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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의 한방 이야기] 흑염소, 체질 안 맞는 이에겐 오히려 독

  • 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  |   입력 : 2024-10-21 18:17:2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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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지인이 선물로 보내준 흑염소 진액이 있는데, 제가 먹어도 될까요?”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 분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될 때가 많다. 흑염소 복용에 대한 질문은 단골 질문 중 하나다. 흑염소는 옛날부터 영양소가 매우 풍부한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어 산후, 혹은 갱년기에 찾는 사람이 많다. 흑염소의 효능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후기와 함께 그 효능에 대한 정보가 아주 많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흑염소는 항산화 작용, 노화방지, 면역력 증진, 성장호르몬 생성, 기억력 향상, 당뇨 예방, 수족냉증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 맞는 내용이긴 하다. 이렇게 효능만 글로 나열해 두면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복용을 해보면 기가 막히게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체질을 모르고 복용하기 때문이다.

흑염소는 동의보감에 ‘고양육’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성질이 크게 뜨겁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몸이 마르고 허약하고 추위를 타는 증상을 치료하고 소화기관을 보양하고 기운을 돋운다. 위장의 기운을 소통시켜 살을 찌우게 한다. 몸속의 피를 보충해 주는 작용이 있어 산전, 산후 보혈에 좋다’는 내용이 있다. 요약하자면 흑염소는 추위를 많이 타고 여위고 기운이 없는 사람이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뱃골이 작아서 많이 못 먹고 추위를 못 견디는 소음인 체질에게 잘 맞다.

평소 본인이 대식가이거나 체력이 좋아 활동적이고 더위를 많이 타며 인삼이나 홍삼 등을 복용했을 때 열이 올라 불편했던 적이 있었다면 체질 상 흑염소가 잘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흑염소 자체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고 하지만 성질이 따뜻하고 소화력을 증진시키고 입맛을 좋게 하므로 체질과 관계없이 흑염소를 복용하면 살이 찔 수 있다. 동의보감이 집필될 당시에는 식량이 부족해서 굶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에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 더욱 중요했다.

그러나 현대에는 식량이 넘쳐나고 오히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어 본인이 너무 말라서 살이 찌기를 원하는 편이 아니라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갱년기 증상에 몸이 차고 냉한 사람은 흑염소를 먹으면 된다. 하지만 열이 많고 얼굴에 열이 자주 오르는 사람은 적당하지 않다.

한의학적으로 갱년기 증상에 해당하는 변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신양허증’(체열 부족), ‘신음허증’(호르몬 부족)으로 나눌 수 있다. 체열이 부족한 사람은 몸이 춥고 시리는 증상으로 나타나고, 호르몬이 부족한 경우에는 진액이 말라서 허열이 뜨는(열이 오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열이 오르는 경우에는 차가운 성질이면서 호르몬을 보충해줄 수 있는 석류차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음식에는 좋은 효능이 몇 가지씩 꼭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효능도 읽어보기만 하면 모든 병이 다 나을 것만 같다. 글로 적힌 효능과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 현혹되어 무작정 복용을 시작하기보다는 본인에게 잘 맞는지부터 살펴보고 신중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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