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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자유와 차별 사이의 ‘노○○존’…어디까지 허용될까

  •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허민경·장수련 인턴 기자
  •  |   입력 : 2025-08-18 14: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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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톨릭대 김수영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인터뷰에 대답하고 있다. 장수련인턴
최근 울산의 한 호프집은 ‘50, 60대 이상 한국인 중년 남성 출입 금지’ 안내문을 내걸었다. “반말, 욕설, 고성방가, 실내 흡연, 담배 심부름 요구, 기물 파손, 평점 테러 협박 등 지난 2년간 지속된 몰상식한 행동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은 이른바 ‘노아재존’으로 불리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찬반 논쟁을 불렀다. “업주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명백한 성별·연령 차별”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섰다.

식당·카페에서 특정 대상의 출입을 제한하며 시작된 ‘노○○존’이 다양한 형태로 번진다.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하는 ‘노펫존’, 헬스장의 ‘노줌마존’ 등이 확산한다. 특히 ‘노○○존’의 대표 격인 ‘노키즈존’은 이미 오래전 전국 곳곳으로 퍼졌다.

육아정책연구소 학술지 육아정책포럼(2023년 겨울호)에 실린 ‘노키즈존 운영 실태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노키즈존 매장은 500개가 넘는다. 지역별로는 경기 제주 서울 부산 순으로 많다. 관광지나 인구 밀집 지역 식당·카페에 노키즈존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한 카페는 개업 초기부터 노키즈존으로 운영한다. 카페는 3층에 있는 데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손님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카페 사장 허건 씨는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이) 미끄러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노키즈존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가게 업주들도 조용한 분위기를 원해 아기들이 오면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키즈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제주도의회는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 지정 금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같은 해 9월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 확산 방지 및 인식 개선을 위한 조례’로 완화돼 의회를 통과했다. 애초 아동 출입 제한을 ‘금지’하려던 강제 조처가 ‘확산 방지와 인식 개선’으로 방향으로 튼 것이다. 다른 지자체도 잇따라 유사 조례를 검토하지만, 업주의 영업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이 충돌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노○○존’을 찬성하는 쪽은 주로 “특정 집단이 다른 손님의 휴식을 방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에 맞서 반대하는 쪽은 ‘사회적 배제’를 우려한다.

‘노○○존’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올해 봄 출간한 육아정책포럼 중 ‘공공 장소의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제의 실태와 대응 과제’ 보고서가 잘 보여준다. 성인 12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영유아가 의사소통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문제 행동’을 하거나 ‘영유아의 잠재적 문제로 인해 부모가 통제하거나 훈육하기 힘든 상황’에 대해 각각 응답자의 92.3%, 90.8%가 “그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공 장소에서의 인식은 달랐다. 응답자의 74.8%가 ‘한국 사회는 공공 장소에서 양육자가 자녀를 통제하지 못하면 무개념하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판단했다.

부산가톨릭대 김수영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인터뷰에 대답하고 있다. 장수련인턴

김수영 부산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업주의 정당한 선택권으로 받아들일지, 사회적 배제로 봐야 할지 한쪽의 손을 들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업주의 자율성 부분도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고, 아동의 공공에 대한 접근성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문제는 아동뿐만 아니라 중장년, 노인 세대까지 낙인을 찍으면서 ‘노○○존’ 같은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를 확대해 전체를 배제하는 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존’은 절대 유행이 아니다. 매장 운영 철학과 손님의 경험, 사회적 가치가 맞부딪는 경계선이다. ‘사업주의 정당한 선택권’인지, ‘부당한 사회적 배제’인지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노○○존’이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다양성에 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 허민경 인턴, 장수련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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