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진료실에서] 나는 오늘도 ‘항암치료 전사’들을 만나러 간다

  • 이하영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  |   입력 : 2022-03-07 19:27:31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제가 왜 혈액종양내과에 왔나요? 저는 혈액암이 아니라 OO암인데….” 환자분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간혹 듣는다. ‘혈액종양내과’는 백혈병·림프종 같은 악성혈액질환부터 빈혈 같은 양성혈액질환까지 혈액 관련 질환을 다루는 혈액내과와 일반 ‘암‘인 고형암에 대해 치료하는 종양내과를 합친 것이다.

의사에 따라 두 분야를 다 맡거나 하나만 담당하기도 한다. 필자는 주로 고형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종양내과에서는 수술 후 재발방지를 위해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지만, ‘전이’나 재발로 인해 고식적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이 더 많다. 이 치료는 대부분 완치가 어렵고 오랫동안 받아야 한다. 그 때문에 치료를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고 안타깝다.

얼마전 ‘드라마’ 기사에서 전이 암을 진단받은 주인공이 “남은 시간을 병실에만 있다가 죽고 싶지 않다”며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내용을 봤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항암치료 포기를 용기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 얼마나 용감하고 멋진지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 것 같다.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병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병실에서도 삶이 있고 그 삶도 의미가 있고 아름답다.

많은 환자 중에서 첫째 아이를 낳은 젊은 여성이 있었다. 대장암이었던 그는 첫 진료 때 “아이 돌잔치까지는 살고 싶다”며 한참 울었다. 치료를 받다가 몇 년 후 돌아가셨지만, 한복을 곱게 입고 아들과 활짝 웃고 있는 돌잔치 사진을 잊을 수가 없다. 투병과정이 힘들었지만 아이와 함께 지낸 몇 년은 그 분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따님의 한 번뿐인 결혼식에서 따님과 함께 꼭 입장하고 싶다던 어느 환자분과는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짰다. 결혼식 날과 항암치료 일정을 조율하는 것 외에도 환자가 힘낼 수 있도록 영양제를 드리고 피곤하지 않게 동선도 정했다. 그 과정에서 환자분의 딸·사위 자랑을 참 많이 들었다.

전이성 위암인 어느 환자분은 항암치료 초기에 효과가 좋았지만 1년 후 내성이 생겨 다른 약제로 바꿨는데, 다시 내성이 발생해 약제 변경을 반복했다. 암이 커지고 악화하면서 토혈이 생기고 복통도 일어났다. 더는 효과적인 약제가 없어 치료를 중단해야 될 상황이었다. 그때 마침 신약이 출시됐다. 그 약제로 치료받은 후로는 많이 좋아져 5년째 만나고 있다. 몇 년 전 회사를 퇴직한 그는 농부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의학은 계속 진화 중이다. 특히 암 치료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드물지만 필자의 환자분처럼 새로운 기회가 오는 경우도 있다.

암과의 전쟁에서 암과 싸우는 사람은 환자이다. 종양내과 의사는 조력자이자 전술가와도 같다. 지도를 펴서 위치를 확인하고 적의 약점을 분석해서 어떤 무기로 어떻게 싸우는 것이 유리한지 세밀한 전략을 짜서 알려준다. 또한 목이 마를 때에는 물병을 건네고, 마음이 힘들 때에는 손을 맞잡아준다. 나는 오늘도 나의 ‘전사’들을 만나러 간다. 위대한 전사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없이 영광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8. 8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9. 9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0. 10軍 “MDL 이남서 정상 작전 중 北 지뢰로 장병 부상 최종판단”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0. 10‘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