 타고 무기력감, 부종, 우울감을 동반한다. 저하증은 우울증, 폐경기 증상과 혼동한 결과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뒤늦게 진단받는 예도 많다.

호르몬 불균형은 가임기 여성의 임신 준비와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배란과 난자 성숙, 임신 초기 착상 과정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정상 범위에 해당하더라도, 임신 준비기나 임신 초기에는 보다 엄격한 갑상선자극호르몬(TSH) 관리 기준이 적용되기도 한다.

또 갑상선 질환은 나이에 따라 그 발현 양상이 다르다. 특히 고령 환자, 그중에서도 남성 환자의 경우 전형적인 갑상선 증상 대신 하지 근육의 급격한 쇠약이나 심한 두근거림(심계항진) 등 심혈관계 증상만 현저하게 나타날 때도 있다.

두 번째는 감기나 독감 같은 상기도 감염 이후 발생하는 ‘아급성 갑상선염’이다. 목의 통증과 압통을 동반하며, 초기에는 항진증 양상을 보이다가 이후 저하증으로 변화하는 특이성을 보인다. 대부분 대증치료로 호전되지만, 일시적인 호르몬 보충이 필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갑상선 결절과 암’이다. 흔히 갑상선암을 진행이 느리다는 이유로 ‘착한 암’이라 부르며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심은 위험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림프절이나 폐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수술 범위가 넓어지고 재발 위험도 커진다.

최근에는 목의 흉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로봇수술과 구강 내시경 수술, 회복이 빠른 고주파 절제술 등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다양한 치료법이 시행된다. 이때 갑상선 뒤에 위치한 콩알만 한 ‘부갑상선’ 관리도 놓쳐서는 안 된다.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환자 중 특별한 증상 없이 건강검진 혈액검사에서 칼슘 수치 이상으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단순히 칼슘을 많이 섭취해서 생긴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반복적인 신장결석이나 이유 없는 골다공증, 지속되는 피로감과 근육통이 있다면 부갑상선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을 위해 미역국이나 요오드 영양제를 무분별하게 챙겨 먹는 식습관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인 요오드 과다 섭취 지역이다. 지나친 요오드 섭취는 오히려 갑상선 기능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갑상선 질환은 단순히 목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우리 몸 전체의 균형과 삶의 리듬을 좌우하는 질환이다. 이유 없는 피로와 체중 변화, 반복되는 두근거림, 혹은 임신 소식이 늦어진다면 이를 단순한 스트레스나 노화로 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 몸의 엔진인 갑상선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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