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동백섬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은빛 갈치가 펄떡일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바다에 마음이 먼저 빼앗긴다. 깊은 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잡고 돌아서면 수줍게 핀 수국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자연 속에 머무는 사람들은 모두 이른 여름날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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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이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전시 중인 시화전을 감상하고 있다. |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땀이 맺힐 때 시의 길을 만난다.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잊고 있던 고향도 가보고, 그리운 어머니도 첫사랑도 만난다. 시 속엔 그리움이 가득하다.
친구와 오랜만에 동백섬을 찾았다는 A 씨는 “이곳에서 바다와 꽃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아요. 오늘처럼 연인과 친구와 손잡고 걸으며 시를 마음에 담는다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라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시를 만나니 잔잔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며 행복해했다.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금정구 오륜동 회동수원지 시의 길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은행나무 아래 펼쳐진 이 길은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객을 맞는다. 6월의 길은 푸르름 속에 풍덩 빠져드는 느낌이다.
매일 운동 삼아 그 길을 걷는다는 아저씨를 만났다. “난 시를 모르지만 아침에 한 편씩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얼마나 멋집니까? 이곳에 시가 펼쳐있다는 자체가….” 다소 무뚝뚝하게 생긴 모습에서 천진함이 보였다.
문학은 장소와 상관없다. 어디에 두어도 편안함을 준다. 모두 바쁘게 오가는 부산도시철도 수영역 한쪽 벽에 전시 된 시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머물게 한다. 시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시에 마음이 빼앗긴 중년 여인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말을 거는 순간 현실로 돌아와 황급히 바구니를 털털거리며 끌고 가버릴 것 같아 가만 지켜만 보았다.
자연과 문학은 사람을 정화 시키는 힘이 있다. 부산은 지금 곳곳에 문학을 품고 있다. 그 앞에 잠시 멈추어 쉼을 찾고, 그리운 이를 생각하고, 또 가끔 후회해도 좋다. 조연으로 살았던 삶을 그 속에선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설쳐도 된다. 문학은 요란하지 않은 치유의 숲이니까.
※시민기자면은 부산시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