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권찬영의 한방 이야기] 화병, 단순 스트레스로 치부 말아야

  •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센터 교수
  •  |   입력 : 2025-02-10 18:13:30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70세 여성 환자 C 씨는 설 명절 이후 심해진 가슴 답답함과 불면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밤새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온몸에서 열이 나는데, 잠은 오질 않아 너무 힘들어요.” 평소 건강하던 그였지만, 최근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답답함과 두통,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C 씨는 이번 설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했다. 둘째 아들에게 최근 진단받은 질병 소식을 전해 들었고, 며느리의 건강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주들은 입시와 취업 스트레스로 힘들어했다. “내가 더는 아이들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이런 말을 가족에게 하면 더 걱정할까봐 차마 하지 못하겠어요.” C 씨는 명절 내내 웃는 얼굴로 가족들을 대했지만, 속으로는 그들의 걱정거리를 혼자 삭이고 있었다.

C 씨는 설 명절이 끝난 후 일주일간 여러 병원을 찾아 다녔다.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등 가능한 검사는 다 해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필자의 화병&스트레스센터에 내원한 C 씨를 진찰한 결과, 전형적인 화병(火病)이었다. 화병은 한의학에서 오래전부터 치료해 온 질환으로, 억눌린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표출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요즘 노년기 화병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가족에 대한 걱정과 무력감이 주된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C 씨의 경우, 가족의 건강 문제를 알게 되었으나 이를 표현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컸다. “내가 늙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자책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평생 가족을 돌보는 것이 삶의 중심이었던 그에게 이러한 무력감은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C 씨에게는 억울하고 답답한 감정을 풀어주는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을 처방했다. 가미소요산은 노년기 화병에 자주 사용하는 처방으로, 특히 가슴 답답함과 열감이 있으면서 불면 증상이 동반될 때 효과적이다. 또 침치료를 주 2회 시행했으며, 가정에서도 매일 저녁 족욕을 하면서 깊은 호흡과 함께하는 이완요법을 권했다.

더불어 화병&스트레스센터에서 운영하는 주 2회 집단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 참여를 권했다. 이 프로그램은 비슷한 연령대의 환자들이 모여 함께 명상하고 경험을 나누는 시간으로, 자신만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C 씨였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명상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니, 밤에 걱정되는 마음이 들 때 스스로 달래줄 수 있게 되었어요.”

C 씨의 화병은 단순한 스트레스성 질환이 아니었다. 그에게 화병은 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살아온 부모 세대가 겪는 감정 표현의 문제였다. 특히 명절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쁨도 있지만, 각자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을 억누르거나 혼자 삭이지 않는 것이다. 가족과의 솔직한 대화,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과의 교류, 그리고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롯데百 센텀시티점, 신세계 품으로
  2. 2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5. 5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6. 6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9. 9‘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10. 10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5. 5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6. 6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7. 7북한 ,‘탄도미사일 10여발’ 무력시위
  8. 8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9. 9[속보] 국정원 “김주애 후계자 입지 더욱 공고화…핵미사일 실무관여 연출도”
  10. 10‘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1. 1[속보] 롯데百 센텀시티점, 신세계 품으로
  2. 2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3. 3‘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4. 4'부캉이 오기 전' 부산 2분기 인구감소지역 체류인구 5% 증가
  5. 5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6. 6국토부, 부산에서 주택 직거래 의심 거래 5건 적발
  7. 71000대 기업 서연고 출신 CEO 30%대 재진입…부산대 21명
  8. 8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9. 9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10. 10수도권 주택 공급 위해 그린벨트까지 택지로 활용… “이거 맞나?”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부캉이 등장, 바다생명 중요성 깨닫는 계기되길”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5. 5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6. 6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7. 7‘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8. 8‘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9. 9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10. 10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