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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배출’ 못하는 변비, 대장운동 문제 아닐 수도

‘직장형 변비’ 증상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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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통과 시간 정상범위지만
- 직장·골반저근육 협응 문제
- 직장 구조적 이상으로 발병
- 원인 명확할 땐 수술도 고려

출산한 지 20년이 넘은 50대 주부 A 씨는 10년째 변비에 시달린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변비약도 종류별로 바꿔봤지만, 화장실에 가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A 씨의 문제는 과연 장이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일까. 이에 관해 웰니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경래 원장은 “많은 이가 변비를 단순히 장 운동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임상에서는 변이 정상적으로 내려왔음에도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배출 장애형 변비’ 환자가 매우 많다”고 말한다.
웰니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경래 원장이 시술하고 있다. 웰니스병원 제공
■ 약 안 통할 때 ‘직장형 변비’ 가능성

변비는 흔한 증상이지만, 그 원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장 운동 저하나 대변이 딱딱해지는 상태를 떠올리는데, 실제 임상에서는 변의 형태와 무관하게 배출 자체가 어려운 예가 많다. 특히 변이 부드러운데도 배변 시간이 길어지고, 힘을 줘도 시원하지 않으며,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지속한다면 직장형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김경래 원장은 “최근 연구들에서 만성 변비 환자 중 상당수가 단순 장 운동 이상이 아니라 직장과 골반저 기능 이상을 동반한 배변장애로 분류된다. 증상만으로 변비를 판단하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직장형 변비는 국제적으로 배출 장애형 변비 또는 기능성 배변장애로 분류된다. 대장 통과 시간은 정상 범위이지만, 배변 시 직장과 골반저 근육의 협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직장의 구조적 이상으로 대변 배출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히 보고되는 증상은 ▷과도한 힘주기 ▷불완전 배변감 ▷배변 시간의 연장 등이다. 김 원장은 “변비약을 복용해도 변은 나오지만, 시원하지 않다면 직장형 변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직장형 변비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직장내중첩증이다. 이것은 배변 시 직장 벽이 망원경처럼 안으로 접혀 내려오는 현상으로, 직장 벽이 배변 과정에서 안쪽으로 말려 내려오며, 대변이 나오는 통로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상태를 말한다. 직장내중첩증 환자들은 ▷배변 시 막힌 느낌 ▷반복적인 과도한 힘주기 ▷배변 후에도 남아 있는 잔변감 등을 주로 호소한다.

다음은 직장류이다. 직장류는 직장 전벽이 질 쪽으로 돌출되면서, 대변이 직장 안에 고이는 구조적 이상이다. 특히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골반저 근육 약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직장류 환자들은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 ▷손으로 질이나 회음부를 눌러야 배변이 가능한 증상 ▷반복되는 잔변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직장형 변비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항문괄약근과 골반저 근육의 기능 이상이다. 배변 과정에서는 복압이 올라가면서 항문괄약근이 이완돼야 하는데, 일부 환자에서는 오히려 항문이 수축되는 협응 장애가 발생한다. 이럴 때 변은 직장까지 정상적으로 내려오지만, 항문이 충분히 열리지 않아 배출하기 어려워진다.

■ 회음부 접근법과 복강경 LVMR

직장형 변비 진단의 핵심은 배변과정을 보는 것이다. 배변조영술이 대표적이다. 조영제를 직장에 주입한 뒤 환자가 실제로 변을 보는 과정을 실시간 X-레이 영상으로 촬영하는 검사다. 항문내압검사는 항문 괄약근의 압력과 조절 능력을 수치로 측정하는 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항문 괄약근의 수축력과 이완 능력, 배변 시 복압 상승과 항문 이완이 제대로 동시에 이뤄지는지 평가할 수 있다.

검사 결과 구조적 문제가 명확하다면 수술적 교정이 고려된다. 이때 환자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선택이 중요하다.

회음부 접근법은 항문이나 회음부를 통해 병변 부위에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수술 범위가 제한적이다. 고령이거나 심폐 질환 등으로 전신마취에 부담이 있는 환자에 많이 적용한다. 수술 시간과 마취 부담이 적고, 초기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복강경 전방 직장고정술(Laparoscopic Ventral Mesh Rectopexy·LVMR)이 직장형 변비와 직장내중첩증 치료에서 주목받는다. LVMR은 신경 손상을 줄이고, 배변 기능을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둔 수술법이다. 배변 장애, 잔변감, 직장 탈출 증상을 동시에 개선하며 수술 후 변비 악화나 새로운 배변 장애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

김 원장은 “변비약에 의존해 10년, 20년 버티는 이가 많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직장은 더 늘어나고 골반 근육은 약해진다. 배변 장애는 ‘참는 병’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기능 장애다. 변비의 원인만 정확히 파악해도 아침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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