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귀에 물이 들어간 것처럼 먹먹하더니, 가끔 윙윙거리는 소리도 났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속이 메슥거리더니 주변이 빙빙 돌고 청력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은 증상들이 반복적으로 생겼어요.” 어느 환자분의 얘기다. 혹여 뇌졸중 같은 뇌질환이 아닐까 불안했다는 그는 귀쪽 문제라는 설명에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질환은 일명 ‘메니에르병’으로 40대 여성에 자주 발생한다.
메니에르병은 1800년대 프로스페르 메니에르 박사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 그는 갑자기 청력이 떨어져 입원한 소녀가 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한 후 숨지자 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에 들어갔다. 그 결과, 뇌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내이의 세반고리관에 붉은색 혈액 삼출물이 가득 고인 것을 발견하고, 발작적 어지러움의 원인이 뇌가 아닌 내이의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표했다. 이후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흔히 발작성 어지러움이 발생하면 뇌졸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응급실을 급히 방문해 MRI 혹은 CT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쪽 팔다리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해지는 경우, 말이 느려지거나 시야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의 증상들이 동반되면 뇌졸중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급성 발작성 어지러움을 야기하는 이비인후과적 질환도 다양하게 있으므로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과체중 등의 고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미리 겁 먹을 필요가 없다.
메니에르병은 내이 안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내림프액의 양이 증가하면서 내이가 부어 올라 ‘귀 고혈압’이 생기는 현상이다. 그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충만감, 이명, 청력 저하, 발작적 어지러움이 전형적 증상이다. 이들 4가지가 한꺼번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진단이 어렵지 않지만, 초기에 각각의 증상이 따로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진단은 뇌병변이 없으면서, 4가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있을 때 시행한 청력 검사, 전기 와우도 검사, 어지러움증 검사에서 전형적인 소견을 보이면 확진할 수 있다.
치료는 스트레스를 줄이며 안정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약물 치료에는 이뇨제 스테로이드 베타히스티딘 전정 안정제 등이 사용된다. 갑자기 발생하는 발작적 어지러움에 대비해 비상약을 휴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식이 조절 및 약물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고 재발하는 경우에는 이독성 약물을 고실에 주사해 전정 기능을 파괴시키는 방법이 있다. 압력이 높아져 있는 내림프액낭을 감압시키는 수술적 방법도 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발작성 어지러움이 힘들기만 하고, 그 힘든 증상들이 언제 어떻게 예고도 없이 재발할 지 두려움이 클 것이다. 하지만 메니에르병을 잘 이해하고,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를 꾸준히 한다면 80% 이상의 치료율을 보인다. 미리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귀 고혈압을 잘 조절해 삶의 질을 회복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