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학과’라 하면 대체로 할머니·할아버지 환자를 생각하는데, 젊은 환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 중 20~40대 여성 환자는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컴퓨터나 휴대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목·어깨·등 통증, 그리고 육아로 인한 어깨·허리·손목 통증이 그것이다. 특히 육아에 따른 통증은 왼쪽 어깨가 많다. 이는 아이를 왼쪽에 안고 오른손으로 다른 일을 많이 하는 까닭이다. 젖을 먹이거나 분유를 먹일 때도 주로 좌측에 아이를 안고 오른손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같은 통증의 패턴이 할머니들한테도 제법 많이 나타난다. 이른바 ‘황혼 육아’ 혹은 ‘조부모 육아’ 때문이다. 대부분 진통제로 버티고 버티다 결국에는 아이를 안지 못할 만큼 아파서야 병원을 찾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깨 통증은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고, 주사·도수치료 등을 꾸준히 받아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손주 육아로 잘 생기는 질환에는 손목터널증후군, 퇴행성 무릎관절염, 추간판탈출증 즉 허리디스크가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손목 부위의 힘줄과 신경에 자극이 가해져 통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를 안아줄 때는 물론 설거지와 걸레질 등 집안일까지 손목에 힘을 줄 일이 많은 만큼 손주 육아병 중에서 발병률이 높다. 또 반복적으로 아이를 안거나 등 뒤로 업는 자세로 인해 무릎과 고관절, 허리 관절 등에 부담을 주기 쉽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질환들은 초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까지 악화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발병 초반이라면 도수 치료나 체외충격파 요법 등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프롤로 주사’ 시술을 병행할 수도 있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경우에는 관절이 닳아 없어지기 전에 여러 가지 약물 주입으로 염증을 치료하고, 무릎 주변 인대와 근육 강화를 통해 무릎의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협착증이나 추간판탈출증도 통증이 심하면 신경 주사나 도수치료를 시행하고 물리치료를 병행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병원을 찾기 전에 병을 예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아이를 돌보기 전이나 돌보는 동안 1시간에 한 번 정도는 아이를 눕히거나 앉힌 뒤 시간을 내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충분히 쉬어야 한다. 또 신체 부담이 적은 자세를 취하고, 유모차와 바운서 등의 육아용품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육아를 경험해 본 부모와 조부모들은 잘 알 것이다. 손주를 돌보는데 신경 쓰다 보면 내 몸 아픈 것에는 무심해진다는 것을. 그러나 관절과 근육이 점점 약해지므로 무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이상신호가 있으면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나의 건강이 가족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집에서 손주를 돌봐주시는 어머니·아버지가 우울하지 않는지, 그리고 어깨·손목·무릎·허리 등의 관절이 아프지 않는지 꼭 체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