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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도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방사선종양학과 과장이 방사선치료계획을 설계하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
- 저산소증 해소해도 암세포 확산
- 환자들 말하는 면역치료는 수액
- 의학적 면역관문억제제와 별개
얼마 전 친한 친구를 췌장암으로 잃었다. 매사에 열정적이었던 친구는 투병하는 동안에도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밤을 새워 자료를 찾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조언을 하나도 빠짐없이 몸으로 받아내려 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그 조언의 90% 이상은 근거가 없었고, 일부는 오히려 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나는 국가 암센터에서 암을 치료하는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다. 그런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친구는 이미 유튜브 속 가짜 전문가들에게 깊이 현혹된 뒤였고, 면역치료·각종 영양제·고압산소치료를 전신항암화학요법과 병행하며 수천만 원을 쏟아부은 채 떠났다.
진료실에서도 매일 같은 질문을 듣는다. “선생님, 면역치료 해도 될까요?” “고압산소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요?” 나는 대부분, 하지 않기를 권한다. 자존심이나 질투심 때문이 아니다. 진심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해가 되는 가짜 치료이기 때문이다.
의학에서 면역치료는 실재한다. 면역관문억제제(ICI), 세포치료제(CAR-T 등), 암 백신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 분야가 뜨겁게 주목받게 된 것은 ICI의 기전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우리 몸의 T세포는 원래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다. 그런데 암세포는 영리하게도 표면에 PD-L1이라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T세포의 PD-1 수용체에 달라붙음으로써 ‘나는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정상세포야’라고 면역계를 속인다.
ICI는 이 교란 신호를 차단하여 T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제다. 말하자면 진짜 면역치료 중 하나인 면역관문억제제(ICI)는 암세포가 T세포를 속여 면역감시를 피하는 기전을 차단하는 치료제로, 현대 암 생물학의 핵심 개념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말하는 ‘면역치료’는 무엇인가. 그것은 의학적 면역치료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 ‘면역치료’는 2만∼3만 원짜리 영양제를 조합해 10만∼20만 원짜리 수액으로 만든 뒤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몸에 직접적인 해는 없으니 그나마 낫다. 문제는 고압산소치료다.
고압산소치료는 방사선치료 후 발생하는 연조직 괴사, 골 괴사 등 지연성 합병증 치료를 위해 FDA와 식약처가 허가한 엄연한 의료행위다. 그러나 암 치료 목적의 사용은 허가된 바 없는, 엄밀히 말하면 불법 시술에 해당한다. 이들의 논리는 ‘암 조직은 산소가 부족하니, 산소를 공급하면 암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산소증은 암이 겪는 시련이 아니라, 암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이겨내며 더 악성화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 저산소증을 우리가 대신 해소해준다고 암이 죽을 리 없다. 신뢰할 만한 임상시험 근거도 없다. 정말 효과를 확신한다면 식약처에 임상시험 허가를 받고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이다. 검증받지 않은 치료를 선뜻 받으러 가는 것은, 안전망 없이 스스로 인체실험에 몸을 던지는 일이다.
지금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전환이 가시화하고 있다. 암환자는 5% 본인부담금만 내기에 국가가 떠받치는 보험 치료의 가치를 실감하기 어렵고, 그 감각의 공백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이런 치료들이다. 이 행태가 방치된다면 우리 다음 세대가 같은 5%로 치료받을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친구에게는 아직도 미안하다. 이 글을 읽는 환자와 보호자들께 한 가지만 부탁드린다. 낯선 치료의 유혹 앞에서 잠깐, 주치의에게 먼저 물어봐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