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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석의 한방 이야기] ‘백병의 장(長)’을 넘어 회복의 길로

  • 윤경석 HK한국한의원 대표원장
  •  |   입력 : 2026-02-09 18:28:4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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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과 수전풍(파킨슨·파킨슨증후군)은 이름은 다르지만, 한의학에서는 모두 ‘풍병(風病)’으로 분류한다. 고대 의서에서 ‘풍은 백병의 장(長)’이라고 한 까닭은 풍병이 단순한 증상을 넘어 온몸의 균형과 생명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병이기 때문이다. 중풍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병이고, 수전풍은 도파민 감소로 말미암은 떨림과 경직, 보행장애가 특징이다.

현대 의학은 이를 전혀 다른 질환으로 구분하지만, 한의학에서는 기혈의 흐름이 약해지거나 막히면서 뇌와 신경의 조화가 무너진 결과라는 공통된 뿌리를 본다. 혈관이 막혀도 풍이고, 신경이 약해져도 풍이다. 병의 모습은 달라도 근본은 같다. 이들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발병 자체보다 이후의 삶을 크게 바꾼다는 데 있다.

중풍 이후 편마비, 언어장애, 배뇨·배변 장애가 남고, 수전풍은 떨림과 경직, 불면과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을 잠식한다. 이는 단순한 신경 손상이 아니라,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기(正氣)와 골수(骨髓)의 약화, 즉 몸의 근본 에너지가 크게 손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골수는 뇌를 기르고 회복시키는 생명의 창고로, 이 힘이 약해지면 회복은 더디고 재발 위험은 커진다.

최근 중풍과 수전풍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고령화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기혈과 골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자연히 감소하고, 혈관은 굳어지고 신경 재생력도 떨어진다. 여기에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스트레스와 불면, 과로가 더해지면 풍병은 쉽게 발동한다. 그래서 중풍과 수전풍은 치매와도 깊숙하게 연결된다. 뇌혈류 감소와 신경 회로 손상, 기혈과 골수의 고갈이 함께 진행되는 까닭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의학은 풍병의 치료와 예방에서 분명한 강점을 지닌다. 한방 치료는 단순히 혈관이나 신경 하나만 보지 않는다. 기혈 순환 회복, 장부 조화, 골수 보충, 면역 강화, 뇌 기능 회복이라는 전체 생태계를 함께 다룬다. 침과 한약은 뇌혈류를 부드럽게 개선하고, 간 비 신을 보강해 신경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인다.

질환의 급성기에는 서양의학이 강점을 갖지만, 회복과 재발 방지의 영역에서는 한의학이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풍병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길은 멀지 않다. 규칙적인 식사와 숙면, 과로를 피하고 몸을 적당히 움직이는 기본 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압과 혈당 관리, 기혈 순환을 돕는 치료는 중풍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노년의 풍병은 결국 골수와 면역의 고갈에서 시작되므로, 정기를 보하는 치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다. 중풍의 전조, 손떨림과 보행 변화 같은 초기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면 회복의 길은 훨씬 넓어진다. 풍은 무섭지만, 이길 수 없는 병은 아니다. ‘정기가 충만하면 사기가 범하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기혈을 기르고 몸의 근본을 바로 세우면 풍은 우리 삶을 흔들지 못한다. 한의학의 지혜가 중풍과 수전풍을 넘어, 많은 이의 일상에 다시 건강과 희망을 되돌려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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